2011년 8월 3일, 남양주 우석헌 박물관은 주니어 큐레이터 인턴십 과정이 한창이었습니다. 이 인턴십 과정에 참여한 학생들은 서류전형, 면접전형을 통해 9: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되었습니다. 5일에 걸친 직업체험 과정 동안 박물관에서 마치 진짜 큐레이터 처럼 회의도 하고 연구도 하고, 안내도 하고, 복원 작업도 해보는 직업체험 프로그램 입니다. 저는 EBS 보니하니 출동!푸른누리 기자단을 촬영하기 위해 이틀간의 일정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첫날에는 박물관의 5대 기능, 화석과 광물에 대한 이론수업을 받았고, 둘째 날에는 해백합 복원작업에 직접 참여하였습니다. 주니어 큐레이터들과 함께하는 해백합 복원 작업은 대단한 경험이었습니다.
국내 최대의 보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해백합. 해백합은 바다나리라고도 하며, 극피동물의 일종으로 고생대 때부터 살다가 지금까지 생존하여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지금도 해백합은 바다에서 볼 수 있지만 우리가 복원한 화석만큼 큰 해백합은 더 이상 없다고 합니다.
이런 보물의 화석, 해백합을 제 손으로 직접 복원할 기회를 갖게 된 것입니다. 박물관 수장고에 최대 규모의 해백합이 눈앞에 나타났는데 그 크기부터 어마 어마 했습니다. 해백합의 크기는 약 4m X 5m이고, 해백합의 길이만 따지면 8m 라고 했습니다. 중생대 삼척기에 살았던 약 2억년 정도 된 어마어마한 해백합을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뛰었습니다. 김영진 학예사님께서는 이런 귀한 화석을 중국에서 들여오면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중국사람들이 이런 화석을 우리나라에 주면서 배가 많이 아팠을 거라고 농담도 하시며 해백합 복원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들에게 여러가지 이론과 주의사항들을 알려주셨습니다. 우리 눈 앞에 있는 화석이 바로 국내 최대의 보물이고, 우리가 복원하는 해백합이 직접 박물관에 전시될 거라고 하니 모든 설명이 귀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드디어 복원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치과용 끌, 초핑기, 솔, 펌프, 보안경, 장갑, 마스크 등이 주어졌고 학예사님께서는 도구들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시범을 보여주셨습니다. 초핑기는 피스톤 운동으로 만들어진 진동을 이용한 기계로 화석주변의 모암들을 갈아내고 끌은 돌들을 떼어내는 역할을 하며 솔과 펌프는 갈리거나 떼어낸 돌들을 털어내기 위한 도구입니다. 장갑, 보안경, 마스크는 우리들의 안전을 위해서 꼭 착용해야 합니다.
무엇이든 다 쪼아 버릴 것 같은 초핑기와 날카로운 끌을 보고 긴장되었습니다. 그리고 작업을 잘못하여 어렵게 구해 온 해백합 화석을 훼손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연습하는 차원에서 조그만 암모나이트 화석과 상어이빨 화석을 복원해 보고 초핑기로 화석을 둘러싸고 있는 모암들을 갈아보니 이 모든 게 다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특별한 직업을 가진 과학자들이나 고고학자들만 화석 복원 작업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직접 방법을 배워 화석을 아끼는 마음으로 화석 복원 작업을 해보니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학예사님은 복원이 완료된 물고기 화석을 보여 주시면서 이렇게 비늘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반질반질하게 완성시켜야 복원이 완성 되는 거라고 하셨습니다.
처음작업은 바다나리 줄기 밑에 끼어 있는 이물질들을 떼어내는 작업인데 모암이 생각보다 물러 서 쉽게 떼어낼 수 있었습니다. 해백합 복원 작업이 시작되자 아무 말 없이 모두들 집중하여 복원에 열중했습니다. 숨소리만 들리는 듯 했습니다. 그 때 어느 큐레이터가 화석을 깨뜨리기도 했는데 학예사님께서 깨진 부분을 솔로 잘 털어 내고, 접착제를 붙여 깜쪽같이 화석을 원래 모습대로 복원하셨습니다..
3시간의 복원작업을 체험한 후 ‘김리안’ 주니어 큐레이터는 살아있는 화석으로 복원되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하였고, ‘유예림’ 주니어 큐레이터는 과학자들이나 고고학자들이 작업할 때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2억년전의 중생대 화석 해백합 복원 작업! 우석헌 박물관에서 해 볼 수 있었던 귀중한 직업 체험이었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복원한 해백합 화석은 우석헌 박물관에 직접 전시될 거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박물관에서 봐왔던 수많은 화석들은 이렇게 정성스런 복원 작업과 정교한 과정을 거친 것이었습니다. 앞으로 박물관에서 화석을 볼 때에는 이러한 과정들을 생각하면서 보면 옛날 역사의 흔적들도 찾아 볼 수 있고 훨씬 더 재미있는 박물관 여행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