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욱서울보광초등학교
지난 5월 29일, 나와 동생은 할 일이 없어 방 안에서 뒹굴뒹굴하다가 아빠에게 놀러 가자고 했다. 그러자 아빠가 오락실에 한번 가 보자고 하셨다. 가면서 아빠에게 물어보았다.
Q:아빠는 옛날에 게임 많이 안 했어요?
A:우리 어릴 때는 지금처럼 온라인 게임이 아니라 전자오락실이 있었어.
Q:전자오락실이 무엇인가요?
A:옛날에는 지금처럼 컴퓨터가 많지 않았어. 그래서 게임을 하려면 전자오락실이라는 데를 가야만 했어. 아빠가 국민학교 3~4학년 때 쯤 전자오락실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그 당시에 한 게임에 50원 짜리 동전 1개를 넣고 했지. 친구들이랑 바깥에서 노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전자오락실은 전혀 다른 재미가 있었어. "삐~용", "콰~앙", "뿅. 뿅. 뿅."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총알을 맞지 않으려고, 현란하게 움직이는 조종기와 총알을 좀 더 빨리 쏘려고, 막 두드리다 보면 팔과 어깨가 뻐근하기도 했어. 한마디로 칼라풀한 색깔과 멋진 비행기와 주인공들! 내가 곧 주인공이 되어 꼭 적을 물리쳐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기필코 마지막 대장을 무찌르고 나서야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오곤 했어. 누군가 나 보다 점수가 좋으면 꼭 내가 1등을 하겠다고 하고 또하고, 1등을 못하면 다음날 가서 또 하고 했었어.
Q:오락실은 어땠어요?
A:이전에 오락실은 동네 형들이 담배를 피우고 때때로 돈을 뺏기도 하는 안 좋은 기억도 있지만 대체로 현실과 동떨어진 자신만의 세계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좋았던 곳으로 기억해. 이제는 오락실도 흔치 않고 환경도 그때와 다르게 많이 쾌적해졌더구나. 오락실 게임도 많이 발전해서 그래픽도 좋아지고 기술도 다양해지고 복잡하지만, 그때 그 시절에 단순했던 기능의 오락 게임이 그리워진단다.
Q:어떤 게임이 있었나요?
A:겔로그, 엑쓰리온, 벌떼, 1942, 너구리, 벽돌 깨기, 로보트레슬링, 솔로몬의 열쇠 등이 있었어. 1단계를 통과하면 2단계가 되고, 그런 식으로 단계를 높여가는 게임이 많았어. 이런 단순한 게임들을 좋아했는데 반복하고 집중하면서 이루는 성취감으로 인해 기분이 아주 좋았고, 열심히 하고 난 후 후련함 같은 게 있었어.
Q:어떤 게임을 많이 하고 잘 하셨나요?
A:못 하는 게임 빼고 다 잘했다.
Q:오락실 게임을 잘하는 팁이 있나요?
A:타고난 운동신경이 조금 필요하고 내가 모르는 것이 생겼을 때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는지 관찰하거나 물어보면 다음에 써 먹을 수 있어.
어느덧 우리가 도착한 오락실은 노량진에 있는 ‘000 타운’이란 게임장이었다. 아빠는 이 오락실이 전설의 게임자들이 모여서 배틀하던 곳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런지 그곳의 사람들은 모두 게임을 잘 했다.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있었고, 우리처럼 가족과 함께 온 사람도 보였다.
오락실을 살피고 난 후 철권,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게임을 직접 해보았다. 직접 해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묵직하던 아빠의 동전지갑이 홀쭉해질 때까지 게임을 하였다. 아빠가 말씀하셨던 후련한 느낌이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오락실에 가기는 힘들지만 형형각색의 컨트롤러로 하는 게임이 키보드로 하는 온라인게임보다 더 실감났다.
돌아오는 길에 아빠는 말씀하셨다. "아빠만의 것을 너희들이랑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좋구나." 직장에 다니느라 우리와 놀 시간이 없는 아빠와 함께 아빠가 어릴 때 게임하던 곳인 오락실에 가니 매우 뜻깊었다. 아빠와 함께 오락실에 가끔 놀러가는 것도 오락실이 별로 없는 우리 세대에 아주 특별한 추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