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욱서울보광초등학교
“어이, 거기 지휘자 양반! 여기 와서 이 우물 좀 들어요!”
“하하하!!”
“아니, 지금 뭐해요? 이리 와서 이것 좀 들으라니깐. 참 웃기는 양반 일세.”
연극 속의 하인인 삼돌이가 하는 말이다. 삼돌이가 한 마디 할 때마다 관객들은 웃음이 터졌다.
2011년 9월 10일 오후 7시,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국립국악원 앞마당에서는 2011연희축제 폐막공연 <시집가는 날> 이 열렸다. 국립극장 소속의 극단 “미르”에서 공연을 펼쳤다. 옛 이야기 “맹진사댁 경사” 이야기를 극화한 것이다. 시작 전, 하인 역인 삼돌이가 우물을 낑낑대며 들고 왔다. 그러더니 갑자기 옆에 있던 지휘자에게 우물을 들라고 시켰다. 지휘자가 가만히 앉아 있자, 참 웃기는 양반이라고 불평을 하며 우물을 내려놓고 관객들에게 박수와 함성을 지르라고 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작게 친다고 나가려고 했지만, 사람들이 함성과 함께 뜨거운 박수를 쳐서 막을 열어 주었다. 뒤에 있던 연주자들의 ‘새야새야’ 라는 음악 연주로 시작했다.
벼슬을 돈으로 산 맹 진사의 딸 갑분이가 이웃마을 부자 김 판서 댁 아들과 혼인을 제안 받자, 사위가 될 사람은 보지도 않고 결혼을 승낙하는데, 지나가던 나그네로 변장한 김 판서 댁 아들은 일부러 맹진사가 살고 있는 마을에 와서 김판서 댁 아들이 등도 곱사등이고, 절름발이라고 한다. 그러자 놀란 맹 진사가 종 이쁜이에게 갑분이인 체하고 대신 결혼하라고 한다. 그런데 결혼식 날 나타난 신랑은 멀쩡하고 잘생긴 사람이었다. 이쁜이는 자신이 갑분 아씨가 아니라고 결혼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어쩔 줄을 모르는 이쁜이에게 자기가 곱사등이고, 절름발이라고 한 것은 마음씨가 고운 여인을 맞이하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이쁜이를 아내로 맞는다. 뒤 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온 갑분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 공연은 배우들의 코믹한 연기로 재미도 있으면서 국악이 곁들여져 있어 다른 공연보다 사뭇 색달랐다. 착하고 정직하게 살면 복을 받을 수 있다는 교훈이 담겨 있었다. 함부로 사람을 대하던 못 된 갑분이는 복을 받지 못했지만 지나가는 나그네라도 잘 대하던 착한 이쁜이는 복을 받았다. 결혼식 마지막에 이쁜이와 김판서 아들의 “마음이야”하는 이중창이 기억에 남는다. 사랑하는데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내용이었다. 공연 중간중간에 유명한 드라마의 한 장면을 패러디하고, 잘 알려진 노래도 패러디해서 나와서 극의 재미를 더했다. 책으로 봤던 전래동화를 극으로 보니 더 생생하고 재미있었다. 이런 창작 공연이 더욱 많이 생겨나서 자주 쉽게 접할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