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욱서울보광초등학교
2011년 10월 4일, 서울시 서초구 소재 국립국악원에서는 ‘한글을 만나다 언문외전’ 이란 공연이 열렸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기까지를 소리 극으로 표현한 것이다. 전통 민요와 소리꾼들의 노래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7시 30분이 되자 막이 올라가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이승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는 것을 직감한 세종대왕은 훈민정음 창제 과정을 연극으로 벌이자고 궁궐을 떠도는 들풀마마에게 말한다. 들풀마마들은 경복궁 마룻바닥에 깃들어 살고 있는 백성들의 영혼들이다. 들풀마마들은 이승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는 세종대왕을 위해 기꺼이 연극을 펼친다. 그런 후엔 지난 기억들이 펼쳐진다.
장터에 나가 보았더니 백성들은 모두 까막눈이라 글을 읽고 쓸 줄 모르고 한탄하는 노래가 들려온다. 어렸을 때의 세종대왕은 자기를 누나처럼 돌봐주던 계집종 미지를 위해 임금이 되면 백성들을 잘 살게 해 주고, 죽은 미지의 엄마에게 편지를 써주겠다고 약속한다. 왕위에 올라 미지와의 약속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30년이 지난 후 담 너머로 들려오는 연가를 듣고 약속이 다시 떠올라 한글 창제에 몰두한다. 한글 창제를 위해 비밀리에 속리산 복천암 승려들에게 언어 연구를 시키지만 그 사실을 안 유생들은 강력하게 반대한다. 글꼴을 찾기 위해 문서를 구해오라고 승려들을 서천 서역으로 보낸다. 그러나 살아 돌아온 승려들은 몇 되지 않는다.
한양 최고의 명창이 부른 민요를 들은 세종대왕은 우리 소리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 8도 민요를 통해 목구멍소리(아), 어금닛소리(설), 혓소리(순), 이소리(치), 입술소리(후)의 이치를 알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한글 창제를 반대하는 중국이 사신을 보내 협박을 한다. 사신에게 한마디도 못한 세종대왕은 굴욕감을 느끼며 더욱 한글 창제에 몰입한다. 한글 창제를 계속하고 있는 세종대왕 앞에 꿈처럼 미지가 다시 나타나 어린 시절 들려주었던 맹꽁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난한 동물들에게 모든 것을 나누어 준 맹꽁이가 도깨비 방망이 같은 화수분 바가지를 얻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세종대왕은 한글을 만들면서 심한 열병을 앓지만 그 속에서도 한글 창제를 위해 열심히 연구를 한다. 새로운 글꼴을 찾고자 고민하던 중, 자연의 소리를 통해서 한글 소리의 이치를 완성해 간다. 한글 창제를 반대하던 유생들은 한글을 만들어 불교 국가를 꾸민다는 역모로 승려들을 잡아들여 죽일 것을 요구한다. 귀양 가는 승려들을 지키지 못한 괴로움에 병을 얻은 세종대왕은 온양에 있는 온천에 간다. 그 곳에서도 한글 창제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하늘과 땅 사람 등 자연의 이치가 담겨 있는 한글의 모음을 만드는 데 성공하고 마침내 한글을 반포한다. 창제 된 한글을 통해 글을 읽고 쓸 줄 알게 된 백성들의 모여 까막눈이 광명을 찾았다며 기쁨의 노래를 부른다. 연극이 끝나고 온 백성의 애도 속에 세종대왕은 돌아가셨다는 내용이었다.
언문외전 공연을 통해 세종대왕님이 한글을 만들려고 얼마나 노력을 하고 고생을 했는지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우리의 민요와 한글이 만나 한 판 신나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던 멋진 공연이었고 까막눈이었던 백성들을 위해 중국의 위협에도 끝까지 맞서며 많은 노력을 한 세종대왕님의 사랑에 감동을 받았던 좋은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