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4일 햇빛이 환하게 비치는 오후, 가족들과 함께 성읍민속마을에 갔습니다. 한라산 중간 지대에 위치해 있는 성읍민속마을은, 제주가 3개의 행정구역으로 나뉘어 있을 때 정의현이라 불렸던 곳의 도읍지입니다. 또한 성읍민속마을은 약 500여년의 제주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제주를 대표할 만한 민속 유물과 유적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성읍민속마을에는 실제 주민들이 살고 있어 생동감이 느껴졌습니다.

위 사진은 현재 성읍민속마을에 살고 있는 조일훈씨의 할아버지가 1901년에 건립한 성읍 조일훈 가옥입니다. 원래 이집은 소와 말을 많이 길렀기 때문에 곳곳에 말을 묶어두는 시설물과 물을 먹이는 돌구유를 두었습니다. 안마당에서 텃밭으로 통하는 우영목에는 소와 말의 출입을 막는 정낭을 설치했습니다. 또한 돈을 보관해 두었던 큰 궤 등 당시의 살림살이를 알려주는 민속물이 많이 보존되어 있습니다.

성읍민속마을의 가장 오래된 나무라고 할 수 있는 성읍리 느티나무와 팽나무입니다. 느티나무가 있던 곳은 고려 충렬왕 때 매우 울창한 숲이었다고 합니다.

제주도 유형 문화재인 일관현입니다. 이 건물은 정의 현감이 일하던 청사로 현재 군청과 같은 곳입니다. 처음 정의현은 성산면 고성리에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왜구의 침입이 잦아 1423년 위치를 옮겼습니다. 지금의 건물은 옛 건물을 헐고 조선시대의 것을 고증하여 1975년에 복원한 것입니다.

마을을 둘러싼 성곽을 비롯해 동헌, 관아와 향교 등이 보이고 안거리와 밖거리 두 채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제주의 가옥들이 돌담을 두르고 초가를 얹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아 있습니다. 천연기념물 제161호로 지정된 느티나무와 팽나무가 500년에 걸쳐 내려오는 마을의 역사와 전통을 보여주고 있으며 제주의 전통 농기구인 연자마와 제주의 상징인 돌하르방들이 성문 앞을 지키고 있습니다. 성읍민속마을은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제주의 향기가 묻어나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