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욱서울보광초등학교
4월 25, 26일 서울 서초구 소재 국립국악원에서는 특별한 공연이 열렸다. 바로 ‘위대한 유산, 세계를 만나다’라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기념으로 펼쳐지는 공연이었다. 형태가 없는 춤이나 음악, 놀이 등의 문화 중 지켜야겠다고 생각한 것을 뽑아 등재시킨 것이다. 이번 4월에 공연하는 4가지를 비롯해 판소리, 강강술래, 강릉단오제, 태껸 등이 있다고 한다. 25일에는 우리나라 전통 가곡과 종묘제례악을, 26일에는 줄타기와 남사당놀이를 했다. 나는 26일자 공연을 보았다.
공연이 시작되자 사회자가 걸어 나와 정중히 인사를 하고 사회를 하기 시작했다. 사회자는 “유네스코에 등록된 우리의 문화유산은 이제 우리의 것만이 아닌 세계의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 유산들을 모르면 안 되겠지요? 그래서 우리의 문화유산을 알아보기 위해 이 공연을 주최했습니다.” 라고 말했다.
첫 번째 순서는 줄타기였다. 무대 중앙에 커다란 기둥 위에 줄이 있었다. 인간문화재 김대균 줄타기 명인과 어릿광대가 나왔다. 뒤에서는 해금과 대금, 그리고 피리 두 개와 장구로 구성된 ‘삼현육각’의 악대가 나와 연주를 시작했다. 한 곡이 끝나자 줄을 타는 줄광대와 줄타기를 할 때 말을 받아주는 어릿광대가 인사를 하고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줄을 탈 수 있게 해주세요. 여기 오신 손님들 다 복 많이 받으세요.” 라며 고사를 지냈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상에 올렸던 사과와 막걸리를 나누어 주었는데 한 관객이 어릿광대가 사과를 주자 “이거 말고 술 줘, 술” 이라고 말해서 다른 관객들을 웃겼다. 어릿광대가 새타령을 부르고 줄광대는 줄에 올라갔다. 줄광대는 줄 위에서 걷고, 어릿광대와 익살스러운 말을 나누며 줄 놀이를 했다. 가끔 줄에 걸터앉거나 줄 위에서 양반다리를 하고 앉는 것, 그리고 가랑이 사이로 트램펄린을 타듯이 점프하는 고난도의 묘기를 펼쳤다. 줄광대는 “여기 오신 분들만 500년 동안 복을 받으시오!” 라는 말도 해 주었다.
이어서 남사당패가 나와 남사당놀이를 펼쳤다. 관객석 뒤쪽에서 등장한 남사당패는 시작부터 흥겨운 가락으로 우리의 흥을 돋우었다. 무대 안에 들어와서도 ‘우리 집에 왜 왔니’ 같은 동작을 취하며 계속 연주하고 춤을 추었다. 상모놀음도 했다. 소고를 치며 상모를 돌리는 시간이었다. 서커스의 접시돌리기 같은 버나돌리기도 하였다. 버나는 소고에서 손잡이를 뗀 것 같은 모습이었는데 짧은 막대기로 버나 돌리기, 긴 담뱃대로 버나 돌리기, 담뱃대에 막대기를 끼워 버나 돌리기, 버나 던졌다 받기 등이 있었다. 한 사람이 4명의 사람을 태우는 무동 태우기도 있었다. 제일 체력이 강한 아저씨 위에 또 한 아저씨 하나, 그 아저씨 옆에 한명씩 누나 둘, 맨 꼭대기에는 아이 하나가 올라가 무동을 완성했다. 일반인 같으면 엄두도 못 냈을 것 같은데 광대 아저씨들이 정말 놀라웠다.
다음 차례는 잘하면 살판, 못하면 죽을 판이라고 해서 이름이 ‘살판’ 인 공연을 보았다. 두 명의 아저씨가 나왔는데 한 명은 하는 척 하는 사회자 역할이고 또 한명은 진짜 재주꾼이었다. 한 명은 하는 척 하다가 어설프게 굴러서 우리들을 웃겨 주었다. 재주꾼은 연속 텀블링 같은 묘기를 보여주었다. 또 상모는 상모인데 아주 길어서 12발 상모라고 하는 것을 쓰고 돌리는 12발 상모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무형문화재를 직접 보니 줄타기와 남사당놀이 가 더욱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잘 이어받아 지켜나가면 우리의 후손들도 그런 문화재들을 즐길 수 있다. 앞으로 우리의 무형문화재의 소중함을 알고 잘 지켜나가면 한다.
8월 24일에는 판소리, 25일에는 처용무, 영산재, 강강술래 공연이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본 공연은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전석무료초대로 진행된다. ‘위대한 문화유산, 세계를 만나다’를 검색하거나 http://korearts.or.kr/ 검색하면 자세한 내용을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