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은인천부평동초등학교
#3. 벌어진 사이.
우리는 모두 문 쪽을 바라보았다. 서희가 문을 열어보니 예상대로 민지가 떡을 들고 서 있었다. 언제나 친구들을 만나면 꽃처럼 활짝 웃으며 인사하는 민지가 오늘은 웬일로 서먹서먹하게 인사를 했다.
"아, 안녕? 그냥 이 떡 가지러 왔어. 난 학원 가야하니까 먼저 갈게."
우린 처음만난 사이처럼 짤막하게 대답하고 민지가 가자마자 문을 쾅-소리 나게 닫았다.
#4. 별똥별
서희와 진주, 다혜, 소민이, 그리고 나는 항상 같이 다닌다. 화장실 갈 때도 같이 가고 집에 갈 때도 같이 간다.
쉬는 시간 종이 울리고 나서 서희와 진주, 다혜, 소민이, 그리고 나는 서희 자리에 모여서 이야기를 했다. 진주가 먼저 말을 꺼냈다.
"우리 이렇게 다섯이서 매일 같이 다니잖아."
"그래서?"
"우리 ‘별똥별’ 만들자."
"별똥별이 뭔데?"
"원래 이렇게 매일 같이 다니는 애들을 오총사나 삼총사, 뭐 이렇게 부르잖아. 우리도 그런 것처럼 별똥별이라는 우리만의 ‘파’를 하나 만들자. 어때?"
"그래!"
결과는 대찬성이었다. 모두 맘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 하긴, 진주는 워낙 상상력이 풍부하니까.
우린 학교가 끝나고 ‘샘물 팬시’를 들렸다. ‘샘물 팬시’에는 없는 게 없다. 예쁜 공책이나 샤프, 볼펜, 수첩 등 모두 내가 좋아하는 것들 천지다.
별똥별 단원들은 모두 ‘샘물 팬시’에서 똑같은 샤프를 샀다. 그 샤프는 디자인도 예쁘고 귀엽고, 색상도 일곱 가지나 있었다. 난 노란색, 서희는 분홍색, 진주는 하늘색, 다혜는 연두색, 소민이는 보라색을 샀다. 별모양 장식이 붙어 있고 한 소녀가 그려져 있는 샤프이다. 우리 별똥별 단원들과 왠지 어울리는 것 같았다.
"우와! 갖고 싶다."
갑자기 서희가 소리 쳤다. 서희가 가리키는 것은 곰돌이가 그려져 있는 작은 손거울 이었다.
"정말 갖고 싶어?"
진주는 이렇게 물어보고는 계산을 한 뒤에 서희에게 주었다.
"정말 나한테 주는 거야? 역시 넌 내 친구야."
서희가 말했다.
"우리 이거 사자. 너무 예쁘다."
이번엔 다혜였다. 1,800원 하는 반지였다. 나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엄마한테 심부름 값으로 1,000원을 받고 아빠한테서 4,000원을 받아서 돈도 넉넉히 있었다. 그런데 서희 손이 주머니를 쑤시고 있었다. 그리고 딸기 얼굴이 되었다. 난 서희가 돈이 모자라다는 것을 알아채고 700원을 빌려주었다. 서희가 고맙다며 새로 나온 초콜릿을 주었다. 무지 기분이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서희가 나에게 고맙다고 했으니.(그리고 나중에 꼭 보답을 하겠다고 했다.)
우린 샤프와 반지를 다 사고 나서 아름드리나무 그늘에서 주문을 외웠다. 이 주문을 외우면 우리 사이가 좋아진다나, 뭐라나.
"알라삐까 뽕짝꿍. 수리수리 삐까룸."
주문이 참 특이했다.
"수리수리 뽕짝꿍 삐까룸. 우리 사이에 금이 가지 않게 해주세요. 수리수리 알라삐까 뽕짝꿍."
서희가 주문을 외우니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우리가 정말 절친이 된 것 같았다. 그리고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우리 이 샤프와 반지를 누구한테도 빌려주면 안 돼. 주는 것은 더더욱 안 되고. 이 약속을 안 지킬 때마다 우리의 우정에는 조금씩 금이 가는 거야. 알겠지?"
난 기분이 좋았다. 아니, 좋은 것보다는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았다. 이런 기분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집에 늦게 들어와서 엄마께 혼은 났지만 말이다. 내일이 무척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