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욱서울보광초등학교
“공주님, 공주님, 선화 공주님. 날마다 서동님과 정 주고 받고. 밤마다 서동님을 껴안고 잔다.”
6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국립국악원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서동의 노래>라는 가무악극을 보기 위해서였다. 부여군충남국악단이 만든 이번 공연은 서울에 있는 국립국악원에서 특별히 기획한 공연이라고 한다. <서동의 노래>는 백제 왕실의 핏줄을 이은 백제 소년 서동이 선화 공주를 아내로 삼기 위해 서동요를 만들어 부르고, 백제의 무왕이 된다는 이야기를 가무악극으로 만든 작품이다.
드디어 공연의 막이 오르고, 무대에는 새벽의 시장 풍경을 배경으로 여러 명의 배우들이 등장했다. 마를 파는 서동과 아이들, 엿장수와 떡장수, 풍물패가 시장에서 물건을 팔며 흥겹게 노는 장면이 펼쳐졌다. 마를 다 팔고 집으로 돌아온 서동에게 어머니는 무예와 학문 수련을 열심히 할 것을 당부한다.
그 후, 백제의 왕인 위덕왕이 죽자 위덕왕을 태운 가마가 시장터를 지나며 장례식을 치르는 장면이 이어진다. 위덕왕의 동생인 부여계가 다음 왕위를 잇게 되고, 왕실의 핏줄을 가진 배소 부는 악공과 서동을 잡아오라고 명한다.
한편 서동의 어머니는 수색이 시작될 것을 예감하여 서동에게 자신이 위덕왕의 아들임을 알려주고 옆 나라인 신라로 떠나보낸다. 신라에 도착한 서동은 황룡사라는 큰 절에서 가족과 함께 불공을 드리러 온 선화공주를 보고 한 눈에 반하게 된다. 그래서 서동은 선화공주의 시녀라고 하는 사람이 선화공주임을 눈치 채고 자신이 아끼던 배소를 주게 된다.
서동은 선화공주와 결혼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친구인 맹달에게 노래를 퍼트리라고 말한다. 노래의 가사는 선화공주가 남몰래 서동과 만나고 잠자리를 같이 한다는 내용이었다. 맹달은 관객들에게 율동과 가사를 가르쳐주며 재밌게 함께 부르라고 한다.
신라에 그런 노래가 돈다는 것을 알게 된 조정은 발칵 뒤집혔다. 성골의 왕자가 없고 선덕, 천명, 선화 공주만 있던 왕실을 모욕하려는 음모라며 대신들이 일어났다. 급기야 백성들은 선화공주를 쫓아내라고 소리치기에 이른다. 진평왕은 깊은 고민에 빠진다.
그러던 중 소문을 퍼트린 자를 찾던 신라 병사들에게 쫓기게 된 서동은 벼랑 아래로 떨어지고도 살아남게 되었지만, 서동이 죽은 줄 안 부여계는 승리의 웃음을 짓는다. 신라 조정 역시 서동이 죽은 줄 알고 있었으나 선화공주는 서동이 보낸 편지를 받고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계속 노래와 소문이 돌자, 진평왕은 선화공주를 궁궐에서 쫓아내고, 성골이 아니라고 선언한다. 궁궐에서 쫓겨난 선화공주는 서동에게로 간다. 그 후 서동은 부여계를 몰아내고 백제의 무왕이 된다. 선화공주는 서동과 결혼해 백제의 왕비가 된다. 즉위식이 열리고 성대한 장치가 열리며 막이 내린다.
기자는 이번 공연을 통해 서동이 원래는 백제의 왕족이었고, 서동이 마를 잘 캐는 아이라는 뜻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국경과 신분을 넘어 신라의 공주와 결혼한 것도 놀라웠다. 특히 서동이 불렀던 서동요는 기억에 오래 남았다. 신분이 다른 선화공주와 결혼하기 위해 소문을 이용했다는 것은 조금 치사하지만 창의적이다. 기록에 따르면 백제 무왕은 지혜롭고 용맹했다고 한다.
부여에서 만들어진 백제 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이야기를 국립국악원에서 새롭게 만나볼 수 있어 더욱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