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욱서울보광초등학교
7월 29일, 서울 남산 옆에 위치한 국립극장의 별오름극장에서는 베트남 수중인형극이 열렸다. 이 공연은 한국과 베트남이 국교를 맺은 지 20년이 되어 기념 순회공연을 하던 도중, ‘2012 多(다)문화 페스티벌’에 참가하여 국립극장에서 공연을 한다고 했다. 극장 안으로 들어가니 커다란 수조에 궁궐 모양 판과 그 밑에 쳐져있는 커튼, 꽃 등이 설치되어 있었다.
베트남 수중인형극은 천년이란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다. 물은 인형에게 생명력을 주는 중요한 요소라고도 한다. 처음에는 왕의 장수를 기원하는 내용이었으나 점차 농경문화에 대한 내용으로 바뀌어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4시가 되자 공연을 시작했다. 머리를 양쪽으로 나누어 묶은 츄테우라는 농부 인형이 나와 자신과 베트남 인형극을 소개해 주었다. 베트남어로 말해서 무슨 말인지는 못 알아들었지만 리플렛에 츄테우는 천국에서 감을 훔치다가 추방되었는데 이 세상이 너무 혼란스러워 자신이 직접 해결해야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한다. 혼자서 막 말하고 까르르 웃는 츄테우를 보고 관객 모두 웃었다.
츄테우가 들어가고 황금빛 용 두 마리가 물속에서 솟아나왔다. 이 두 마리의 용은 뱀처럼 물 위를 돌아다니다 물을 머금고 관객들에게 뿜어내기도 했다. 정말 놀라웠다. 사자같이 생긴 기린도 두 마리가 나와 서로 공을 차지하려고 싸우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평범한 일상생활이 펼쳐졌다. 농부들이 소를 끌고 나와 쟁기질을 하고, 모내기를 했다. 가끔은 소가 모내기를 하는 풀을 먹으려고 달려들어 쫒아내야 하는 재미있는 해프닝도 일어났다. 용이나 기린이 나올 때는 수조가 커다란 호수같이 보였는데 농부들이 농사일을 하는 장면일 때엔 일반 논 같이 보였다.
농사일을 잠시 쉬면서 일용할 양식을 잡는 모습도 나왔다. 개구리를 잡을 때에는 낚싯대를 이용해 잡았는데 개구리가 물을 튀기며 막 도망치는 모습이 마치 개구리가 사람을 놀리는 것 같이 보였다. 다음에는 남자들이 보트경기를 하는 모습도 나왔다. 보트 두 대를 마련해 경주하는 모습을 표현했는데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물고기를 잡는 모습도 나왔다. 고깃배를 가지고 온 사람, 소쿠리를 가지고 온 사람, 통발을 가지고 온 사람 등 도구는 다양했지만 물고기를 잡으려고 하는 마음은 같았다. 한 사람은 물고기가 고깃배 위에 지나가자 낚시하는 사람의 머리에 통발을 씌우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아이들이 웃었다.
요정의 춤도 감상했다. 작은 요정 6명, 큰 요정 2명으로 나왔는데 모두 팔과 허리에 연결된 막을 가지고 있어 펼치면 꼭 하늘다람쥐 같이 보였다. 요정들은 빙글빙글 돌거나 막을 펼쳤다 말았다 하며 춤을 추었다. 베트남 사람들과 요정들이 함께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소망이 춤 속에 담겨져 있다고 한다.
요정들처럼 베트남의 상서동물인 용, 기린, 거북, 봉황 네 동물들도 춤을 추었다. 용은 아까처럼 물을 뿜어내고, 기린은 돌고래 같이 물 위로 솟아올랐다 내려오는 것을 반복했다. 또 ‘봉황과 거북은 날개를 퍼덕이거나 목을 뺐다 넣었다’ 하며 춤을 추었다.
공연을 본 초림초등학교 4학년 유예중 어린이는 엄마를 통해 이 공연을 알게 되었고, 공연이 신기하고, 다문화에 대해 이해를 더 잘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베트남 수중인형극은 나무로 만든 인형으로 물 위에서 많은 동작들을 멋지게 펼쳐내는 기술이 아름답고 놀라웠다. 수중인형극을 보며 베트남의 오랜 역사를 지닌 공연 문화도 알 수 있었다. 베트남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쌀국수와 월남쌈 외에도 천년의 역사를 가진 수중인형극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