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은인천부평동초등학교
서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그런데 소민이가 살며시 웃는게 보였다.
‘어, 소민이가 왜 저러지?’
내가 이렇게 놀라는 이유는 소민이는 민지가 따돌림 당한 후로 서희와 친해진 친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민이는 항상 서희 편을 들어준다. 게임을 할 때도 소민이는 편 가르기를 해서 서희와 같은 팀이 안 되면 계속 다시하자고 한다. 그러고선 나중에는 자기는 어떻게 항상 서희와 같은 팀이 되냐면서 호들갑을 떤다. 정말 얄미운 녀석이다.
그리고 저번에 서희가 청소를 하다가 모르고 화분을 깨뜨렸을 때도 소민이는 서희가 싫어하는 민지 탓으로 돌렸다. 소민이 때문에 죄 없는 민지가 혼나야했다. 소민이는 좋게 봐줄 수 없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애가 서희가 혼나는데 웃고 있다니, 말이 안되는 것 아닌가?
교실 바닥에 서희 눈물이 한 방울씩 떨어졌다. 서희는 맨날 자기에게 불리한 일이 생기면 우는 척을 한다. 그러면 친구들은 서희를 달래준다. 난 그럴 때보면 서희가 배우를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작고 가냘픈 목소리가 교실을 울렸다.
"수, 수연아.. 수학.....1, 15번....... 흑, 흐흑.."
"그럼, 네가 지금까지 백 점을 맞아왔던 게 이것 때문인 거야?"
선생님께서는 단단히 화가 나신 듯 했다. 정말 호랑이보다 무섭다.
"......"
"양서희! 그런 거야?"
"....네......."
서희가 힘겹게 말했다. 서희는 아마 전교생에게 창피를 당해야 할 것이다. 그러게 처음부터 그러지 말 것이지, 한편으로는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서희, 방과 후에 남아라."
우리는 5과목 시험을 다 보고 나서 각자 집으로 갔다. 그런데 그때, 소민이와 진주가 함께 여자화장실 두 번째 칸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나는 손 씻는 척하면서 둘이 하는 얘기를 엿들었다.
"다혜야, 걔 진짜 웃기지 않니?"
"그러니까. 어떻게 수연이한테 그럴수가 있냐. 정말 이해가 안 가."
‘걔가 혹시 서희?’
난 계속 엿들었다. 난 호기심이 너무 많아서 탈이다.
"야, 그럼 서희가 그동안 계속 올백 맞은게 그 쪽지 때문인가? 아마 양서희 선생님한테 혼 많이 났을걸."
"조금 불쌍한데. 우리 자세한 얘기는 이따 저녁에 메신저로 하자."
나는 얼른 집에 와서 스마트폰을 켜고 서희에게 메시지를 보내보았다.
-서희야 괜찮아...?
15분 쯤 지났을까, 진동이 울렸다.
-응, 조금. 나 진짜 많이 혼났어. 나 다신 안 그럴 거야. 근데 나한테 괜찮은지 묻는 애가 너밖에 없네. 소민이랑 진주도 연락이 없고... 너 혹시 소민이랑 진주 봤어?
-안 봤는데?
-그래, 안녕! 나 공부해야 돼서^^
-응! 내일 봐.
난 아까 소민이와 진주가 한 얘기 때문에 조금 찝찝했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