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욱서울보광초등학교
2013년의 설날인 2월 10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에서는 2013 국립국악원 설날기획공연 ‘설, 여민동락(與民同樂)’이라는 공연이 열렸다. 여민동락이란 ‘백성들과 즐거움을 함께 나눈다’라는 뜻의 고사성어로 설을 맞은 모든 이들이 함께 즐거움을 나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설날 휴일인 만큼 많은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았으며, 외국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야외마당에서는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널뛰기는 물론이고 투호와 제기차기, 팽이치기, 그리고 짚으로 만든 수레 등을 즐길 수 있게 준비되어 있었다. 로비에서는 토정비결을 보거나, 가훈을 써 주는 곳도 있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번 공연은 ‘신년다객’이란 이름으로 사연을 받은 뒤, 그를 통해 선발된 16명이 직접 공연에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들은 관람석이 아닌 무대에서 예를 갖추고 차를 받으며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차를 달이는 사람들은 화윤 차례 문화원의 회원들이라고 했으며, 사회는 이정표라는 이름의 국악 가수가 맡았다.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고 탈을 쓴 5명의 사람들이 춤을 추는 ‘처용무’를 보았다. 처용무는 액운을 떨쳐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 궁중에서 벌어지는 좋은 일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 공연이라 했다. 방향을 나타내는 파랑, 하양, 노랑, 검정, 빨강 다섯 가지 색의 옷을 입은 무용수들이 느린 음악에 맞춰 똑같이 춤을 추거나, 돌면서 서로를 만나 인사를 하듯 춤을 추곤 했다.
다음으로는 지역별 민요 공연이 이어졌다. 경기와 서도(황해도와 평안도 지역), 남도(전라도 지역)의 민요를 들을 수 있었는데, 대표적인 경기 민요에는 ‘금강산 타령’, 서도엔 ‘긴난봉가’와 ‘사설난봉가’, 남도에는 ‘널뛰기’라는 민요가 있었다. 민요를 부르는 사이에 우송헌, 김영삼이라는 분들이 등장하여 무대 중앙에 마련된 자리에서 매화와 대나무가 있는 매죽도를 그렸다. 무대에 있는 화면을 통해 매죽도가 그려지는 모습을 자세히 지켜볼 수 있었는데, 잠깐 사이에 그림이 완성되는 모습에 관객들은 모두 놀라워했다.
이어진 난센스 퀴즈에 공연장의 분위기는 한층 더 무르익었다. 사회자가 문제를 내자 답을 알고 있는 아이들이 손을 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저요!, 저요!’를 외쳐댔다. 그렇게 문제를 맞힌 어린이와 관객 몇 명은 기분 좋게 선물도 받아갔다. 어린이들이 잘 알고 있는 ‘설날’이라는 동요도 유소년 국악단인 푸르미르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어 더욱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