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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호 12월 2일
 
사랑의 꽃아, 피어라! 652 2010-12-05 58

여러분들은 지금 누구와 있나요? 가족? 친구? 이웃? 우리 주변의 한 구석에는 너무나 몸도 마음도 외로워 사람이 그리운 분들이 있습니다. 제 주위에도 그런 분이 한 분 계셨습니다. 저희 외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4월 11일 일요일 혼자 외로이 생활 하시는 권용석 할머니 댁으로 향했습니다. 할머니댁에는 주방과 좁은 방 하나가 있었습니다. 제가 찾아간 날은 바람이 많이 불고 추운 날이었는데도 방석 크기 되지 않을 만큼의 핫팩을 발에만 따뜻하게 하고 계셨습니다. 전기세가 많이 나올까 걱정이 되셨나 봅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저는 푸른누리 기자 대구대덕초등학교 6학년 이채현이라고 합니다."

먼저 저는 제 소개를 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께서 몸이 많이 편찮으시다고 해 걱정이 되어 어디가 많이 아프신지 한 번 여쭈어보았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시며, "나이가 들어 늙으니 안아픈 데가 있겠나."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할머니께서는 당뇨병을 앓고 계셨습니다.

할머니께서는 54세 때부터 (지금 현재 연세는 81세이십니다.) 당뇨를 앓으셔서 많은 합병증까지 얻으셨다고 합니다. 몸속에 끼워 넣은 인공 심장 박동기, 갑상선, 관절염, 각막염증, 화상으로 인한 발상처 때문에 발가락 하나가 곪아가고 있었고, 신장병까지... 어떻게 이렇게 많은 병을 가지고 계실까? 제 마음이 아려 왔습니다. 할아버지(할머니의 남편분)께서는 6.25전쟁 때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그 때는 할머니께서 뱃속에 아기를 가진 지 7개월 째였습니다. 할머니의 댁은 물론, 온 마을이 잿더미가 되어있었다고 합니다. 따님이 태어나셔서 어린이가 되었을 무렵 할머니께서는 어떻게든 돈을 벌기 위해 연탄을 머리에 이고 가정집에 배달도 다니시며 온갖 고생을 다 하셨다고 합니다.

할머니 따님은 지금 서울에 살고 계십니다. 막 60대에 들어서신 따님도 병이 나셔서 할머니께서는 현재 나오는 연금의 절반 이상을 따님 병의 치료비로 보태고 있고, 나머지는 할머니 생할비와 병원비로 쓰신다고 하셨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눈물이 나오려고 했지만 꾹 참았습니다.

저는 할머니의 마음을 위로해 드리고 싶어서 학교 음악시간에 배웠던 전래민요 ‘고사리꺾자’를 할머니께 불러드렸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잘 부른다하시며 칭찬해 주셔서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국어책에서 읽은 ‘방구아저씨’라는 일제강점기 때의 슬픈 이야기와, 음악선생님께서 말해 주신 ‘갑순이와 갑돌이’라는 우스운 이야기도 해드렸습니다. 할머니께서는 매우 재미있어 하셨습니다. 방구아저씨가 일본순사의 멱살을 잡아 날렸다는 이야기를 할 때에는, 할머니께서 "방구로 날렸나?" 하셔서 어머니와 동생, 저는 모두 까르르 웃었습니다.

할머니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드리니 할머니께서 일제시대 이야기도 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어머니, 저 그리고 동생은 다함께 할머니의 어깨, 팔, 다리를 주물러 드렸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오늘 내가 너무 호강한다." 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으셨습니다. 할머니께서는 평생 이렇게 다른 사람이 어깨를 주물러 준 것이 처음이라고 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씩 오시는 도우미 분은이 계시지만 기본적인 청소나 집안일들을 해 주신다고 합니다.

하지만 할머니께서 진정으로 바라시는 것은, 할머니를 향한 따뜻한 사람의 정과 사랑이 아닐까요? 할머니께서는 요즘에는 자신의 할머니도 잘 찾아뵙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렇게 찾아와 주어서 너무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만 계속 되풀이 하셨습니다. 그말을 듣고 있는 제가 더 감사했습니다. 아니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몸이 아픈 곳도 없고 부모님도 저에게 부족함 없이 모두 해 주시고, 주위에 가족들과 친구들도 많고 푸른누리 기자단이라는 좋은 기회도 가지고 있는데 항상 만족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너무 할머니의 우울한 이야기만 들어본 것 같아서 할머니께서 일생에서 가장 좋았던 일은 무엇이었냐고 여쭈어 보니, 따님이 결혼해서 사위를 얻었을 때와, 따님이 공부를 잘 해 좋은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다니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희에게도 공부를 열심히 해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일생에서 가장 좋았던 일 모두가 따님에 대한 이야기라서 할머니의 깊은 따님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와 제 동생은 방청소를 해드리고 우리 어머니께서는 부엌청소도 해드리고 할머니 점심식사도 차려드렸습니다.


떡과 과일도 같이 먹고, 즐거운 이야기꽃을 피우며 할머니께 푸른하늘 은하수 노래도 가르쳐드리고 손동작도 같이 해보았습니다. 할머니께서 즐겁게 웃으시다가도 한 번씩 ‘휴~’하고 한숨을 쉬시길래, "할머니 한숨만 자꾸 쉬시지 마시고요, 좋은 생각만 하세요 그렇게 하셔야 건강에도 좋아요." 하고 말씀드리니, "가슴이 답답해서 자꾸만 한숨이 나온다... 앞으로는 한숨 많이 쉬면 안되겠네." 하시며 웃으셨습니다.

할머니 댁을 들어서기 전, ‘할머니 댁에 찾아가서 어색하면 어떻게 하지?’ 했던 저의 생각과는 달리 할머니 댁이 진짜 저희 할머니 댁처럼 편안해졌습니다. 할머니와 헤어질 시간이 되었지만 이만 가봐야겠다는 말이 입안에서만 자꾸만 맴돌았습니다. 다시 혼자 계시게 될 할머니를 생각하니 마음이 자꾸만 약해졌습니다. 저희가 갈 때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할머니께서는 대문 밖에까지 나오셔서 손을 흔들어 주셨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저를 꼬옥 안아 주셨습니다. 저도 할머니의 손을 꼬옥 잡았습니다. 할머니께선 자꾸 제가 뒤돌아보게 만드셨고, 저희가 안보일 때까지 그 자리에서 서 계셨습니다. 오래오래 그렇게...


오늘 몸은 조금 피곤했지만 더 많은 것을 얻고 더 소중한 것을 얻은 것같습니다. 저에게는 할머니가 한 분 더생겼으니까요. 할머니 집을 방문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평생을 고생만 하시다가 병을 얻어서 노후를 힘들게 보내시는 할머니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저 잠깐 청소만 도와주는 것보다 진심으로 어려우신 분들을 사랑으로 도와주시는 분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몸이 많이 불편하시고 혼자 외로이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위해서 무료 요양시설들을 많이 지어 외롭고 힘든 분들끼리라도 서로 의지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사랑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속의 외톨이가 없는 정겨운 우리나라를 만들도록 주변의 어려우신 분들을 찾아가 말벗도 되어드리고, 청소도 해드리고 하는 것은 어떨까요? 그러면 우리나라는 봉사의 꽃들로 뒤덮이는 아름다운 나라가 될 것 입니다.


‘봉사의 꽃아, 피어라!’, ‘사랑의 꽃도 피어라!’

이채현 독자 (대구대덕초등학교 / 6학년)
 

저는 찬바람이 쌩쌩 부는 날씨에 골목의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사랑이 꽃 필 수 있는 작고 허름한 집에 찾아갔습니다. 그 곳에는 ‘권용석’할머니께서 살고 계셨지요. 그 분의 발에는 추운 날씨에도 핫 팩 하나만이 온기를 전하고 있었지만 할머니의 말벗이 되어드리고, 안마를 해 드리고, 엄마께서는 밥을 차려 주는 그것 만으로 권용석 할머니의 댁에는 사랑의 꽃의 온기가 어렸지요. 지금도 제가 시간이 될 때면 찾아뵙고 전화로 인사를 드립니다. 권용석 할머니 께서는 친손녀처럼 그런 저를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권용석 할머니와 저를 이어 준 푸른누리에게 감사하며 추천합니다.

 
이채현 [rkslsld111]  
 
박소영 2010-12-06 18:45:33 혼자 사시는 할머니께 말동무를 해 주고 기쁘게 해 주신 것이 마음에 와 닿았다. 채현 기자의 따뜻한 마음이 와 닿았고 권용석 할머니께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은경 2010-12-07 14:23:45 채현 기자님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수 있는 훈훈한 기사 추천 합니다. 권용석 할머니께서도 오래오래 건강 하세요.
양정엽 2010-12-10 19:50:05 할머니의 이야기가 너무 슬퍼요.
가족이 함께하고 건강 하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에요.
추천합니다.
이채원 2010-12-11 18:30:53 언니의 따뜻한 기사 잘 읽었어!
권용석 할머니께서 빨리 건강해지시면 좋겠어
추천 하고 갈게
노연정 2010-12-16 17:51:30 채현아~축하해^^ 할머니의 마음은 너의 사랑으로 가득 채워졌을거야. 마음 따뜻한 기사 잘 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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