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변함없이 여름이 찾아왔고, 무덥고 습한 날씨가 우리를 지치게 한다. 무더위에 입맛을 잃어 가는 이맘 때면 온 가족이 건강하고 활기차게 여름을 보내라며 아빠가 해마다 잊지 않고 해주시는 음식이 있다.

바로 ‘프러포즈탕’이다. ‘프러포즈탕’이라는 음식 이름은 아빠의 프러포즈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아빠 엄마는 여름 휴가차 강원도로 텐트를 둘러매고 여행을 떠나셨다고 한다. 여행지에서 아빠가 해 주신 음식이 아빠표 백숙이었는데, 엄마는 아빠가 해 주신 백숙을 감탄사를 연발하시며 맛있게 드셨다고 한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아빠는 "나랑 결혼해주면 이거 평생 해줄게"라고 프러포즈를 하셨고, 그런 이유로 붙여진 이름이 바로 ‘프러포즈탕’이다. 시간이 많이 흘러 엄마 아빠의 사랑의 열매인 나와 내 동생도 아빠의 ‘프러포즈탕’을 해마다 먹고 있고, 우리 또한 아빠의 ‘프러포즈탕’에 감탄한다.

지금부터 아빠표 ‘프러포즈탕’ 요리법을 소개한다.

1. 재료 : 토실토실한 닭, 선명하고 잔뿌리가 없는 당근, 싱싱한 파, 싹이 트지않고 색이 퍼렇지 않은 감자, 통통하고 윤기가 나는 토종마늘, 싱싱한 부추, 그리고 죽에 필요한 만큼의 찹쌀을 준비한다.

2. 닭을 손질하여 큰 냄비에 넣고, 적당량의 물을 붓고 소금간을 한 뒤 센불로 끓인다.

3. 닭이 끓는 동안 씻어놓은 감자, 당근, 양파, 부추를 잘게 다진다. 이때 양파가 많이 들어가야 더욱 구수하고 향긋한 맛이 난다.

4. 닭이 보글보글 끓으면 쌀과 마늘을 넣고 계속 끓인다.

5. 닭이 거의 익을 때쯤 다져놓은 야채들을 한꺼번에 넣고 중불로 끓인다.

6. 닭이 완전히 익으면 솔솔 김이 나는 닭을 꺼내고, 야채와 죽이 어우러지도록 약한 불에서 끓여준다.

7. 죽이 끓는 동안 맛있게 익은 닭고기를 풋고추와 함께 먹는다.

8. 마지막으로 맛있게 끓여진 알록달록한 죽에 김치를 얹어 먹는다.

완성된 아빠의 요리를 매번 먹기만 하다가 이날은 앙증맞게 앞치마를 두른 동생은 이것저것 간섭하며 신이 났고, 나는 기사 작성을 위해 인터뷰와 사진을 찍으며 요리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맛있었던 아빠의 ‘프러로즈탕’은 아빠의 사랑과 정성에서 나온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아빠의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되어 나와 내 동생에게까지 전파된 사랑의 요리! 우리 집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명품 ‘프러포즈탕’이다. 내가 이 다음에 어른이 되고, 아빠와 엄마가 꼬부랑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면 이 요리를 엄마, 아빠께 내가 해 드릴 수 있도록 올 여름 전수 받아야겠다. 그 때의 요리 이름은 ‘대를 이은 가족 사랑탕’으로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만 해도 신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