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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호 12월 2일
 
어둠속의 대화-눈으로 보지 못한 상상의 세계 선물해 640 2010-12-08 48

여러분, 어느 날 세상의 모든 빛이 사라지고 눈으로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세상을 만나게 된다면 어떠시겠습니까? 물론 두려움이 앞설 것입니다. 그러나 어둠 속에 몸을 맡기고 청각과 촉각 후각에 의지하면 새로운 삶을 경험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요? 제가 여러분께 어둠 속에서 눈으로 보지 못하는 상상의 세계를 경험하는 멋진 전시를 소개할까 합니다.

"어둠속의 대화"는 1988년 독일에서 시작되어 유럽과 아시아 미국 등 전 세계 150개 도시에서 600만 명 이상이 경험한 전시로서, 2010년 1월부터 서울 신촌에서 상설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신촌에서 열리고 있는 <어둠속의 대화>를 취재하러 갈 때, 저의 취재 목적은 시각장애인의 삶을 체험해 보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이 전시를 체험하고 나오는 순간, 저는 시각장애인의 삶을 경험하는 그 이상의 감동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불안과 공포감 뿐이었지만, 보이지 않아서 더 볼 수 있는 세상이 있다는 놀라운 경험을 한 것입니다.

보이는 것 그 이상을 보는 전시 퍼포먼스 "어둠속의 대화"는 보이지 않는 삶에 대한 무한한 인간의 상상력과 보이는 삶이 가져다 주었던 고마움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또한 보이기 때문에 갖게 되는 편견으로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만지려 하지 않았던 생활을 뒤돌아 보게도 하였습니다. 정작 보이지 않으니 코에 스치는 바람에 냄새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작은 세상의 이야기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까지 귓가에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감촉만으로 내 손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맞추는 상상의 시장 놀이는 한 참이나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벽을 더듬으며 상상놀이를 하는 동안 제게 길을 안내해 준 것은 화이트 캔이라 불리는 시각장애인용 흰 지팡이였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제 손에 쥐어있는 흰 지팡이는 제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도구였습니다. 그리고 어둠속에서 끊임없이 우리와 유쾌한 대화를 나누며 우리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주셨던 로드마스터님은 우리가 한 발자국도 뒤쳐지지 않도록 항상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시며 우리의 마음을 안정시켜주었습니다.

산속 오솔길과 호숫가 그리고 큰 길 사거리를 지나 시장을 구경하고, 모터보트를 타고 강을 가로 질러 도달한 다크 카페, 향기로운 카페에서 마시는 달콤한 음료수까지..90분이라는 시간이 마치 10분처럼 느껴지는 스릴있고 즐거운 스토리가 가득한 전시였습니다.


우리를 인도하신 김동현 로드 마스터님과 다크카페에서 나눈 많은 이야기들, 무엇보다 가슴을 울린 것은 우리를 어둠속에서 능숙하게 길을 안내해 주신 로드 마스터님께서는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나는 이제 몇 발자국만 가면 빛을 볼 수 있지만, 90분 동안 나를 인도해 주신 로드 마스터님은 평생을 이런 어둠 속을 걸어 가셔야 한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습니다. 똑같이 안 보이는 상황에 놓여 보니, 시각장애인들과 우리가 다를 게 없는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더 똑똑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따듯한 손을 내밀어 주신 로드 마스터님께 전시 끝나고 인터뷰를 부탁드렸었던 제가 참 이기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숙연해졌습니다. 왜냐하면, 밝은 곳에서 나는 목소리로만 듣고 상상했던 김동현 로드마스터님의 얼굴을 보는 기쁨을 누리겠지만, 김동현 마스터님께서는 끝까지 나를 상상만 할 수 있으니까요. 그건 너무 불공평 하니까...저의 개인적인 욕심을 접고 이 감동과 김동현 마스터님의 모습을 마음으로 그리며 전시장을 나섰습니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떨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시각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을 대하는 편견과 차별을 없애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많은 반성을 하였습니다. 또한 김동현 마스터님께서 안내견과 함께 동행을 하시는데, 아직까지 안내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안내견을 출입시키지 않는 곳들이 많다고 합니다. 안내견은 애완동물이 아니라 시각장애인들의 신체의 일부분인데,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된다는 이유로 시각장애인의 길을 가로막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전시장에서 내가 의지했던 것은 흰지팡이를 내려놓으며, 내가 세상을 살면서 다른 사람의 흰 지팡이 같은 역할을 해야 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어둠 속의 대화"를 보고 나오니 문득 칼릴 지브란의 "보여 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라는 시 한 수가 떠올랐습니다.


"보여 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 그 뒤에 숨어 있는 보이지 않는 위대함에 견주어 보면......"


정희찬 독자 (무원초등학교 / 6학년)
 

푸른누리 동행취재 공고가 나기 전에 개인적으로 직접 전시를 체험한 후 쓴 기사로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고 추천을 받았던 인기기사이며 감동을 선사하기 때문에 이 기사를 추천한다.

 
정희찬 [kevin0519]  
 
이세빈 2010-12-22 15:56:02 저도 이곳에 가보았습니다..로드마스터 님이 시각장애인이라는 것이 무척이나 기억에 남는것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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