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선영회천초등학교
양주는 지도상 포천시와 가까이 위치해 있다. 가을 산행의 계절을 맞아 우리 가족은 6만 평 923m의 억새밭이 자아내는 늦가을의 풍경이 장관이라는 포천시 명성산을 다녀왔다. 명성산의 입구부터 차가 밀리기 시작했다. 이미 주차장은 만원이었고 등산객들로 혼잡했다. 주차요원의 도움으로 호수 근처에 주차를 하고 억새풀 등반을 하기 위해 간식거리가 든 배낭을 메고 입구를 찾았다.
산중턱까지 올라가야만 파도치는 억새와 단풍이 어우러진 경치의 장관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입구에 도착한 우리가족은 명성산 종합 안내도의 등산코스를 살펴보았다. 1코스는 주차장-비선폭포-등선폭포-궁예약수터-억새 군락지-팔각정-같은 방향으로 하산(8km 왕복 3시간 30분)으로 이어지는 코스였고, 2코스는 주차장-비선폭포-등선폭포-궁예약수터-억새 군락지-팔각정-자인사 방향으로 하산(10km 왕복 4시간 30분)으로 이어지는 코스였다. 평소 산행 경험이 별로 없어 제1코스를 선택했다. 비선폭포를 시작으로 등선폭포를 지나 억새 군락지까지만 등반하기로 했다. 명성산 정상은 억새꽃밭에서 북쪽으로 5km 이상 떨어져 있어, 억새꽃밭의 꼭대기인 팔각정 정상까지 오르는 것은 초보자인 나에게 무리였기 때문이다.
올라가는 길 옆에는 시원하게 내리치는 비선 폭포와 등선폭포의 물줄기가 흘렀다. 계곡과 폭포가 어우러진 장소에서 짙게 물든 단풍들은 나를 반겨주듯 간지럼 태운다. 휴식터에서 잠시 쉬며 물장구도 치고 단풍과 함께 사진도 찍었다. 억새밭의 하이라이트를 보기 위해 부푼 꿈을 가지고 잠시 후 다시 등반을 시작했다.
등반 후 1시간쯤 지나니 소나무 숲속에 나무를 잘라 지은 계단길이 나왔다. ‘난코스이니 초보자는 입산불가’라고 쓰여 있었다. 부모님이 등반을 하고 올 때까지 굵은 소나무와 참나무류들이 울창한 숲 사이로 비치는 맑은 하늘의 멋진 조화를 감상하며 기다리기로 했다.
자리에 누워 하늘을 올려보니 나무 틈새로 쨍쨍한 오후의 해가 떠 있었다. 수십 년 수백 년 묵어있는 그늘과 볕의 느낌이 분명하게 보였다. 바람은 그리 불지 않았고 땅에서 느껴지는 숨 쉬는 듯한 축축함은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었다. 주변의 아름다운 단풍잎들을 수집하기도 하고 개미들과 함께 장난도 치고, 배낭안의 간식들을 먹으며 등산객들의 표정들을 살폈다. 할아버지와 함께 손을 꼭 잡고 오르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니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렇게 시간이 후딱 지나고 드디어 부모님이 날 부르셨다. 아빠는 한참을 기다린 내가 지루했을 거란 생각에 앉으시자마자 “이런 광경을 봐야지 글이 나오지! 체력이 그게 뭔고?”라며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한장 한장 보여주셨다. 사진으로 억새들이 이룬 장관을 보니 ‘좀만 더 힘을 낼걸.’하고 후회가 밀려왔다.
명성산의 매력은 산과 호수가 함께 어우러진 풍경이다. 나에게 억새를 본 기분이 어떠냐고 물으면 높고 파란 하늘과 단풍나무 사이를 지나 보이는 은빛 억새의 풍경은 진한 주홍빛을 좋아한 김홍도의 가을 산수화 같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