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푸른칼럼 추천 리스트 프린트

황효성 (서울대 언어학과 박사)

추천 : 51 / 조회수 : 1897

뉴스 공유하기 C
					로그 미투데이 트위터 Facebook

한글의 세계화

“인다우 미아노 찌아찌아.”

(나는 찌아찌아 사람입니다.)

“인다우 삠발리 부리아소 바하사 찌아찌아 빠께 한글.”

(나는 찌아찌아어를 한글로 쓸 수 있습니다.)


지금쯤 까르야바루 초등학교 학생들은 이런 문장들을 어렵지 않게 쓸 수 있을 것이다. 한글로 된 교과서로 그들의 부족어인 찌아찌아어 교육이 시작된 지 한 달여. 아이들이 한글을 쉽고 빠르게 배우고 있다는 소식이 우리를 기쁘게 한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주(州)의 바우바우 시(市). 서울에서 비행기를 세 번 갈아타고 또 배를 갈아타야 들어갈 수 있는 이 섬에 찌아찌아 부족이 살고 있다. 그들은 고유의 언어를 가지고 있지만 그 언어를 쓸 수 있는 문자가 없고, 학교 수업을 비롯한 대부분의 공식 활동들은 공용어인 인도네시아어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수십 년 후에 언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히 강했고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도 높았다. 부족장 회의에서 한글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후, 찌아찌아 마을의 아비딘 선생님이 한국에 6개월 간 머무르면서 우리와 함께 교과서 편찬 작업에 몰두했고, 그 결과 한글로 쓰여진 찌아찌아어 교과서가 탄생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찌아찌아족은 왜 한글을 자신들의 공식 문자로 받아들였을까? 한글을 쓰기 전 찌아찌아족 사람들은 로마자, 아랍 문자 등으로 찌아찌아어를 표기하려는 시도를 했었다. 하지만 어떤 문자도 한글만큼 찌아찌아어를 쉽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었다고 한다. 로마자로 찌아찌아어를 표기할 경우 뜻이 왜곡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고, 아랍 문자는 배우기가 너무 어려워서 일반 민중이 쓰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한글은 소리글자로서 24개 자음과 모음의 조합만으로 사람이 낼 수 있는 거의 모든 소리를 적을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 또한 하나의 글자가 여러 개의 소리로 발음될 수 있는 로마자와는 달리 발음에 일관성이 있기 때문에 찌아찌아어를 왜곡 없이 정확하게 표기할 수 있다. 그리고 발음 기관을 본 따서 만든 자음과 하늘, 땅, 사람(·, ㅡ, ㅣ)을 조화시켜서 만든 모음에 획을 더하여 새로운 글자를 만드는 원리만 익히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어 널리 쓰이기에 가장 적합한 문자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에는 6천여 개 이상의 언어가 있지만 그 중 문자를 가진 언어는 3백여 개에 불과하다. 유네스코는 소수 민족의 언어와 유산이 사멸 위기에 처해있다고 경고하면서 ‘하나의 언어가 사라지면 인간의 사고와 세계관을 이해하는 도구를 영원히 잃는 것’이라고 했다. 찌아찌아족 사람들이 한글로 자신들의 언어를 기록하고 전통과 문화를 대대손손 계승한다면, 이는 한글 나눔의 시작인 동시에 언어의 다양성을 보존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지게 될 것이다.

황효성 (서울대 언어학과 박사)

추천 리스트 프린트

렌즈속세상

놀이터


Template_ Compiler Error #10: cannot write compiled file "/web/webapp/data/ipress/iprdata7/e3/school.president.go.kr_paper/template/kr/_compile/group/33/1/bottom.htm.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