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하 독자 (수원동신초등학교 /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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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우연치 않게 “서편제”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 영화를 보고 난 후 소리에는 한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초등학생인 기자에게 한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영화에서 들었던 그 소리가 여운이 남아 발길은 국악원으로 향했고 가야금과 민요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판소리에 관심을 가졌으나 주인공 여자 아이에게 한을 가진 소리꾼이 되기를 바래 아빠가 딸이 잠자는 사이 두 눈에 청강수를 넣어 두 눈을 멀게 하는 장면이 당시에는 겁이 나서 판소리는 아쉽지만 나중에 배우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국악인 김성녀 교수님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11월19일 수원 장안구민회관 한누리아트홀에서 “국악인 김성녀 교수님 특별 초청 강연회”를 열었습니다. 설레는 마음과 흥분된 마음으로 도착한 한누리아트홀에는 많은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1층과 2층 전석이 꽉 차 있어서 교수님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이 등장하자 어느 아이돌 스타보다 많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으며, 연세가 있으신데도 배우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게 우아한 자태와 화사한 얼굴에 미소를 머금으며 나오셨습니다. 순간 기자도 교수님의 나이가 되었을 때 저러한 모습이 되어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지역마다 말이 다른 것을 ‘사투리’라고 합니다. 그렇듯이 지역마다 민요의 특성이 다른 것을 ‘토리’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음악적 특성이 있는 토리별로 나눠보면 서도민요, 경기민요, 남도민요, 동부민요, 제주민요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서도민요는 황해도,평안도 지역의 민요를 말하며, 서도민요의 맛은 바이브레이션(떨림)이라 하며 이은관 선생님의 <배뱅이굿>이 유명합니다.
경기민요는 서울•경기 지방의 민요들을 말하며, 대중가요와 비슷하며 <닐리리야><창부타령><바람이 분다><뱃노래>의 민요가 있습니다.남도민요는 전라도를 중심으로 충청남도와 경상남도를 지역의 민요를 말하며, 굴곡이 심하며 목의 꺽임이 특징이며,<진도아리랑><육자배기><새타령>이 있습니다.
동부민요는 강원도•함경도•경상도 지역민요이며, <정선아리랑><쾌지나칭칭나네>가 있습니다. 제주민요는 제주도 지방의 민요이며 <오돌또기>등이 있습니다.
판소리는 판과 소리가 만난 것으로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 판은 여러 사람이 몰렸다는 것의 판을 벌렸다는 것과 같습니다. 판소리의 구성요소는 소리, 아니리, 발림, 추임새로 나눌 수 있으며, 청중이 하는 추임새는 2002년 월드컵 때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추임새로 잘한다 잘한다하면 정말 잘한다는 추임새의 기적을 믿기를 바랍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슬픈 노래를 슬프게 부르지 않습니다. 긍정의 힘과 신명을 가져서 부릅니다 문화사대주의가 있어 우리 것은 천한 것 외국의 것은 좋은 것이라 여기는 문화가 사라지기를 바랍니다."하시며 흥보가의 박타는 장면의 소리로 강연을 마치셨습니다.
지금의 기사로만 보면 지루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겠지만 실제 강연에서는 거론된 모든 민요를 맛깔나게 불러 주시면서 재담꾼과 같이 재미있는 표현으로 쉽게 설명을 해 주셨고, 혼자만의 강연이 아닌 다 함께 어우러질 수 있게 청중과 함께 민요를 부르셨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에 수없이 박수가 터져 나왔으며, 모든 청중이 강연이 다 끝나갈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며 강연의 끝남을 아쉬워했습니다.
콩닥콩닥 기다리던 인터뷰시간!
Q - 선생님의 어린 시절 꿈은 어떤 것이었나요?
A - 어린 시절 꿈은 선생님이었습니다. 지금은 교수가 되었으니 꿈을 이룬 셈이지요.
Q - 현재 대학교수님이신데 학생들이 가장 무서운 교수님이라 들었습니다. 왜 무서운 교수님이라 불리나요?
A - 내가 가르치는 학생을 최고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섭게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때론 엄마같이 따뜻하게 대해 줍니다. 가끔 졸업생들이 찾아오면 당시에 무섭게 해주신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도 합니다.
Q - 감기에 걸리시거나, 목이 쉬시면 공연을 어찌하시나요?
A – 제게 가장 무서운 것이 목입니다. 목이 쉬면 약을 먹고, 환경이 좋은 곳에 있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공연 도중이라면 병원에 입원을 해서 주사 맞고 공연을 하고 마치면 다시 병원으로 들어갑니다.
Q - 요즘 학생들은 국악보다는 대중가요를 좋아하는데요, 국악이 학생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 - 국악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어려울 수 있고, 어릴 때부터 교육적으로 국악교육을 잘 받지 못해서 그런 것입니다.
Q - 제가 몇 달 동안 가야금과 판소리를 배웠는데 레슨비가 비싸서 중단했습니다. 우리 것을 배우려고 하지만 고가의 레슨비 때문에 중간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 선생님이 배울 때는 돈을 내지 않고 다녔는데 서양교육의 틀을 따라가면서 레슨비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런 점은 우리 국악인들이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
Q - 국악을 전공으로 하려는 친구들에게 해 주실 말씀은 어떤 것인지요?
A - 요즘 국악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고 하는데, 우리 것을 배우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자랑 삼아서 꿈을 이끌어 나가야 합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꼭 국악의 꿈을 이루세요!
이렇게 인터뷰를 마치고 난 후 교수님께서 국악원에서 배운 노래를 아무거나 해보라고 제안을 하셨습니다. 정말 쥐 구멍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국악 교수님 앞에서 반년도 채 배우지 않은 민요를 부르라 하시니 인터뷰 할 때보다 심장이 더 두근거렸습니다. 사양을 하자니 바쁜 시간에 인터뷰에 응해 주신 교수님께 도리가 아니라 생각이 되어 “바람이 분다”의 민요를 불렀습니다. 가사는 민요지만 소리는 동요였으니 교수님은 기가 막힐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인자하신 표정으로 저를 포근하게 안아 주셨습니다. 엄마와 같은 포근함 가운데 번뜩 생각나는 것이 있었습니다.’민요를 배웠다고 말할 수도 없는 저를 교수님께서는 따뜻하게 안아주시는데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훌륭한 국악을 안아 주지 않았을까? 당연히 내 것이면 내가 챙겨야 하고, 우리 것이면 같이 가꾸어 나가야 하는 당연한 것이 지켜 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속이 상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우리 학생들이 지금부터라도 따뜻하고 포근하게 국악을 안아 준다면 햄버거 가게에서 가야금 소리가 흘러나오고, 피자집에서 태평소 소리가 흘러나오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 생각 됩니다. 머지않아 거리거리마다 사물놀이의 선율이 발맞춰 가볍고 흥겹게 걸어 가는 날! 추임새의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봅니다!
김초하 독자 (수원동신초등학교 /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