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 독자 (대구영신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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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우리 집에는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그 고함소리는 주인도 참 많다. 우리 엄마, 아빠, 오빠, 우리 동생, 그리고 나. 다섯 가족 모두의 목소리가 적당히 조화를 이루는 듯하다. 애초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듯한 짜증나는 고함소리였지만 많이 듣다 보니 점점 익숙해졌다. 아니, 고함소리에 익숙해졌다기 보다는 다섯 가족이라 부딪히는 일도 많아 그런 상황에 대한 대비법이 머릿 속에 하나 둘씩 쉽게 떠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 더 맞겠다. 우리 가족은 다른 가족에 비해 가족 수가 그다지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상생활에서 서로서로 충돌할 때에 대한 대처법을 시시각각 떠올리는 것을 보면 정말 특이한 것 같다. 그렇다면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 속으로 어느샌가 쏙~ 하고 빠져버린 가족 사이의 작은 다툼들. 우리가족만의 해결비법은 과연 무엇일까??
일단 한 달에 한 번씩 정도 작은 아빠 가족과 함께 할아버지 밭에 가서 밭일을 도와드린다. 지난번 일요일, 공부를 충실히 하지 못해 엄마께 한 번 크게 혼났었는데, 한껏 토라진 마음을 풀어준 마술같은 비법! 이것은 바로 ‘밭일 돕기’이다. 가족과 함께 시골길을 달리면서 맑은 공기도 한 번 음미해보고 도심 속에서는 생각도 못했던 자연의 상쾌함을 온몸으로 느껴볼 수 있었다.
지난 11월 14일 일요일, 밭에 갔을 때는 나뭇가지만 앙상하게 남아있었지만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 중순까지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과일이 주렁주렁 북새통을 이루었다. 자연의 변화를 보고, 듣고, 느끼면서 자연과 더불어 가는 삶을 살기 위해 더욱 더 노력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맑은 공기를 들이쉬며 가족들과 이야기꽃, 웃음꽃 등으로 아름다운 꽃밭을 가꾸어나가다 보니 오전의 스트레스와 엄마와 어색했던 관계도 금새 풀렸다. 마음도 서서히 열리고, 동생 민주와 민주 친구 윤이와 함께 진정한 무의 맛을 느껴보는 것도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그곳 할아버지 밭에서는 ‘서당나무’가 보인다. 400년을 우리나라와 함께, 우리의 선조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온 보기만 해도 든든한 서당나무. 옛날 우리 아빠가 타고 놀았다던 그 나무, 지금은 사라진 이름모를 서당의 흔적을 따스히 감싸준 서당나무....... 동생과 아빠와 함께 그 나무를 뜷어지게 쳐다보고 있자면 어디에선가 감동이 마음을 타고 눈까지 다가오는 것만 같다. 가족과 함께 흙 냄새를 맡으며 있는 힘껏 무와 배추를 뽑을 때에는 얼어붙은 줄로만 알았던 가족간의 사랑이 다시 싹트는 것 같다.
요즘은 나 자신이 이상하고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겪는 일이겠지만, 계속 엄마께 반항한다. 물론 일부러 반항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음 속 묻어두었던 스트레스가 똘똘 뭉쳐 언젠가는 가족들에게 세례를 퍼붓는다.
왜 가족에게만 그런 것일까? 특히 동생과 엄마께?? 나름대로 참고 참고 참아보려고 하지만 이유 모르게 자꾸만 부모님뿐 아니라 오빠와 동생 속을 발칵 뒤집어놓는다. 특히 동생과 엄마께 그럴 경우가 가장 많다. 동생은 그냥 간단하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그 사건을 잊을 때도 있고, 아니면 내가 부드럽게 변하면 된다. 동생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앞으로는 이런 일 없도록 하자’라고 말하면 동생 민주도 곧이어 ‘내가 더 잘못했어. 언니 미안해’라고 말해준다. 다행히 정말 착한 동생이기 때문에 싸움도 쉽게 풀린다. 풀리자마자 또 다른 다툼을 시작하는 경우도 적지는 않지만 말이다.
하지만 엄마와는 소통방법이 다르다. 실은 친구들뿐 아니라 부모님도 내 마음을 이해 못한다는 생각을 종종하곤 한다. 가장 큰 위로자는 다름 아닌 부모님이다. 하지만 말씀드렸을 때 바로 눈시울이 붉어질 것 같을 때에는 그냥 종이에다 편지를 정성껏 써서 엄마께 전달해드린다. 그러면서 살며서 미소를 지어 보이면 엄마도 곧 따라서 피식 웃어준다. 이런 때에는 우리 엄마가 정말 진정한 ‘센스쟁이’가 아닐까도 싶다.
아침에도 바쁜 데에 제대로 할 일도 잘 못해내서 엄마가 화나실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내게 문자로 엄청 가슴 찡한 내용을 전해준다. 많은 양의 문자가 내 눈 앞을 가리고 있지만 전혀 걱정 같은 것은 되지 않는다. 엄마의 문자를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옆에 엄마가 있는 듯 한 포근한 기분이 든다. 학교 셔틀 버스에서는 쏟아지려는 눈물을 가까스로 참고 휴대폰 화면을 길다란 손톱으로 타다닥 친다. 그 때 문자 한 자 한 자를 쓸 때마다, 마음에 씨앗이 하나씩 더 심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다.
5명이라서 집 안이 복잡할 때도 많다. 그렇게 있다 보면 가족이라는 작은 집단 속에서도 이런저런 다툼이 생긴다. 우리 가족은 그런 다툼들을 쉽게 해결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들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자연 속에 나가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배운다던가 마음을 열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던가. 이 두가지 방법은 정말 내가 큰 도움을 얻은 부분인 것 같다. 나중에 가서 크고 작은 다툼을 하게 된다면 쉽게 풀어헤쳐나갈 방법이 많기 때문이다. 더욱 더 아름다운 가정을 만들 수 있게 해준 여러 가지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 하늘만큼 땅만큼!!
김효진 독자 (대구영신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