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헌 독자 (대구복현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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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6살 때 처음으로 엄마와 아빠곁을 떠나 처음으로 1박2일 캠프를 가게 되었습니다. 집을 떠나 친구들과 스키를 타고 논다는 기쁜 마음에 엄마 아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신나게 스키를 타고 놀았습니다. 숙소에 돌아온 후 간식을 먹는 시간 엄마께서 싸주신 간식통을 열어보니 편지가 한장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선생님께 엄마가 편지를 쓴 줄 알고, 읽어 보신 후 "시헌아 엄마께서 너에게 편지를 쓰셨구나" 하며 편지를 저에게 주셨습니다. 내용은 "사랑하는 시헌아~ 처음으로 너와 떨어져 자는구나.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되지만 자랑스런 우리 아들 씩씩하게 잘 놀고 오리라 믿어. 사랑해~"라고 적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 편지는 잘 보관하지 못해 잃어 버렸지만 7년 전 가슴이 뻐근해지고 눈물이 찔끔나는 기분은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캠프를 다녀온 후 엄마께 편지를 봤을 때의 기분을 말씀드리니 엄마께선 엄마와 나와의 사이에 비밀 노트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셨고 그 때부터 일주일에 한두번씩 편지를 주고 받았습니다. 4학년 때 핸드폰이 생긴 후 편지보다는 문자나 이메일을 이용하여 계속 엄마와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그 때 어설픈 글씨로 엄마와 나누었던 비밀노트를 보니 즐거운 일도 있었고 꾸중들은 일, 엄마께 각서를 쓴 편지 등 어색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 그때의 상황이 그려지기도 해서 즐거워졌습니다.
또한 엄마께서 평소 자주하는 말씀 중 내가 여유롭고 배려심있는 다른 사람들을 기분좋게 만드는 사람이 되라는 말씀을 편지마다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엄마께서 잔소리 할 때 마다 짜증이 나곤했는데 한결같은 엄마의 편지를 읽다보니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습니다. 노트 안에 많은 편지 중 제가 엄마에게 쓴 편지 하나를 소개 해볼까 합니다.
2006년 1월 6일
엄마 보세요~ 엄마! 내가 오늘 아침에 짜증내서 미안해. 화많이 났지? 근데 오늘 내가 전화로 죄송하다고 했는데 엄마가 막 짜증 내더라. 그래서 내가 편지로 사과 한거야^^ 나, 지금 후회하고 있어. 아침에 엄마한테 좀 잘 할껄 하고 말이야. 엄마! 나 이제부터 엄마가 깨우면 일어나고, 엄마가 씻으라면 씻을께. 제발 화 푸세요. 사랑해 ♡
-사랑하는 아들- 나 그리고 내방이랑 안방 청소 했어요♥
아무래도 그날 아침에 출근하는 엄마가 깨우는걸 짜증내고 안일어나서 엄마가 화가 난 것 같아 엄마의 화를 풀어드리려고 편지를 쓴 것 같습니다. 편지를 쓴 날부터 6년이 지나 엄마와 함께 읽으며 아주 많이 웃을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예전의 편지를 읽으며 그 때의 내 글자 모양이나 내가 가졌던 기분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이 편지의 매력 같습니다.
문자나 메일은 쉽게 삭제가 되어 잊혀지기 쉬운데 손으로 쓴 편지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말로 대화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글을 쓰다 보면 좀 더 차분한 생각을 가지게 되어 상대방의 마음을 좀 더 이해하기 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간의 소통뿐만 아니라 주위사람들과의 소통도 더 원활하게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요즘은 가끔 엄마께서만 편지를 써주는데 답장을 잘 해드리지 않은 것 같아 죄송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7년 된 엄마와의 비밀노트에 한장 더 추가해야 겠습니다. 문자와 이메일도 편리하고 좋지만 여러분도 손으로 직접 편지를 써 보길 바랍니다. 쓰는 느낌도 또 편지를 받는 기분도 남다를 것이니까요.
최시헌 독자 (대구복현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