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우 기자 (봄내초등학교 /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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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8일, ‘춘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 나! 너! 우리 함께가는 길’을 제목으로 장애인을 체험할 수 있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가보니 중학교 언니, 오빠들만 있고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없어서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체험을 하다보니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습니다.
먼저, 시각 장애인 체험을 했습니다. 안내원은 짧은 봉을 보여주고, 그것이 시각장애인이 쓰는 봉이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저는 그렇게 짧은 봉을 가지고 어떻게 쓰나 생각을 했는데, 안내원이 그것을 한번 탁 내리치니까, 접혀있던 부분들이 내려오면서 아주 긴 봉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봉은 정말 단단했습니다. 2명씩 줄을 섰습니다. 한 명은 그 봉을 가지고 시각장애인 역할을 하고, 한 명은 그 장애인을 도와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장애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봉으로 자기 몸 앞을 짚어서 무엇이 있는지 보아야 했고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은 장애인 팔을 가볍게 잡고 끌고 가듯이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시계 각도로 알려주어야 했는데, 예를 들어 앞으로 가야 하면 12시 방향, 약간 오른쪽으로 가야 하면 2시 방향, 약간 왼쪽이면 10시 방향처럼 말입니다. 시각장애인이 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미리 그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았고, 옆에서 누가 도와주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쉽게 갈 수 있었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미리 보지도 못하는 시각 장애인들은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저는 그동안 시각장애인을 도와주지 않아서 후회스러웠습니다.
시각장애인 체험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보도 블록을 블록이 끝나는 곳까지 걸어갔습니다. 1자가 5개쯤 그어져 있는 것은 앞으로 가는 표시였고, 동그란 점이 있는 블록은 멈추라는 표시였습니다. 보도블록 위를 걷는 것은 결코 생각보다 쉽진 않았습니다. 지팡이로 짚어도 긁어도, 쳐봐도 점은 1자 같았고, 1자는 점 같았습니다. 결국에는 안내원 도움으로 무사히 빠져 나왔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은 감각이 뛰어나서 별 문제는 없다는 안내원 말씀에 저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장애인들이 감각이 뛰어나지 않다면 보도블록은 별 도움이 되지 않을 테니까 말입니다.
3층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장애체험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손이 없는 지체장애를 체험했습니다. 입으로 자원봉사라는 글씨를 써야 했습니다. ‘자’자 까진 잘 되었는데, ‘원’자 부턴 정말 어려웠습니다. 특히 ‘ㅇ’은 정말 어려웠습니다. 결국엔‘ㅇ’이 ‘ㅁ’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제가 쓴 글씨는 유치원생이 쓴 글자보다 더 이상했습니다. 그림 같았습니다. 입으로 글씨 쓰기 이외에도 휠체어 타기, 한 손으로 단추 끼우고 빼기 같은 체험도 했습니다.
저는 시지각협응장애도 체험해 보았습니다. 안내원은 시지각협응장애는 하고 싶은대로 할 수가 없는 장애라고 하셨습니다. 예를 들어 앞에 펜이 있는데, 그걸 잡으려고 손을 내밀어도 손이 그 옆으로 가고, 또 잡으려고 해도 못 잡는 그런 장애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숫자, 별, 미로가 그려져 있는 종이를 주셨습니다. 그리고 거울만 보고 별을 따라 그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냥 보고 하면 몇 분도 안되서 끝낼 일이었는데, 거울을 보고 하니까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그냥 거꾸로 하면 되겠지, 하고 생각해도 제 생각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린 별은 삐뚤빼뚤, 유치원생이 그린 그림 같았습니다. 게다가 10-5 같은 간단한 계산을 풀어도 답이 제 마음대로 써지지 않았습니다.
뇌병변장애는 가만히 있어도 땅이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장애였습니다. 그래서 걸어도 다리를 쫙 벌리고 뒤뚱뒤뚱 걷는답니다. 저는 원통 반쪽위를 걸어다녔는데, 정말 세상이 흔들려서 끝까지 오는데 오래 걸렸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의를 들었습니다. 간단한 수화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장애인들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배웠습니다. 시각장애인 체험에서 한 것처럼 가볍게 팔을 잡고 가면 되고, 장애인들을 무시하거나 피하면 안 된다고 배웠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저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장애인들이 왜 그렇게 이상하게 행동하는지, 얼마나 힘들게 생활하는지 알게 되었고, 장애인들을 봐도 피하거나 무시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장애인들은 몸만 불편하지 우리와는 똑같은 사람이니까 말입니다.
박은우 기자 (봄내초등학교 /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