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서 기자 (서울신중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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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은 잉크병을 이리저리 흔들어 보았다. 찰랑거리는 잉크 소리가 마음을 맑게 해주는 것 같았다.
"어쨌든 정말 고마워, 버튼. 예상치 못한 선물이네."
크리스틴은 깃펜과 잉크병을 가지고 있던 종이봉지에 잘 싸서 가방에 넣었다. 행동이 어찌나 조심스럽던지 누가 보면 소중한 보석을 다루는 것 같았다. 그때 벌레가 든 플라스틱 통이 툭하고 굴러 떨어졌다. 버튼은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통을 들어올렸다.
"세상에. 또 곤충을 채집하셨군요. 역시 그럴 줄 알았죠."
버튼은 통을 탁자에 슬며시 내려놓으며 말했다. 크리스틴은 시큼한 레몬주스를 한모금 마시다 얼굴을 찌푸렸다. 버튼은 뚜껑을 들어올리더니 그 작은 곤충을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이 놈은 풍뎅이라고 불리는 녀석이에요. 등껍질이 아주 매끈해서 만지면 기분이 좋아진답니다. 햇빛을 받으면 금처럼 번쩍거려요. 보세요!"
버튼은 창가 쪽으로 곤충을 데려가 햇빛에 비추어 보았다.
"정말 황홀해! 이런 광경은 처음 봐."
크리스틴은 버튼이 쥐고 있는 곤충의 가냘픈 등껍질을 만지며 말했다.
"물론 그렇고말고요. 이놈을 가지고 우리 마을 사람들은 풍뎅이 경주를 열기도 해요. 그건 정말 재미있죠."
버튼은 모자를 벗었다. 그리고 딱정벌레를 도로 통에 넣었다. 크리스틴은 풍뎅이를 화단에 놔 주었다. 크리스틴은 코코아를 끓여주겠다는 버튼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가방을 챙겨 오두막집을 빠져나왔다.
그때 한 노부인이 크리스틴을 향해 달려왔다.
"어휴. 크리스틴 공주님, 한참이나 찾아다녔어요. 오늘은 폐하의 생일이라 무도회를 연다는 사실을 깜빡하신 것은 아니겠지요?"
크리스틴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얼음이 돼버렸다. 오늘은 아빠의 생일이었던 것이다. 한시가 급했다. 부인은 크리스틴을 방으로 데려갔다.
"무도회에 입고 갈 마땅한 옷을 고르려다 결국 이 옷을 골랐답니다. 아주 화려하죠. 서두르세요."
크리스틴은 드레스를 들고서 탈의실로 들어갔다. 그 옷은 하늘거리는 하늘색드레스에다가 하얀색 레이스가 수놓아져 있는 아름다운 드레스였다. 게다가 뒤에는 분홍빛의 나비모양 장식까지 달려있었다. 부인은 크리스틴이 연분홍빛 구두를 신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리고 크리스틴의 주머니에 오페라안경을 넣어주었다. 오페라안경은 금박무늬 테두리와 루비, 사파이어로 장식되어 있었다. 부인은 크리스틴의 목에 진주 목걸이를 걸어준 후 밖으로 나갔다.
양진서 기자 (서울신중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