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요한서울은로초등학교
호국영령을 모시고 있는 6월의 현충원에서 국군교향악단을 초청하여 ‘가족음악회’가 열렸다. 국군교향악단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유일한 교향악단으로, 외국에서 주요 인사가 올 때나 또는 직접 해외출장까지 나가서 국위를 선양하는 훌륭한 악단이라고 한다.
짧은 머리에 제비 같은 검은 복장으로 앉아서 연주를 하는 모습에서 군인을 연상할 수는 없었다. 국군교향악단이 연주하는 곡들은 전쟁터의 대포와 총소리가 아닌 하늘과 땅의 평화를 노래하는 것 같았다. 또한 군인은 아니었지만 지휘자의 모습도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연주 하는 곡마다 지휘하는 모습이 모두 달랐고,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흥겨워보였다.
현충원장님은 “저희는 열린 현충원을 지향을 하고 있습니다. 현충원이 하나의 머릿속에서만 남는 그런 호국영령들을 추모하는 그런 장소가 아닌 진짜 국민들과 함께 살아서 숨 쉬고 또 국민들이 함께 느끼고 쉬고 때로는 마음을 가다듬는 그런 경건한 장소가 될 수 있도록 저희들도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축하의 말씀을 전해주셨다.
모두 8곡의 고전음악을 연주해주셨는데, 그 중에서 가장 흥겹고 기억에 남는 것은 다음의 두 곡이다.
첫 번째 곡은 유명한 고전음악은 아니지만 실제로 장동인 병장이 쓴 곡으로 ‘짬순이(국방부 군악대와 짬밥 먹고 함께 사는 고양이)의 이야기’가 장난스럽게 흘러나왔다. 사회자가 소개하는 ‘짬순이’는 군에 사는 고양이를 부르는 애칭이라고 한다. 군대의 병사들이 남긴 밥을 몰래 와서 먹기도 하고, 밥을 훔쳐 먹으려고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밤에 이리저리, 살금살금, 몰래몰래 움직이는 모습을 재미나게 표현했다고 한다. 곧 ‘야옹’ 소리가 나올 것 같아서 숨죽이며 감상해야 했다. 악기로 고양이의 움직임을 표현한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였다. 다시 듣고 싶을 정도로 인상에 깊이 남았다.
두 번째 곡은 우주전쟁을 하는 모습을 연상할 수 있는 윌리암스 영화음악으로, ‘스타워즈 모음곡’이다. 그 넓고 넓은 우주에는 한 밤의 레이저쇼처럼 모선들이 둥실 둥실 줄지어 춤을 추는 듯했다. 한 줄기 광선을 타고 길게 뻗어가는 우주선과 뒤따르는 날개소리, 웅장한 폭포소리가 터져 나올 것 같은 우주선끼리의 충돌에 번뜩이는 섬광과 우주선의 잔해들이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연주된 모든 곡들이 많이 들어 본 듯해서 듣는 내내 편안했다. 정말 감동이었다.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절로 박수가 쳐졌다.
연주가 끝나자마자 앉아 있던 모든 방청객들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박수를 쳤고, 앵콜(encore)을 큰소리로 외쳤다. 국군교향악단은 연달아 세곡의 앵콜 곡을 연주해주었다. 그리고 제목은 알 수 없지만, 지휘자께서 추천하는 정말 신나고 경쾌한 라틴음악을 마지막으로 들려주셨다. 또 한 번 객석에서는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고, 방청객들은 일어나서 환호를 질렀다. 정말 신났다. 지휘자와 연주자, 연주를 듣는 방청객이 하나가 되어 음악회가 진행되는 현충관 내부는 추모와 사랑의 열기가 박수소리로 하나 되어 메아리쳤다.
국군교향악단은 대한민국 국군의 힘과 자부심을 음악에 담아 감동을 선물해주었다. 특히 열린 현충원과 함께한 가족음악회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우리의 아픈 역사를 위로하듯이 6월의 밤하늘에 널리 울려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