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혜민금당초등학교
전학 온 첫날, 유진이는 쉬는 시간에 쭈뼛쭈뼛 여자애들에게 다가갔다. 유진이 짝꿍인 민지가 가 보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전학교에서는 그러지 않았는데 이 학교는 이상하게 그룹이 있었다. 여자 4명으로 제일 잘 나가는 그룹인데, 멤버는 민지, 소희, 서민, 혜미였다. 유진이가 끼면 5명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유진이는 인사를 건넸다.
"안녕, 얘들아? 나는 동도초등학교에서 전학 왔어."
"동도 초등학교? 거기가 어디야?"
혜미가 물었다. 다른 두 명은 날카롭게 째려봤다.
"으응, 부산에 있는 사립초등학교인데 시설도 좋고 자유시간도 많아."
"날라리 학교네, 뭐."
소희가 투덜거렸다.
"왜? 얼마나 좋아! 노는 시간이 많으면 좋고 시설이 좋으면 그 시설을 가지고 놀 수 있잖아?"
민지가 유진이를 감싸 돌았다.
"아무튼, 야, 넌 왜 우리한테 말시켜?"
서민이가 싸늘하게 말했다.
"왜? 말시키면 안 돼?"
혜미도 유진이를 감쌌다.
"야, 혜미야, 쟤가 네 자리 뺏을 수도 있으니깐 그러지. 아무튼, 용건이 뭔데?"
서민이가 말했다.
"그냥, 민지 소개로 왔어. 나도 여러 친구들이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 특히 너희들."
"뭐? 전학 첫날 우리 그룹에 끼겠다는 거야? 혜미야, 이건 죽어도 안 되는 일 아니야?"
소희가 따지듯이 물었다. 혜미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래, 좋아. 우리 그룹에 특별히 끼워 주지. 민지가 너를 인정한 거라면 틀림없이 좋은 애라서 인정한 거니깐. 유진아, 그럼 오늘부터 우리랑 노는 거다?"
혜미가 웃으며 말했다. 민정이는 좋아했고 소희랑 서민이는 씩씩거렸다.
"혜미야,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어디 있어? 우린 2년이란 세월동안 친하게 지낸 거지만, 쟤는 고작 하루잖아."
"맞아, 맞아, 그리고 쟤, 왠지 감독 딸이라고 잘난체하는 것 같아. 그렇지 않고서는 네 앞에서 눈도 똑바로 뜰 리가 없잖아!"
"아니야, 유진이 절대 잘난 척 안 해."
갑자기 말소리가 들렸다. 선우였다.
"넌 뭔데, 갑자기."
서민이가 말을 갑자기 끊었다. ‘쟤 완전 잘생겼잖아? 그런데 왜 유진이를 싸고돌아? 그렇지만 않으면 사귈 수도 있을 텐데……. 와, 배우 아들은 다르구나. 완전 멋져!’
"유진이는 우리 아빠가 찍은 영화감독 딸이야. 나와 전에 몇 번 만나봤고. 그런데 한 번도 잘난 척을 하지 않았어. 오히려 겸손하고 얼마나 착한데!"
"아니, 유진이보다는 내가 더 낫지 않아?"
서민이가 따졌다.
"너? 한서민, 너 말이야?"
선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 나 작년에 김재형이랑도 사귄 적 있어. 걔가 전 학년에서 제일 잘생긴 애라고. 그 정도 애가 날 맘에 들어 했다면 너도 날 맘에 들어야지 않겠어? 사귈래?"
"너랑?"
선우가 뜸을 들였다. 그때 민우도 끼어들었다.
"왜 그래, 선우야?"
서민이 얼굴이 더 붉어졌다. ‘쌍둥이끼리 다 멋져. 둘 다 사귀고 싶은데…….’
"야, 내 스케치북이랑 물감 내놔."
민우가 쌀쌀맞게 말했다.
"여기"
"김민우는 별로구나."
서민이가 중얼중얼 거렸다.
"나는 너 싫어. 넌 전학 와서 낯설어할 유진이를 괴롭히고 너희 그룹에 못 끼게 하려는 거 아니야? 그리고 너희 그룹도 참 이상해. 너 같은 애를 그룹에 끼고 산다는 게! 그리고 채유진 넌 나 좀 보자?"
"응?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