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벌말초등학교
나는 원래 한적한 시골에 어느 한 마을 이장님댁 말이었습니다. 나는 소도 아니어서 이장님을 위해 일도 해드릴 수 없어서, 강아지도 아니어서 재롱도 부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할아버진 나를 가장 아껴주셨습니다. 내가 일을 못해도, 재롱을 부리지 않아도, 이장님께선 나를 미소로 바라보셨습니다. 어느 날 아침, 마을이 매우 소란스러웠습니다.
이런! 내 눈 앞에는 최악의 광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나는 그 광경을 잊을 수도 믿을 수도 없었습니다. 평소, 건강이 좋지 않으시던 이장님께서 쓰러지신 겁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구급차가 꼬부랑 꼬부랑 길을 달려 우리 집으로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이미 늦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나를 두고, 외로운 나를 두고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나는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사는 한 청년에게 팔렸습니다. 그런 청년은 내가 주인을 잃어서 슬프다는 것을 알기라도 한 듯이 나에게 친동생 마냥 잘 해주었습니다. 그런 청년에게도 나와 비슷한 말 못한 사정이 있었던 것입니다. 청년은 불과 3개월 전까지만 해도 말을 아주 좋아해서 경주마가 한 마리 있었는데, 사고를 당해 죽게 된 것입니다.
나는 그 이후로, 나는 이장님을, 청년은 옛날 경주마를 보는 듯 했습니다. 나는 결심했습니다. 청년의 두번째 경주마가 되어 청년을 기쁘게 하겠다고. 이런 내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걸까요? 청년은 나에게 경주 연습을 시켰습니다. 나는 연습을 시작한지 3개월 정도 지나자 여기저기 대회에 참가하여 온 상을 모조리 쓸어담고 다녔습니다. 그럴 수록 청년은 나에게 더욱 더 잘 해주었고, 우리 모두 행복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여느 때와 같이 경주에 참가했습니다. 나는 7번 말이었고, 11번 말과의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똑.. 똑.. 비가 한 방울, 두 방울씩 오더니만 소나기가 한 바탕 쏟아졌습니다. 나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나를 응원해주는 청년을 기쁘게 하기위해 열심히 뛰고, 또 뛰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11번 말이 나를 향해 돌진해 오더니, 쾅! 나는 11번 말에게 부딪혀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상황은 순식간에 벌어졌습니다. 청년이 나를 향해 나오고.. 눈은 슬며시 감겼습니다. 시간이 흐르니 몸이 매우 편안해졌습니다. ‘아, 죽었구나..’생각이 들 때에, 청년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습니다. 청년과 사람들이 겨우 나 하나를 구하자고 나를 들어서 근처 병원에 옮겨준것이었습니다.
나는 너무 기쁜 나머지 안정을 취해야 하지만 벌떡 일어나 ‘히히힝~’ 청년에게 고마움을 표시하였습니다. 청년을 나를 시원하게 긁어주었습니다. 주변에 계신 나를 위해 힘 써 주신 분들도 청년과 나에게 흐뭇한 미소를 지어주셨습니다. 그렇게 병원에 몇일간 신세를 지고 다시 청년에게로 돌아와서 나는 경주를 하며, 청년은 나를 돌보며, 오래 오래 아주 행복하게 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