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세현 기자 (서울돈암초등학교 /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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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조선시대. 살을 에는 듯 매서운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었다. 때마침 귀족 집안의 최 양반에게 건넛마을에 사는 김 양반이 편지를 보내왔다.
‘최 양반, 당신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도 참 오랜만이구려. 못 본지도 꽤 오래되었는데 오늘 밤 우리 집에서 술 한 잔 들며 얘기하는 것이 어떻소?’
최 양반은 추운 날씨에 밖으로 나가기가 그리 내키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듣는 김 양반의 소식이 반가워서 노비에게 당부와 함께 인사를 마치고 길을 나섰다.
“내 건넛마을에 갔다 내일 아침에 다시 오겠으니 집을 잘 지키고 있도록 하여라.”
그런데 최 양반이 집을 나가고 나서 몇 분 뒤 갑자기 노비가 마당 한 쪽에 가지런히 심어져 있는 장뇌삼을 한 번 보고는, 안절부절 못하며 발을 동동 구르더니 불안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더니 장뇌삼 하나를 단번에 쑤욱 뽑아버렸다. 노비는 누가 볼세라 얼른 주머니에 장뇌삼을 쑤셔 넣고, 어디론가 도망치듯 달렸다. 아무도 노비가 한 짓을 보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집에 돌아온 최 양반은 장뇌삼 한 뿌리와 노비가 없어진 것을 보고 노비의 집을 찾아 나섰다. 뒤를 밟아 찾아간 노비의 집은 한 번만 건드려도 무너질 듯 낡은 초가집이었고, 창호지에도 구멍이 숭숭 뚫려 집 안도 무척 싸늘하였다. 집 안에는 앙상하고 축 쳐진 모습의 노비의 어머니가 누워있었고, 다른 한 쪽에는 노비가 있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제발 살려만 주시옵소서! 어머니가 아프신데 귀한 약초를 구할 돈이 없어서 저도 모르게 마당에 있는 장뇌삼에 손이 가고 말았습니다, 엉엉~”
최 양반은 노비를 혼내주러 온 것이었지만 노비의 마음이 담긴 서러운 호소에 자신도 눈물이 맺히려고 하였다. 최 양반은 노비에게 장뇌삼을 선물로 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떼었다.
엄세현 기자 (서울돈암초등학교 /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