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지효인천논현초등학교
8월 25일 토요일에 박상진 작가님의 ‘궁궐의 우리 나무’ 라는 책을 가지고 경복궁을 방문하였습니다. 평소에는 항상 경복궁의 문화유산을 찾아 살폈지만, 이번에는 경복궁의 역사를 함께 한 나무들을 찾아 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광화문으로 들어서 홍례문과 근정문을 지나 근정전의 오른쪽인 용문루로 들어서면 동궁앞 정원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용문루의 오른쪽편에는 앵두나무가 저를 반겨 파릇파릇한 잎을 내보이고 있었습니다. 앵두나무의 잎은 가장자리가 톱니 모양으로, 잎맥은 그물 모양이었습니다.
앵두는 세종대왕께서 특히 좋아하셔서 효자였던 문종이 세종대왕인 아버지를 위해 심었다고 합니다. 앵두는 제일 먼저 익는 과실이자 아주 달콤하기도 한데, 초여름에 새빨갛게 익습니다. 앵두나무의 꽃이 만발하면 분홍빛이 감도는 하얀색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이제 동궁으로 가는 길에 4계절 내내 푸른 잎의 소유자로 그 기상이 아주 유명한 소나무가, 예로부터 길조로 여겨진 까치와 나란히 있었습니다. 소나무의 잎은 2개씩 모여난다고 합니다.
동궁의 자선당과 비헌각을 모두 보고 나와 오른쪽을 향하니, 조그맣고 동글동글한 구슬같은 열매가 달린 좀작살나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좀작살나무는 작살나무의 일종입니다. 작살나무는 원래 열매의 지름이 4~5mm 정도로 다른 종에 비해 굵은 편인데, 이에 반해 좀작살나무는 ‘좀’자가 붙은 것처럼 열매의 지름이 겨우 2~3mm정도로 아주 작은 편입니다. 보통 궁궐에서 많이 보게 되는 나무는 좀작살나무입니다. 위의 사진은 좀작살나무의 열매 사진입니다.
좀작살나무가 있는 모퉁이를 돌면, 원 모양으로 배열된 벤치 안으로 한 은행나무가 있습니다. 은행나무는 오래 살기로 유명한데, 보통 500년 정도 된 것은 그렇게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닙니다. 은행나무는 낙엽송, 벚나무가 몇십 년만에 노인이 되는 것에 비하자면 오래 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인생을 살아오다 보니, 은행나무에 얽힌 사연도 있습니다. 강화도의 천연기념물 제304호 은행나무는 북한 천연기념물 제165호 연백 은행나무와 부부였으나, 예전에 홍수로 수나무만 떠내려왔다고 전해집니다. 아래의 첫번째 사진은 동궁의 당당한 자태를 뽐내는 동궁 근처 은행나무의 사진입니다.
조금 더 가서 경회루 쪽에 가보면, 아름답고 잔잔한 호수 옆에 속이 모두 뚫린 채로 자라고 있는 버드나무가 있습니다. 이 버드나무는 자신의 생명력을 뽐내듯 무성한 잎을 내놓고 있네요. 버드나무의 잎은 어긋나기로 길쭉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경회루가 있는 못 근처에는, 귀여운 모양의 코르크로 어린 가지를 감싼 화살나무가 보입니다. 이 코르크는 단단하고, 초식동물이 좋아하는 당분이 전혀 없기 때문에, 쫄깃한 새순을 좋아하는 초식동물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코르크는 아마도 어린 새순을 보호하기 위한 곤충의 보호색 같은 자가 보호법의 일종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화살나무의 단풍은 붉고 아름답습니다.
사람이 직접 만든 인공적인 건물과 표지들 속에 숨어있던 궁궐의 아름답고 역사 깊은 나무들이 왠지 더 친숙해지게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조선시대 여러 왕들과 함께 했던 고목들이 더 위엄한 자태로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것 같았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궁궐의 놀라우리만치 다양한 나무와 고목들을 많이 보존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