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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호 2월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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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독자 (부산명진초등학교 / 6학년)

추천 : 298 / 조회수 : 4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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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호랑이와 꿈

올해는 2010년. 호랑이띠 해다. 내가 1998년 호랑이띠 해에 태어난 아이라서, 이번 해가 더 정겹게 느껴지지 않나 싶다. 아무튼, 올해는 내가 태어난 해 이후로 처음 맞는 호랑이띠 해이다. 게다가 백호 해인, 경인년이란다. 참! 내 정신 봐라. 나는 이번 해에 13살이 되는 신지원이다.


나는 동물을 몹시 사랑하는 사람이다. 동물도감을 동화책 보듯이 하고 동물에 관한 TV방송은 빠짐없이 본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애들은 "그건 나도 해. 그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라고 말한다. 그래 맞다. 하지만 나는 내가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뻐기려고 한 일은 아니지만 지금껏 커오면서 동물들을 보살펴 준 기억은 많다.

개미에게 과자를 주고, 삐쩍 마른 강아지 데려와서 맛있는 것도 먹이고.. 하지만 그때만큼 온 몸에 전율이 흐른 적은 없다. 그때가.. 지금으로 부터 몇 개월 안 된 일이다.

"킬킬, 킬킬,"


짓궂은 남자 꼬마 애들이 도둑고양이를 못살게 굴고 있었다. 연필 같은 것으로 쿡쿡 찌르고 마구 던진다. 고양이는 방어하려고 애쓰지만 소용이 없다. 나는 그것을 보자 울화가 치밀었다.

"그만두지 못해!"


내가 꽥 소리를 지르자 꼬마 애들이 벌떡 일어섰다.

"누나가 상관할 바 아니잖아."


가장 심술궂게 생긴 한 남자애가 말했다.

"상관할 바가 아냐? 아냐? 정말로 아냐? "


나는 화가 나서 그 애를 힘껏 밀었다.

"똑같이 너도 당해야 해. 동물 학대하니까 재밌지? 네가 고양이 입장이라면 어떻겠니?"


나는 겁먹은 한 꼬마의 연필을 휙 빼앗아서 쿡쿡 찔렀다. 나는 정말 화가 나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 애를 던지려고 하자 그 남자애가 발이 손이 되라 빌었다.

"누나, 잘못했어. 정말, 내가 어리석었어. 어리석었다고.. 내가 멍청했어.. 용서해줘.."


그 애가 어찌나 겁을 먹던지 나는 얼른 그 꼬마아이를 내려놓았다. 나머지 꼬마 아이들은 잽싸게 도망쳤다. 그 꼬마아이도 얼른 도망갔다. 나는 고양이 상태를 살펴보려고 고개를 숙였다.


나는 최대한 부드러운 손길로 고양이를 꺼내왔다. 고양이도 처음에는 반항하다가 곧 얌전해 졌다. 고양이의 몸 구석구석에 상처가 나 있었다. 나는 재빨리 집으로 데려가서 약을 발라주고 한 숨 재웠다. 고양이에게 먹을 것을 좀 주자 고양이는 제법 기운이 좋아졌다. 나는 이 고양이를 기르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반대하셔서 나는 하는 수 없이 다시 풀어 주었다. 고양이를 보낼 때는 정말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할머니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동물을 사랑하는 우리 지원이, 복 받을 게다. 꼭 내 옛날 친구 같구나."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호랑이띠 해를 맞아 우리 가족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근사하다는 한 동물원으로 갔다. 사실 동물원에 가는 것은 내가 졸라서 가는 것이다. 동물원만큼 내가 좋아하는 장소는 없다. 호랑이 해라고 하니, 호랑이 우리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었다. 거기에 백호도 있었다. 아주 희귀하다고 한다. 나는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정말 잘생겼어요. 저 호랑이들."

나는 할머니에게 말했다.

"그렇지? 호랑이는 얼마나 용맹한 동물 인데. 지원이는 요즘 호랑이가 많이 멸종위기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에? 호랑이가요?"


할머니 말씀이 몹시 뜻밖이었다. 저렇게 동물원에 있는데 호랑이가 멸종위기란 말인가?

"전 세계적으로 그렇게 많지 않다. 참, 지원이 너도 알 테이지? 한국 호랑이 즉, 백두산 호랑이는 멸종되었잖니. 가끔 가다 백두산에서 보았다는 사람이 드물게 있지만 말이다."


할머니는 슬픈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맞아요. 백두산 호랑이! 호랑이는 우리 민족의 상징이라고도 하던데. 조선시대 이야기를 보면 호랑이에 대한 속담이나 전래동화도 많고요. 그리고 조선시대엔 호랑이가 아주 많았다고 하던데 왜 백두산 호랑이가 멸종 된 거죠?"

"무자비한 사냥과 급작스런 경제 발전으로 인한 환경개발 그리고 그로인해 호랑이가 살 곳을 잃으면서 서서히 줄어져 간 게야. 일제 강점기 때 일본사람들이 많이 사냥했고. 그때는 우리나라가 힘이 없어 당하기만 했었지. 국내에는 아주 드물게 몇 마리가 발견 된다던데, 그 호랑이들도 노력해서 늘이지 않으면 우리나라에선 아예 볼 수도 없게 될지도 모르겠구나."


할머니는 사육사가 던져준 고기를 뜯어먹는 시베리아 호랑이를 보면서 말씀하셨다.

"동물도 사람처럼 하나의 존중받아야 할 생물체인데, 그렇게 무자비하게 굴다니. 그 사람들을 용서하려해도 할 수 없어요. 이렇게 계속 이어진다면 결국 이 세상에 살아남는 생물은 없겠어요. "

나는 울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집에 돌아오는데 할머니가 아주 흥미로운 얘기를 하셨다.

"내가 너만 했을 때, 나는 호랑이와 만났었지. "

할머니가 옛 생각이 나시는지 희미하게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에이, 몇 없는 호랑이가요!"


나는 할머니의 말씀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참말이야! 우리 집이 산골에 있었는데, 호랑이가 꽤 살고 있었지. 그때는 환경도 좋고 하니까. 가끔 "어흥"소리 까지 들렸었다!"할머니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내가 산골에서 일 다 하고 놀고 있는데, 아이고! 호랑이가 나타나지 뭐냐. 나는 철없이 까불다가 호랑이한데 잡아먹힐 뻔했단다. 그렇지만 그 무시무시한 호랑이를 옥순이는 말로 상대할 수 있었어. 옥순이는 워낙 동물을 사랑해서 호랑이와 대화도 할 수 있었나봐."


할머니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말씀하였다.

"옥순이요? 누구에요?"

나는 옥순이라는 사람이 궁금했다.

"할머니 친구. 같은 마을에 살고, 같은 학교 다니던 친구 말이야. 박옥순, 보고 싶구나! 늘 고마운 친구야. 옥순이를 또 보고 싶은데. 6.25 이후로 연락이 없어. 옥순아.. 옥순아.. 보고 싶은데."

할머니는 옥순이라는 할머니가 그리운 듯 말하였다. 그리고 장롱 속에서 사진 한 장을 보여주셨다. 아주 낡은 흑백 사진 이였다.

"얘가 나고 이 옆에 있는 게 옥순이라. 옥순이는 동물을 정말 사랑했어. 개미 한 마리도 죽이지 못했지. 옥순이는 정말 동물과 대화를 할 수 있었나 봐. 아니 글쎄, 처음 보는 동물과도 금세 친해지지 뭐니. 게다가 얼마나 의리 있고 착한 애였는데. 일도 아주 착실히 했지. 나랑 빨래하고 나물 캐러 가도 아주 착실했어. 그 집은 인심도 좋아서 맛있는 것도 많이 얻어 먹었어."


할머니 얘기를 들어보니 그 옥순이라는 사람이 몹시 궁금했다.

"지원아. 빨리 안자고 뭐해? 잘 시간 다 되었다."

엄마가 들어오셨다.

"엄마! 할머니가 아주 재밌는 이야기 해주셨어요. 호랑이 얘기랑, 할머니 친구 얘기랑."

내가 재빨리 말했다.

"그래그래. 할머니께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얼른 자라. 동물원 갔다 오느라 피곤할 텐데."

엄마가 말씀하셨다.

"알았어요. 할머니, 이야기 감사드리고 안녕히 주무세요."

내가 넙죽 고개를 숙여 말하였다.

"그려, 너도 잘 자라. 그나저나 옥순이 와 너는 정말 닮았구나. 동물을 사랑하는 것이.."

할머니가 속삭이듯 말씀하셨다.


나는 나처럼 동물에 관심이 많고 동물을 사랑하는 옥순이라는 할머니가 궁금했다. 나는 잠을 설치다가 곧 깊은 잠에 빠졌다. (여기부터 꿈입니다)

"깟, 깟, 깟, 깟,"

"까악~ 까악~"

까치와, 까마귀의 소리가 같이 흘려 들어오는 아침이다. 아침이 된 것을 알게된 후 나는 얼른 일어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혼은 나인데 얼굴이 달라져 있었다. 옷도 잠옷이 아닌 하얀 한복이었다. 하얀 저고리에 검은 치마였다.

"아,아!"

목소리도 내어보니 분명 다른 것 같았다. 영혼은 내 영혼인데 나는 어디에 와 있는 걸까?

"옥순아! 일어나라! 아직도 자니?"

어떤 아줌마가 걸어오셨다.

옥순이라고? 이런! 내 영혼이 할머니가 말해준 친구 옥순이에게 들어온 것 같다.

"누구세요?"나는 무심결에 말했다.

"뭐라고? 난 네 엄마잖아!"

아줌마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엄마라고?’

나 역시 어리둥절했다.

나는 얼른 자리에 일어나 이불을 갰다.

"옥순아! 아침 준비하자."

옥순이 엄마라는 분이 말씀하셨다.

"알겠어요."

나는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그런데, 옥순이라는 사람이 엄청 솜씨가 좋았나 보다.

"옥순아! 된장국을 그렇게 끓이는 것 봤니? 너 어디 아프냐?"

나는 최선을 다해 칼질하고 손질했지만 도저히 잘 되지가 않았다.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에그. 네가 많이 아픈가 보네. 너는 밥상이나 차려라. 개똥이랑 , 말숙이도 좀 깨워서 마당 쓸 어라고 하고"

옥순이 엄마가 말하였다.

그런데, 개똥이랑, 말숙이는 또 누구야?

"개똥이? 말숙이? 그렇게 이름 촌스러운 사람이 누구에요?"

나는 또 아무것도 모른 채 말했다.

"얘, 너 정말 이상하다. 너의 동생들이잖아."

나는 어색하게 개똥인지 말똥인지 하는 애랑 말숙 이라는 애를 깨웠다.

"일어나."

애들이 꿈쩍도 안했다.

"일어나!"

그래도 꿈쩍하지 않았다.

"일어나라고! 일어나!!!"

그제야 일어났다.

"아이고! 잘 잤다. 아함!"

개똥이가 일어났다.

"언니, 잠 오는데.."

말숙이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너 네들, 마당 쓸어."

내가 명령조로 말했다.

말숙이와 개똥이가 마당을 쓸었다. 개똥이는 대충대충 했다. 개똥이는 넙적한 얼굴에 별로 잘 생겼지 않은데, 말숙이는 아주 예뻤다.


아침밥을 다 먹자 옥순이의 엄마가 내게 말하셨다.

"옥순아. 순자랑 같이 가서 빨랫감 있냐고 묻고, 이거 들고 가서 같이 빨래해 와라."

옥순이 엄마는 내게 빨랫감을 잔뜩 옹배기에 넣어서 주었다.

순자? 순자는 우리 할머니다. 그런데, 우리 할머니가 옛날에 살던 집이 어디 있단 말인가.

나는 일단 나왔다. 그리고 지나가던 한 남자아이에게 다짜고짜 물었다.

"얘, 순자네 집 어디 있니?"

"안녕! 옥순아. 나 태백이야."

태백이가 수줍게 말했다.

"그래, 아무튼 순자네 가 어디 있어?"

"순자랑 너는 친하지 않니?"

태백이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묻는 말에나 답해!"

내가 소리치자 태백이는 움찔거리며 쭉 앞으로 나갔다가 두 갈래로 나눠지는 길에 오른쪽으로 돌아서 파란 대문이고 감나무 두 그루가 있는 집이라고 했다.


나는 그대로 갔다

"거기 누구 없어요?"

내가 소리치자 왠지 낯이 익는 한 얼굴이 나왔다. 할머니의 어릴적 모습이였다!

"옥순아. 무슨 일이야? "

"빨래 할 것 있냐고.."

할머니랑 친구처럼 말하는 게 이상해서 작게 말했다.

"그럼! 내가 곧 들고 올게."


할머니, 그러니까 순자 역시 빨래 옹배기를 들고 왔다. 그리고 개울물에 갔다. 빨랫감을 개울물에 적시려고 하자 물이 너무 차가웠다. 나는 깜짝 놀랐다. 슬쩍 보니 순자는 방망이로 힘껏 두들기고 힘껏 빨래를 했다. 손이 시려울 텐데.

"빨리 안하고 뭐해?"

순자가 열심히 옷감을 빨며 물었다.

"응? 응, 해야지."

나는 조금 어설프게 했다. 하지만 내 딴에는 최선을 다한 것이다. 빨래를 다 하고 다시 돌아왔다.

"빨래 다 했나?"

옥순이 엄마가 어떤 소쿠리를 들고 말했다.

"네."

나는 작게 말했다.

"빨래 다 말리고 나물 캐러 가라."

그렇게 말하고 쌩 가는 옥순이 엄마가 나는 조금 미웠다. 나는 어설프게나마 최선을 다해 빨래를 걸어 말리고 나물 소쿠리를 들고 또 순자네 집에 갔다.

"순자야! "

내가 소리쳤다. 그러자 할머니를 닮은 한 여자애가 쪼르르 나왔다.

"나물 캐러 가자고? 안 그래도 나도 준비했다."순자가 나와 팔짱을 끼며 말했다. 골짜기 비탈로 가는 길이였다.

도착한 후 순자와 나는 부지런히 나물을 캤다.

"빨리 나물 캐가지고 맛있는 반찬 해 먹어야지."

순자는 내가 그렇게도 하기 싫어하는 일이 즐겁다는 표정이었다. 나도 순자가 하는 것을 따라하며 얼른 나물을 캤다.


그러자 시골이라서 그런지, 금세 어둑어둑 해졌다. 내 나물이 순자의 나물바구니의 나물 비해 너무 적었다.

순자는 내가 안 되었다는 듯 잽싸게 나물을 많이 캐어가지고 나의 나물 바구니에 주었다. 나는 고맙다고 말했다.

"이제 많이 어두워졌다. 빨리 가자."

순자와 나는 다시 우리가 걸어왔던 길을 돌아서 갔다. 이젠 저녁이라 어두웠다. 갑자기 어디서 광채가 나는 것 같았다. 우리는 빨리 돌았다.


앗! 호랑이였다. 호랑이의 눈은 마치 좋은 먹잇감을 만났다고 좋아하는 듯이 이글거렸다. 눈에서 광체가 났다.

순자는 겁도 없이 마구 까불었다. 나는 그러지 말라고 말했지만 소용 없었다.


순자가 막대기를 무심코 던졌다.

"어이! 호랑이! 썩 꺼져버려!"

순자가 말했다.

호랑이가 화가 나는 듯 달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몹시 당황했다. 나는 순자와 나물바구니를 들고 힘껏 뛰었다.

호랑이는 눈을 부릅뜨고 순자에게 달려왔다.

‘어흥!"

그 소리가 나의 오금을 저리게 했다. 나는 다리가 후들거렸다.

순자는 너무 무서워 눈물, 콧물을 섞어 흘리고 있었다.

"순자야! 죽은 척해! 죽은 척!"

나는 순자에게 목청껏 소리쳤다.

"죽은 척을 하라 구!"

"죽은 척 할..할 거야..아..."


순자는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기절을 했다. 죽은 척이 아닌 기절을. 호랑이는 이제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나도 너무 무서웠다.

"호랑아. 호랑아. 제발 부탁이야. 우릴 잡아먹지 마."

내가 진지하게 말했다.

"난... 아파.."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누구야?"나는 재빨리 두리번거렸다. 그 호랑이가 힘없이 쓰러졌다.

"다리가 아프다.."

나는 그제야 호랑이가 말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 너 나랑 말한 것 맞지?"내가 호랑이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그래. 그건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만 가질 수 있는 힘이지. 으..다리가 너무 아프다.."

호랑이가 힘없이 말했다.

"다리가? 왜?"

내가 호랑이 다리를 살폈다. 호랑이의 다리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사냥꾼에게.. 잡혀갈 뻔했다.. 도망쳤지만. 사냥꾼한테 총알을 맞지 않으려고 피하다가 동굴에서 굴러 떨어졌다."

호랑이가 대답했다.

나는 재빨리 앞치마를 찢어서 피가 줄줄 흐르는 호랑이의 다리를 꽁꽁 지혈했다. 피가 멎게 하려고 나는 열심히 호랑이의 다리를 지혈했다.

"옥순아, 호랑이한테 뭐해?"

순자가 언제 일어났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 호랑이가 사냥꾼한테 도망쳐 오다가 다쳤어. 그래서 지혈하는 거지."

내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순자가 호랑이를 쓱 쳐다보니 사나운 기색이 하나도 없었다. 마치 고양이 같다고나 할까.

"그 호랑이, 너 앞에서는 엄청 순하네. 너 엄청 용감 하다."

순자가 부럽다는 듯이 말했다.

"내가 뭐가 용감하다고. 그저 호랑이도 하나의 생물체이니까 이렇게 도와주는 것뿐이야."

내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잠시 후 호랑이는 기운을 차리고 옥순이 에게 꾸벅 인사했다.

"고맙다. 너 같이 좋은 사람은 처음이다. 나는 어미 호랑이다. 너 덕분에 우리 귀여운 새끼들을 다시 보러 갈 수 있겠구나. 정말 고맙다. 그 은혜 잊지 않을 것이다."

그러고는 호랑이는 호랑이의 새끼들이 있는 곳으로 재빨리 걸어갔다.

"호랑이가 자기들 새끼를 다시 보러 갈수 있어서 정말 고맙고 은혜 잊지 않겠다고 했어."

내가 말했다.

"너는 호랑이와 대화도 할 수 있구나! 정말 대단하구만."

순자가 놀라서 소리쳤다.

그때 어흥 소리가 들려왔다. 순자 귀에는 ‘어흥’이였지만 내 귀에는 ‘정말 고맙다’라고 외치는 것으로 들렸다. 호랑아, 새끼들 잘 기르고 항상 건강해라. 옥순이 엄마에게 왜 이렇게 늦었냐고 혼쭐이 났지만, 그래도 나는 기뻤다. 나는 저녁상을 차리고 잠을 자며 생각했다.


‘옥순이 할머니! 살아계신다면 할머니겠지요. 할머니도 호랑이와 대화할 수 있었나요?"

나는 이 생활에 익숙해졌다. 일을 많이 해야 했지만, 늘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가끔은 나물 캐러 갈 때 호랑이와 만나기도 했다. 호랑이는 나와 순자 앞에서는 한없이 고양이 같이 순했다. 나와 순자는 호랑이의 털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럴 때면 호랑이는 기분 좋아서 눈을 반짝였다.


그러던 어느 날, 요즘은 농사일로 한창 이였다. 순자도 나도 농사일을 돕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순자와 함께 고단한 농사일도 돕고 호랑이랑 놀다 와서 집에 오자마자 픽 쓰러져 잠이 들었다.

(다시 꿈에서 깨고)


일어나보니 다시 21세기로 돌아와 있었다. 나는 꿈 이야기를 그대로 할머니께 말씀드렸다.

"하하, 내 친구 옥순이가 됐어? 하하! "

할머니는 아주 좋아 하셨다.

"그럴 만하다! 내가 말했잖니. 옥순이랑 너는 비슷한 구석이 많다고.."

할머니는 옛 생각이 나는지 측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그날 밤, 잠에 들었는데 꿈에서 호랑이와 옥순이가 나타났다.

"정말 고맙다. 정말 고마워!"

호랑이와 옥순이가 크게 소리쳤다. 나는 그들에게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들은 미소만 지을 뿐 점점 멀어져갔다.

지금 호랑이는 무분별한 밀렵과 자원개발로 차츰차츰 사라져 간다고 한다. 이러다가는 호랑이를 박물관에서만 보는 동물이 되지 않을 까 걱정이다. 하지만 우리, 꼭 이것만은 기억하자! 호랑이는 우리나라의 민족 상징 이라는 것을! 나는 이담에 호랑이를 멸종위기에서 벗어나게 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이 꿈을 내가 꾼 이유가 바로 그것 아닐까? 갑자기 내 방 한곳에 자리 잡은 귀여운 호랑이 인형이 더욱 가깝게 보이는 것 같다.

박수진 독자 (부산명진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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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고은
2010-01-07 15:31:11
| 잘써서 좋겠더^^*
언니는 크면 소설가해도 될거같다^^*
위상비
2010-04-14 15:22:24
| 한국 호랑이(백두산호랑이)가 멸종 위기 라는데 보존이 잘되어서 후대에도 한국호랑이 이야기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 글 잘 보았습니다
이채현
2010-08-04 15:44:32
|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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