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진 기자 (언남초등학교 /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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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진아, 천리포 수목원 가야지~"
6월 12일 토요일. 우리 아빠는 다른 지방에서 일하시다 2주에 한 번 집에 오신다. 아빠가 오시면 토요일에 주로 수학 문제 틀린 것을 고치거나 뒹굴뒹굴 구르면서 같이 놀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언남초등학교에서 천리포 체험학습에 참가할 사람 80명만 선착순으로 접수 받았는데, 내가 두 번째로 접수했다.
그래서 온 가족이 천리포에 가게 된 것이다. 나는 엄마가 깨우는 소리에 일어나 허겁지겁 밥을 먹었다. 물론 천리포 수목원에 간다는 말씀을 듣고서 말이다. 7시 50분에 출석체크를 하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버스는 3대였는데, 우리 가족은 1호차에 탔다. 교감선생님도 계셨다.
야호~ 드디어 출발이다! 나는 동생이랑 함께 앉았고 엄마랑 아빠는 맨 뒷자리에 앉으셨다. 영화`아바타‘를 보면서 버스는 출발했다. 그렇게 2시간 쯤 달리다가 버스가 휴게소에 멈췄다. 비가 많이 왔고, 신발도 젖어 힘들었지만 따뜻한 호두과자를 먹고 힘이 생겼다. 막힐까봐 버스는 곧 출발했다. 1시간 쯤 더 달리다가 수목원 옆 주차장에 도착했다.
우리는 교감선생님 말씀대로 잔디 광장에 모였다. 그런데,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엄마가 비가 오니 뛰지 말라고 하셨지만 못 들은 척 하고 동생이랑 달리면서 놀다가 하마터면 미끄러질 뻔 했다. 듣기 싫은 말이 정말 몸에는 좋은가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안내 선생님께서 가이드랑 같이 가는 팀과 자율 탐방을 할 팀을 나누셨다. 아빠가 편하게 자율탐방을 하자고 하셨다. 나도 자율탐방이 재미있을 것 같아 찬성했다.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우선 첫 번째로 간 곳은 수생 식물원이라는 물에서 사는 식물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이곳 식물원의 식물들은 환상적이었다. 연못에서 볼 수 있는 개구리밥부터, 멸종위기 식물 2급인 가시연꽃 등 아름답고 멋있는 식물들을 볼 수 있었다. 수생식물원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다가 특별한 나무를 발견했다. 정이품송보다 팔이 더 아래로 길게 늘어졌는데. 10명 이상은 들어갈 것 같은 나무가 떡하니 버티고 서있는 것이 아닌가! 비도 피할 수 있었다.
나는 그 나무에서 기념사진을 한 장 찍고 해안전망대라는 수목원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갔다. 잔디광장에서 보았던 섬이 더 크게 보였다. 아직도 썰물 때라서 섬으로 가는 모래 길이 뭍에 드러나 있었다. 나는 `저 곳을 걸어가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전망대에서 이 수목원을 만드신 민병갈씨에 관한 안내문을 보았다. 민병갈씨는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오셔서 귀화도 하시고, 천리포 수목원도 만드셨다. 그 분은 2002년에 돌아가셨다. 나는 잠시 묵념을 하고 엄마께서 빨리 오라고 하셔서 전망대를 떠났다.
그런데 동생이 갑자기 나섰다. "저만 믿고 따라 오세요!" 왠지 믿음이 안 갔지만 동생이 귀여워서 따라갔다. 점점 산길이 나왔다. 경사가 매우 급한 길이 있는가 하면 비탈길도 있었다. 한 쪽은 죽은 것 같은 나무도 보았다. 조심조심 가다가 안내표와 함께 있는 한 식물을 무심코 보았다. `마취목’이라는 이름의 식물이었다. 안내문에는 ‘이 식물에는 먹으면 마비가 되는 독이 들어있습니다. 옛날, 굶주림에 지친 말들이 이 식물을 먹다가 마비가 되어서 전쟁에 패하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라고 쓰여 있었다. 나는 안내문을 보고 오싹했다. 산에서 나는 식물들을 함부로 따 먹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꽝꽝 나무, 근거리, 오구나 무등 이름이 특이한 식물들도 많이 보았다.
그러다가, 아뿔싸 동생이 엉뚱한 길로 안내해서 다시 전망대로 돌아온 것이다. 시간만 끈 거 같았다. 그래도 많은 식물을 볼 수 있어서 용서해 주었다. 집합시간이 다 되어가자 모이기 전에 한 곳만 더 가 보기로 했다. 잔디광장 가는 길목에 있는 동백은 1에 가기로 했다. 거기에는 팔손이가 있었다. 우리 집의 팔손이는 진액이 자꾸 나오기도 하고 키도 잘 안 크는 것 같은데, 역시 자연이 좋은가 보다. 키가 무려 약 4m나 되었다. 엄청난 높이인데다 기생충도 없는 것 같았다. 만약 우리 집에 있는 팔손이를 자연에서 키우면 잘 자랄 수 있을까?
중간에 비가 세게 내리기도 했지만 곧 그쳤다. 다행이었다. 하지만 다 둘러보지 못한 게 아쉬웠다. 시간이 되어 다음 장소인 천리포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비가 또 세게 내리기 시작했다.
비를 맞으면서 물놀이를 하였지만 역시 재밌었다. 뿐만 아니라 소라게도 발견했다. 겉보기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손바닥에 올려놓고 가만히 있으면 슬쩍 발을 들이대보고 눈까지 쑥 내밀어서 주위를 살핀 후 탈출을 했다. 나는 소라게뿐만 아니라 미꾸라지, 갯지렁이, 심지어는 올챙이까지 보았다. 염분이 있는 바닷물에 올챙이가 있다는 게 신기했다. 이 녀석들은 갯벌에 있는 소라게를 먹을 것 같아서 죽은 소라게를 드밀었더니 맛있게도 먹어댔다. 죽은 소라게를 먹어대는 올챙이를 보니 귀여웠다.
더 놀고 싶었지만, 비도 계속 오고 차도 막힐까봐 빨리 출발해야 한다고 하셨다. 버스 맨 뒤쪽에서 큰 수건으로 가리고 옷을 갈아입었다. 집으로 올 때는 ‘짱구는 못 말려’를 보면서 왔다. 시간이 금방 흘러가 버렸다. 비가 왔지만 아빠랑 함께여서 더 즐거운 하루였다.
이어진 기자 (언남초등학교 /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