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형 독자 (안산해양초등학교 /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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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쳐상 사진전이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지난 6월 21일부터 8월 29일까지 2개월간 열린다. 퓰리처상이란 저명한 언론인 J.퓰리처의 유산 50만 달러를 기금으로 1917년에 창설되었으며, 언론 분야는 뉴스·보도사진 등 14개 부문, 문학 분야는 시·소설 등 5개 부문, 드라마 1개 부문, 음악 분야는 1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선정하는 세계적으로 권위가 있는 상이다.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보도분야의 상은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언론대학원에 있는 퓰리처상 선정위원회가 매년 4월에 수상자를 발표하고, 5월에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시상식이 열린다. 수상자에게는 1만 달러의 상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푸른누리 기자 20명도 이 전시회에 초청되어, 6월 22일 전시회 관람 및 취재를 하였다. 특히 이번 취재는 퓰리쳐상 수상자인 맥스 데스포(Max Desfor) 종군 기자님을 인터뷰할 수 있었다. 이분은 이제껏 내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분이란 생각에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열심히 준비를 하고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 미술관으로 출발하였다.
맥스 데스포 종군 기자님께서는 우리나라의 6.25전쟁 때에 오셔서 한국의 피난민들이 1950년 12월 대동철교로 이동을 하는 모습을 나타낸 <한국전쟁>이라는 사진으로 1951년 퓰리처상을 수상하셨다.
퓰리처상 사진전은 충격적이거나 감동을 주는, 가슴이 찡하게 하는 사진 145점이 전시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2002년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가 공격을 당하는 사진이라던가 굶어죽어가는 아이를 응시하고 있는 까마귀의 모습 사진 등이 기억에 남는다. 다만 거기에 있는 사진을 모두 자세히 볼 수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안내를 해주시는 선생님의 말씀에 심취해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설명을 들으며 관람한 사진은 대략 10여 점, 시간이 다 되어 드디어 안내를 해주시던 선생님께서 맥스 데스포 종군 기자님을 모시고 오셨다.
기자님은 97세의 연세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하셨고 동네 할아버지 처럼 푸근한 인상이셨다. 맥스 데스포 종군기자님 곁에는 부인과 통역사가 동행하고 있었고 잠시 후 인터뷰를 시작했다.
기자님께서는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우리를 향해 간단한 인사말을 하셨다. "이렇게 어린이 기자들을 만나게 된 것을 정말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나에게도 재미있고 신기한 경험이군요."라고 말씀하셨다.
푸른누리 기자들 모두 서로 먼저 질문을 하고 싶어했고 인터뷰는 적극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첫 질문은 바로 이것이었다. "사진이 가진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종군 기자님게서는, "음, 제가 생각하는 사진이 가진 의미는 2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로는 화면 앞에 놓여 있는 대상이고, 둘째는 사진을 찍히는 대상이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앞에 찍히는 대상이 거짓이 아닌 진실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친절하게 응답을 해주셨다.
다음 질문의 기회는 내가 가지게 되었다. "기자님, 진정한 사진은 연출되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순수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들이죠. 사진은 즐거운 장면과, 슬픈 장면 등등 여러 가지 상황을 담고 있습니다. 기자님께서 사진을 찍으시면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언제셨습니까?" 라는 질문에 종군 기자님은 이렇게 대답하셨다. "음, 좋은 질문이군요. 제가 감동적이었던 순간들은 사진을 찍을 때 좋은 이유가 있었을 때입니다. 한국 전쟁에서 그런 장면들이 굉장히 많았고, 그런 순간들을 사진으로 많이 담을 수 있었습니다."
나는 운 좋게도 한 가지 더 질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기자님께서는 그냥 제 할아버지랑 똑같이 아주 평범해 보이세요. 죽음이나, 위험에 빠진 사람들이 있는 현장을 사진으로 찍을 때에 어떠한 느낌이 드시나요?" 그러자 이렇게 답해주셨다. "저는 대상, 시간, 그리고 장소를 등을 고려합니다. 개인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그 상황에 포커스를 두고 집중을 합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 하지요." 무언가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있었다.
뒷쪽에서 손을 들어 잘 보이지 않았던 기자가 질문을 하였다. "어쩌다 6.25전쟁을 취재하러 가게 되셨습니까?" 이 질문에 "아, 제가 스스로 지원을 했습니다. 뉴스가 있는 특별한 곳으로 가고 싶었기 때문이죠."라고 답하셨다.
기억에 남는 마지막 질문은 바로 이것이었다. "전쟁 중에 사진을 찍으시는 특별한 방법은 없으신지?" 그 질문에는 "하하, 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비법이 없답니다. 제 스스로, 제 방법으로 사진을 찍죠. 특별히 말하자면 전쟁 중에 사진을 찍을 때에 위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이죠. 사진을 찍을 때에 그 위험에 대해 생각하면 더 두렵기 때문이죠."라고 말씀하셨다. 정말 멋진 답변 아닌가. 일어나지도 않은 결과 때문에 주저했던 내가 바보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사진전을 나와서 ‘신기한 사진 체험전’에 가게 되었다. 체험전에는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게 마련이 되어 있었다. 시간이 약 1시간 20분밖에 없어서 체험의 절반도 해보지 못했다. 그러나 체험을 조금이라도 한 게 너무나 즐거웠다. 핀홀카메라, 일명 ‘바늘구멍사진기’로 전에 한 3~4학년쯤에 배운 것을 다시 생각을 해보면서 익힐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스스로 사진을 찍어서 신문도 만들고 너무 즐거웠다.
단순한 사진기자가 아닌, 새로운 세계로 도전했던 콜럼버스같은 탐험가를 만난 듯 큰 감동이 집으로 돌아오는 내 가슴을 벅차게 만들었다.
한지형 독자 (안산해양초등학교 /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