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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수 (안이삭 기자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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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더하기] 안기사, 운전해~

푸른누리 취재일정이나 탐방안내가 뜨면 제일 먼저 긴장하는 사람은 아들놈이 아니라 정작 아빠라는 사람이라는 게 우습죠?

어찌됐든 아들놈이 하고자 하는 일에 힘을 보태주는 게 당연한 일이겠지만, 별도의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장소일 때는 여간 난감한 것이 아닙니다. 아니나다를까 이번에도 아들놈은 판문점 탐방에 취재계획서를 보내고 신청을 했습니다. 탐방단에 뽑혔다는 선전포고(?)를 전해듣고 며칠 전부터 시간을 조정하고 성실한 ‘안기사’로 거듭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요.


형이 부럽다며 칭얼대던 둘째놈도 학교에 체험학습 보고서를 제출하고 서울까지 동행했습니다. 몸이 아파 운신 못하는 엄마를 집에 혼자 남겨두고 말입니다. 그렇게 ‘안기사’는 금요일 오후 학원을 다녀온 후 준비를 마치고 언제 오냐며 전화질을 해대는 아들놈 성화에 쫓기듯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가는 동안 휴게실에도 들러 이것저것 군것질도 하고 잠시였지만,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집에 혼자 있는 엄마에게 수시로 전화하는 성의(?)가 보기 좋아서 아들놈들의 기분을 맞춰주며 피곤을 숨기고 서울까지 달렸지요. 성수동 고모할머니댁에 하룻밤 신세를 지기로 했습니다. 밤 11시가 넘어 도착한 성수동에서 씻기가 무섭게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비가 왔습니다. 아침부터 서둘렀지만 하루종일 비가 온다는 말에 걱정이 앞섰습니다. 청와대 구경하겠다던 둘째놈은 비 때문인지 ‘형 잘 다녀와서 말해 줘" 라며 고모할머니랑 집에 있겠답니다. 이삭이는 걱정이 없는 눈치였습니다. 그냥 기분이 좋은 모습이었지요. 그런데 왜 저와 아들놈은 모임 시간을 8시 30분으로 알고 있었는지썰렁한 분수대광장을 돌아나오며 집에 있는 엄마에게 이메일 확인을 부탁한 후 허탈했습니다. 하지만 우산 하나에 의지한 채 어깨동무를 하고 우리는 근처 도너츠가게에서 둘만의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성급하게 먹은 아침이 부실했던지 이삭이는 도너츠 두개를 후딱 해치우고, 전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음미했습니다. 탐방 못지 않게 낯선 서울에서 즐긴 부자간의 오붓한 데이트는 나름대로 의미가 컸습니다.

하루종일 내린 비 때문에 분당에서 올라온 작은아버지랑 외출을 한 둘째 이엘이는 영 성에 차지 않는듯 주둥이가 한 뼘은 나와 있었습니다. 형이 자꾸 생각난 모양입니다. 늦은 점심을 먹고 잠실의 어린이박물관 탐방으로 둘째놈 주둥이를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 오후 4시정도 도착이라던 말을 기억하며 둘째를 남겨두고 청와대로 차를 돌렸습니다.

주차장이 따로 없었습니다. 비가 내리는 서울 거리는 온통 차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고 조바심난 ’안기사‘는 마음이 급했습니다. 핸들을 움켜잡은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쥐가 날 지경이었습니다. 다행히 시간에 맞춰 도착한 연무관에는 이미 많은 학부모들이 와 있었습니다. 그런데 비 때문에 도착시간이 두번이나 늦춰지더니 오후 6시가 다 되어서 아들놈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반갑고 고맙고 좋았습니다. 아이들만큼이나 인솔한 분들의 노고를 짐작하고 남음이 있었으니까요. 그 누가 어떤 자격으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마냥 흐믓했습니다.

다시 성수동 고모님댁으로 오는 차 안에서 아들놈은 오늘 보고 들었던 것들을 실타래 풀어내듯 재잘거렸습니다. 애써 열심히 듣는 척 하면서도 제 마음은 도무지 움직이지 않는 차들 틈새에서 다시 광주로 내려가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불편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고모님댁에는 광주에서 ’행차‘(?)한 우리 때문에 조카들을 데리고 사촌동생도 와 있었습니다. 행복한 저녁상을 받고 우리는 급히 광주로 와야 했습니다.

아들놈들은 차에 올라타자 의자를 젖히고 꿈나라로 갔습니다. 선생님께 드린다며 청와대 기념품 가게에서 산 계단식 메모지를 손에 쥔 채로. 트렁크에서 휴대용 이불을 꺼내 덮어주고 ’성실한 안기사‘의 책무를 다 하기 위해 운전대를 다시 힘있게 잡았습니다. 평소 사용조차 하지 않았던 장갑도 꺼내 끼고 눈을 부릅떴습니다. 고속도로는 한가했지만 비 때문에 번들거리는 아스팔트가 긴장을 가중시켰습니다. 어깨가 묵직하게 내려앉았습니다. 잠든 아들놈들을 그대로 두고 두 번씩이나 휴게소에 들러 스트레칭을 하고 억지로 커피를 들이켰습니다. 속이 아려왔습니다.


광주에 도착하니 퀭한 눈으로 아들놈들을 반기는 각시! 그리고 잠이 덜깬 채 엄마 품에 안기는 아들놈들.

미뤄두었던 일이 마음에 걸려 다시 사무실에 나왔습니다. 컴퓨터를 켜니 해야 할 일이 산더미지만 마우스를 쥔 손은 푸른누리 13호를 클릭하고 있더군요. 이쯤 되면 제가 푸른누리 명예기자쯤 된 것 같은 기분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채택된 아들놈 글들을 프린트했습니다. 담임 선생님, 교장선생님, 그리고 할아버지께 드릴 것들이지요. 다른 아이들의 글도 하나씩 살폈습니다. 메인 주제에 대한 취재를 하지 못해 다른 글들만 올려 속상해하던 아들놈 얼굴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책상 앞에 펼쳐놓은 공지사항들을 밑줄 그어놓은 아들놈이 대견할 뿐입니다.

내일부터는 14호 기사를 작성하겠지요? 그 모습을 보는 것도 제게는 즐거움입니다. 아직 광주에는 비가 많이 오지 않았습니다. 내일부터는 많은 비가 온다는군요. 아들놈 때문에, 푸른누리 때문에 제가 많이 철없는 아이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장황하게 제 이야기를 늘어놓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누구에겐가 이 기분을 늘어놓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을 변명으로 대신합니다.

"초등학생 때 저만큼 여기저기 많이 다녀본 사람이 있을까요?"

아들놈의 한 마디가 아직 귓전에 남아 있습니다. 푸른누리가 오래도록 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저와 같은 즐거움과 행복을 가져다주기를 바랍니다.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안현수 (안이삭 기자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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