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때 쓰던 물건을 찾아보려고 책장을 정리하다가 앨범 하나를 찾았다. 그 속을 펼쳐보는데 신기한 게 있어서 엄마에게 달려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엄마는 빙긋이 웃으면서 ‘네가 엄마 뱃속에서 지내는 열 달 동안 엄마가 먹는 것 같이 먹고, 엄마가 보는 것 같이 보고, 엄마가 느끼는 것 같이 느낄 수 있도록 연결해 주던 탯줄이야. 그렇게 꼭 잡고 있던 탯줄을 네가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이제는 저도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요’라는 의미로 탯줄이 떨어지는 거야.’라고 하셨다. 나와 엄마가 이런 줄 하나로 연결되어서 열 달 동안 많은 것들을 함께 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앨범 속에는 이 외에도 내가 세상에 나와서 처음으로 깎은 손톱과 발톱, 머리카락이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었다. 또한 내가 처음으로 아빠에게서 꽃을 받는 모습, 내가 처음으로 뒤집는 모습, 내가 처음으로 혼자 일어서는 모습 등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이 사진 속엔 담겨있었다. 게다가 엄마는 내가 처음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서 입은 배냇저고리와 이불을 아직도 간직하고 계셨다. 나중에 내가 커서도 우리 가족이 얼마나 나를 소중하게 여겼는가를 알려주고 싶어서 간직하고 계신다고 하셨다. 이런 것들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계신 엄마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사실 나는 부모님께서 결혼을 하시고 8년 만에 태어났다. 그 당시에 친할머니께서는 예쁜 꽃을 커다란 바구니에 한 가득 담는 태몽을 꾸셨고, 외숙모께서는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보석 신발을 보시는 태몽을 꾸셨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 아빠는 보석처럼 많이 빛나라는 뜻에서 많을 다(多), 빛날 빈(彬)을 써서 다빈이라고 이름지었다고 한다. 이렇게 가족의 기다림과 축복 속에서 태어난 나는 외동딸이다. 내가 태어나자 이모는 나를 지켜주고 항상 친구처럼 형제처럼 곁에 있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당근이를 선물해주셨다. 그래서 당근이는 나랑 나이가 똑같다. 나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릴 적 사진들을 보면 당근이가 곁에 있는 게 많다. 내가 키우는 닭돌이와 말이 통한다고 생각한 것처럼 당근이는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내 얘기를 들어주는 것 같아 좋다.
부모님이 나와 관련된 사소한 것들 까지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우리 가족들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 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부모님의 바람처럼 이 세상 속에서 꿋꿋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꿈을 향해 걸어가는 멋진 딸로 자랄 것이다. 나는 정말 우리 가족 모두를 사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