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빈용문초등학교
8월 14일 제주도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 제주도에 있는 동안 날씨가 좋았는데 이 날은 아침부터 흐리더니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성산일출봉 산행을 접고 세계 7대 자연유산 중 하나인 만장굴에 가기로 했다.
250만 년 전 제주도의 화산 폭발로 인해 분화구에서 흘러내린 용암이 한라산 동쪽에 위치한 거문오름을 지나가게 되었다. 이 때 흐르던 용암이 공기와 맞닿으면서 용암의 표면은 먼저 굳고 그 내부를 따라 흐르던 용암이 해안가로 흘러 빠져 나가면서 만들어진 동굴들 중 하나가 만장굴이다. 만장굴과 함께 용암이 흘러가면서 만들어진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에는 벵뒤굴, 김녕굴, 용천동굴 등이 있다.
만장굴은 총 길이 약 7.4Km, 최대 높이 23m, 최대 폭은 18m로 세계적으로도 큰 규모에 속한다. 또한 동굴 내에는 박쥐, 땅지네, 농발 거미, 가제 벌레 등 다양한 지하 생물도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만장굴은 화산 동굴의 형성과정을 연구하는 학술자료로 가치가 높아서 2007년에 유네스코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되었다. 공개된 구간은 약 1Km로 40~5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며, 만장굴 내부는 연중 11~21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관람 시에 긴 팔 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동굴 입구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는데 동굴 내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이 날의 습한 날씨를 날려 보내는 것 같았다. 동굴 중간 중간에는 용암 동굴의 생성과정과 그 특징을 설명하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어서 이해하기 쉽게 되어 있었다. 또한 다양한 색깔의 조명을 이용하여 용암 동굴 지형의 특징을 알아보기 쉽게 해 주었고, 울퉁불퉁한 바닥으로 걷기 힘든 구간은 데크를 설치하여 아이들이나 나이 드신 분들도 관람하기에 편하게 해놓았다.
만장굴 내에는 통로가 넓은 부분과 좁은 부분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는데, 이것은 용암 동굴의 내부로 계속 들어오는 뜨거운 용암의 열에 의해 바닥은 녹고 천장에는 용암이 달라붙으면서 이런 불규칙한 형태의 동굴을 형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동굴 벽면에 남아있는 용암 유선은 용암이 흘러간 자국을 보여주면서 그 다양한 높이를 보아 용암이 서서히 흘러가면서 지속적으로 낮아졌음을 알 수 있다.
거북이 모양을 닮은 거북 바위는 만장굴의 상징이다. 바위가 용암을 따라 흘러가다 가라앉은 다른 표석과는 달리 바위가 가라앉은 뒤에도 용암이 흘러가고 있었음을 표면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천장의 표면이 부분적으로 녹으면서 만들어진 용암종유는 마치 흐르는 물결 같기도 하였다. 그 외에도 흐르던 용암이 굳어서 만들어진 모습이 코끼리의 발가락과 비슷하게 닮았다는 용암 발가락 등이 있었다. 그리고 공개된 구간 마지막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7.6m 높이의 용암석주가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까 내가 지하 세계에 온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만장굴 관람을 통한 지하 세계 탐험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 동굴 입구에는 무성한 나무와 이름 모를 덩굴이 둘러싸여 있었다. 마치 미지의 세계에서 빠져나온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보통 알고 있는 석회암 동굴과는 다른 특징을 가진 용암 동굴을 직접 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이렇게 신기하고 아름다운 동굴이 왜 세계자연유산에 선정되었는지 알겠다. 이렇게 훌륭한 자연유산을 잘 보존해서 다음 세대에게도 좋은 자연학습장으로 남겨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