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빈용문초등학교
햇볕이 따뜻하면서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산과 바다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을 가고 싶었다. 그래서 기자는 지난 10월 7일 집 가까운 곳에 있는 이기대 도시 자연 공원에 갔다. 시원한 물과 간식을 배낭에 넣고 간편한 옷차림으로 걷기 시작해서 두 시간 정도 걸린 산행으로 오래간만에 가슴이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기대 도시 자연 공원은 장자산 동쪽 산자락으로 바다와 접하고 있는 공원이다. 이기대라는 이름은 임진왜란 때 왜군이 수영성을 함락시키고 잔치를 벌일 때 두 명의 기생이 함께 왜장을 끌어안고 바다에 투신한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곳은 시민들에게 개방되기 전까지 군사작전지역으로 통제되었던 곳이어서 희귀한 식물과 곤충이 서식하는 등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잘 보존된 청정 자연 지구로 알려져 있다. 기자가 2011년 봄에 소개한 적이 있는 반딧불이 관찰 축제가 이곳 이기대의 어울마당 주변과 장자산 큰 고개 주변 숲에서 매년 열리고 있다. 또한 철마다 피는 각양각색의 들꽃들, 바위 사이를 오가는 작은 게와 작은 물고기와 갯강구, 각종 고동과 조개들을 볼 수 있다. 2011년 봄에 기자가 산행했을 때는 고인 물웅덩이에서 도롱뇽 알을 발견하기도 하였다.
해안 산책로를 걷다보면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져서 순도 99.9% 구리를 채광한 것으로 알려진 해안 탄광을 구경할 수 있다. 좀 더 걷다 보면 이 일대의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거나 따온 해산물을 보관하기도 하고 잠깐 휴식도 취하기도 했던 해녀막사도 남아있었다.
게다가 중생대의 대형 초식공룡인 울트라사우루스의 발자국으로 추정되는 화석이 발견된 곳도 있었다. 화산 활동과 파도의 침식 작용으로 이루어진 해식동굴에 들어가 볼 수 있는 동굴 체험장도 신기한 장소였다. 이렇게 다양한 자연물들을 직접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이기대 자연공원은 그야말로 자연사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봄이 오는 길’, ‘흙의 살들’이라는 시가 새겨져 있는 시비 앞에서는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감상에 빠져 보기도 했다. 이기대 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바라보는 광안대교, 누리 마루, 달맞이 언덕 등은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느껴졌다. 조금 있으면 열릴 아름다운 부산불꽃축제도 이곳에서 관망할 수 있다.
탁 트인 바다와 알록달록 단풍이 물들고 있는 산을 모두 볼 수 있는 이기대 자연공원은 사람들에게 시원함과 편안함을 전해주는 휴식처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부산시에서 선정한 갈맷길 코스라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이 더욱 많아졌다. 그래서 소중한 자연을 더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산행을 한 뒤에 그 흔적이 남지 않도록 주변을 정리하는 것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