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빈용문초등학교
10월 20일 토요일 저녁 우리 가족은 집에서 조용하게 영화감상을 하기로 했다. 어떤 영화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작년에 크리스마스 즈음에 본 <아더와 크리스마스>라는 영화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난 뒤에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어 보기로 했다.
영화는 산타할아버지가 직접 선물을 전해주기 위해 일어나는 일들을 재미있고 신나게 이야기하고 있다. 누구나 즐거워하고 기다리는 크리스마스지만 산타 집안은 크리스마스 이브가 일년 중 가장 바쁜 날이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는 사슴이 끄는 썰매가 아닌 최첨단 배달 전용 비행선과 160만 명이 넘는 엘프의 도움으로 선물을 전달하고 있었다.
주인공 아더는 눈 알러지에 사슴을 무서워하고, 고소공포증과 고속공포증까지 있으면서 뭐든지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사고뭉치이다. 그래서 선물 배달 시스템이 운영되는 관제 센터에는 들어가지도 못하지만 우편실에서 전세계 어린이들이 정성스레 쓴 편지를 하나씩 읽어보고 그들이 원하는 선물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그러던 중 한 아이의 선물이 배달되지 못한 것을 알게 된 아더는 크리스마스 아침이 오기 전까지 마지막 선물을 배달하기 위해 자신이 무서워하는 모든 것을 극복하고 험난한 모험을 떠나게 된다.
신나고 재밌는 우리 가족은 영화를 보고 난 뒤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아빠는 아빠 산타가 도입한 최첨단 선물 배달 시스템으로 인해 정해진 시간에 약속된 선물이 전세계의 어린이에게 배달하는 일은 훨씬 쉬워졌는데도 산타 집안에서만 할 수 있는 이 일을 하면서 더 이상 감동이나 자부심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고 했다. 매일 같은 일을 아무 생각없이 반복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고 했다.
엄마는 할아버지 산타의 여덟 마리 사슴이 끄는 옛날 나무 썰매와 산타 아빠의 최첨단 산타 비행선 사이의 갈등에서 벗어나 옛 것과 새 것의 조화를 이야기하는 부분이 가장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약속 시간을 어기지 않는 최신식 배달 시스템도 편리하지만 사슴과 나무 썰매가 전해주는 따뜻한 마음이 더 큰 크리스마스 선물의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고 했다.
이모는 “중요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제가 선물을 배달한 아이는 중요한 아이였나요?”라고 엘프가 말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아이는 없다면서 내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부모님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 가치가 있다고 했다.
나도 어릴 때는 산타할아버지가 루돌프 사슴와 함께 8마리의 순록이 끄는 썰매를 타고 크리스마스 전날 밤하늘을 날아와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우리들 머리맡에 주고 간다고 생각했었다. 나중에 산타할아버지가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일일이 전해주지 못해서 우리 부모님들이 대신 선물을 주신다는 걸 알게 되었다. 크리스마스에 산타가 선물을 전달하는 방법은 달라졌을지 몰라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다리는 우리 어린이들의 순수한 마음처럼 상상하는 일들이 벌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같은 영화를 보고도 사람마다 무언가를 느끼는 부분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였다. 요즘 학교에서 밥상머리 교육을 강조하는데 실제로 가족끼리 밥을 같이 먹을 수 있는 시간은 자주 없는 것 같다. 우리 가족도 주말 저녁에나 겨우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다. 그래서 가끔은 이렇게 가족끼리 함께 영화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내보는 게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다.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더 좋은 기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