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석에서 본 월드컵 평가전
5월 16일은 월드컵 평가전이 열렸다. 이 경기는 남미의 강호 에콰도르와 대한민국의 대결로 국내에서 치뤄지는 마지막 경기이다. 푸른누리 취재 선발 중 가장 치열했던 이 평가전 취재 기회가 내게 주어졌다. 이날 오후 4시에 들뜬 마음으로 집을 나와 상암월드컵경기장에 들어가니 어느새 6시였다.
우리는 미디어 센터 입구에서 취재 ID 카드를 발급 받은 후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간 곳은 기자석으로 주변에 많은 취재기자들이 있었다. 약간 어색하고 긴장도 되었다. 경기장엔 붉은악마들이 들어와 응원석은 온통 붉은 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6시부터 한국과 에콰도르 대표팀이 그라운드로 나와 몸 풀기로 가볍게 패스를 주고 받았다. 6시 15분부터는 골키퍼 훈련도 시작되었다. 비록 멀리 있었지만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의 모습을 녹색그라운드에서 보고 있으니 가슴이 떨려 왔다.
눈에 띄는 것은 방송에서 많이 본 듯한 분들도 있었는데, 함께 간 편집진 선생님이 유명한 축구해설가라는 말에 떨리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KBS 한준희 해설 위원과 KFA 기술위원을 인터뷰했다. “두 분 모두 오늘 경기에서는 이동국 선수가 골을 넣을 것
같다”고 했다. 월드컵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셨는데, 한준희 해설 위원께서는 “아르헨티나가 확실히 진출할 것 같고, 그리스,
나이지리아, 한국은 막상 막하여서 노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하셨다. 반면 기술위원은 “58% 우리나라가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승 후보로는
브라질, 스페인, 잉글랜드, 한국(?)을 예상했다.
6시 45분. 본경기에 앞서 인기그룹 카라의 식전 공연이 있었고, 이어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나왔다. 우리 선수들은 전통의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경기장에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붉은악마의 대형태극기 응원과 함께 카드섹션으로 경기장 분위기는 한층 고열되었고 7시에 경기가 시작되었다.
골키퍼에 이운재 골키퍼가 아닌 정성룡 골키퍼가 기용된 가운데 경기가 시작되었다. 시작부터 팽팽한 맞대결이었지만, 우리나라가 홈 경기인 만큼 응원에서는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전반전 두 번의 찬스를 가지고 왔다. 염기훈 선수가 두 번 모두 슛을 쏘았는데, 한번은 골키퍼 정면으로 갔고, 한번은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져 나와 팬들의 아쉬움은 더욱 커지기만 했다. 결국 그대로 전반이 종료되었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은 선수 교체로 선수들의 상태를 체크했다. 후반에 박지성 선수를 빼고 이청용 선수를 투입시키고, 염기훈 선수를 빼고 이승렬 선수를 투입시키는 등 총 6명의 후보 선수들을 투입시켰다.
허정무 감독의 용병술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후반 30분, 투입 된 지 3분 가량 지난 이승렬 선수가 염기훈 선수의 백 헤딩 패스를 받아 선제골을 터트렸다. 두 명의 수비수를 제치고 넣어 더욱 통쾌한 골이었다. 경기장은 떠나가라 응원의 함성이 퍼졌다.
10분 후에는 이청용 선수가 김보경 선수의 패스를 골로 연결해서 승부의 매듭을 지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김재성 선수가 후반 43분에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큰 부상일 경우 최종 엔트리 23명 진입이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하지만 17일 26명의 엔트리에 김재성 선수는 포함되어 있어 걱정을 거뒀다.)
경기 후에는 선수단 출정식이 진행되었고, 공식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장에서 많은 기자들이 취재를 했고, 우리 기자단도 들어갈 수 있었다. 이곳에 앉아 있으니 약간 주눅은 들었지만 진짜 기자가 된 것 같아 너무 기분이 좋았다.
에콰도르 감독은 “한국 같은 훌륭한 팀과 맞붙게 되어 기뻤다. 한국은 뛰어난 팀이었다, 아르헨티나 전 대비법은 꾸준한 연습뿐이다”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을 나가면서 우리와 인사도 나누었다.
기자회견장에서 허정무 감독은 “한국 대표팀이 오늘 어이없는 수비 실수가 평소에 비해 많이 나왔다”고 하면서, 어느 부분을 보강할 것이냐는 질문에는“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고쳐나가겠다”고 했다. 스타 한 명만 빛나는 그라운드가 아닌, 모든 선수가 함께 빛나서 ‘플러스알파’가 되는 그라운드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경기 후 선수들을 취재할 수 있는 믹스트 존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을 볼 수 있었다. 이청용, 기성용, 박지성, 김보경, 이동국, 이승렬 등의 선수들이었다. 나는 이승렬 선수 인터뷰를 하려고 애를 썼지만 끝내 성공하지 못했고 앞에서 얼굴을 본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번 경기의 승리로 국민들이 태극전사들에게 거는 기대가 더욱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반 관중석에서 경기를 봤을 때와 기자석에서 봤을 때는 많이 달랐다. 축구 경기 중계도 이곳에서 이루어지고, 모든 기자들이 노트북을 두드리며 경기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뒤에서 수많은 간식과 음료를 무한정 제공되어 아주 즐거웠다. 미래의 스포츠 기자를 꿈꾸는 나에게 이번 취재가 매우 뜻 깊은 경험이었다.
이태윤 독자 (서울경일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