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률리 독자 (일동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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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3일 수요일 나는 낭만과 풍요로움이 가득한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 이애숙 그의 춤 흐름과 멈춤 ’ 이란 전통무용 공연을 보았다. 그런데 계속해서 공연을 보고 있는 내 머릿속에는 그 분이 혼과 정신을 담아 전통공연을 하시는 것을 보니 서양 무용에만 관심을 가졌던 내가 정말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광주가 왜 다른 지방과 달리 문화도시인지를 이때서야 진정으로 깨닫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
그 이유는 그 분의 혼과 정신을 담은 전통공연도 멋있었지만 그 곳에 계신 관객분들이 광주가 진정한 문화도시임을 알려주었다. 이미 좌석은 만석이 되어 나와 함께 갔던 이모는 계단에 앉아서 공연을 보았다. 하지만 나만이 계단에 앉아 공연을 보는 것이 아니었다. 다른 관객들도 거의 계단에 앉아있거나 발코니에 줄을 서듯 일렬로 서 있었다. 이렇게 광주의 여러 시민들의 관심 속에서도 그 분은 전혀 긴장을 하지 않은 채 공연을 잘 이어 가셨다.
이제 그 분의 공연을 소개하겠다.
먼저 설소고(小鼓)라는 춤이 공연의 막을 올렸는데 이 춤은 농악에서 벅구놀이 형태의 민속무용으로 오랜 역사 속에 내려 왔으며 마당에서 노는 축제적 성격을 띤 멋과 흥이 어우려져 장단을 치면서 춤을 풀어나가는 춤이다. 일명 매굿이라고 불리리는 이 춤의 독특한 춤사위는 굿거리, 자진모리, 동살풀이, 휘몰이로 구성되어 풍물과 호적이 신명을 이끌어 낸다. 또한 소고를 사용하여 그 춤의 박자를 잘 살려낸 것 같기도 하다.
그 다음 입춤(立舞)이란 춤이다. 이 입춤은 이애숙 선생님의 제자분들이 추셨는데 李梅芳(이매방)의 입춤은 호남 기방예술의 정통 계보를 잇는 춤으로 세련미와 애잔하고 여성의 아름다움이 부각되는 李梅芳(이매방) 류의 전통춤 특유의 미학과 맥을 지닌 춤이라고 한다.
그리고 내가 제일 인상깊게 봤던 지전춤(紙錢舞). 이 지전춤은 망자를 위한 무속의례인 동해안 오구굿 중에서 망자의 넋을 불러 부정을 가시게 하고 원과 한을 풀어 주어서 극락으로 천도하는 춤이라고 한다. 난 처음에 이 춤이 살풀이 인줄 알았다. 하지만 살풀이와 지전춤의 차이가 있다면 지전춤에서 흔드는 것은 종이를 길게 늘어뜨려 추는 춤이고 살풀이는 어떠한 비단과 함께 박자에 맞처 춤을 추는 것이 살풀이인 것 같다.
그런데 이 다음은 춤이 아닌 퍼포먼스였다. 이창호라는 분이 큰 붓으로 넓은 종이에 춤을 추시면서 무엇인가를 그리고 쓰시더니 결과작은 아주 멋졌다. 그 분은 그 넓은 종이에 이애숙 선생님이 춤을 추는 모습을 그리시더니 그림 옆에는 ‘ 그녀의 춤은 언제나 아름답다 ’ 라는 문구가 쓰여있었다.
또 다음 전통 춤은 모든 여성분들이 선비 차림을 하고 추는 춤인 사풍점감(士風情感)이다. 사풍정감은 교육과 덕을 고루 갖춘 고고한 젊은 선비도 때로는 정과 흥의 운치에 즉흥적으로 젖어든다는 선비의 내면 세계를 춤사위로 표현한 남성적인 기품이 살아있는 춤이다. 내가 처음에 이 춤을 봤을 때는 ‘ 아~이애숙 분의 제자 들 중에는 남자도 있구나 ’ 라는 오해를 했다. 하지만, 사뿐사뿐한 걸음과 아름다운 부채질 손놀림에 다시 여자분들께서 추는 춤이라고 생각했다.
그 다음 춤은 불교 의식 무의 춤사위와 조형미를 완전한 예술 형식으로 완성시킨 독보적 창작춤 보렴승무(普念僧舞)라는 춤이다. 승무는 장관을 이루는 북가락, 세찬 장삼놀음, 빼어난 발디딤새의 춤으로 우리나라 민속춤의 정수라 할만큼 품위와 격조가 높은 춤이다. 이 춤의 의상은 매우 독특하게도 손을 보이지 않은채 소매가 땅에 닿을 정도로 많이 길며 머리에 씌운 것은 갓처럼 생겼다.
나는 그래서 마지막 춤을 보려고 준비하는 중에 아주 환상적인 호흡을 맞춘 공연을 보았다. 하지만 서양악기와 동양악기가 함께 호흡을 맞춰 공연을 하니가 매우 뜻깊었다. 보렴승무 다음의 공연은 서양악기 피아노와 기타 그리고 동양악기 아쟁이 ‘ 밤이 깊은 날 ’ 이라는 곡으로 연주를 하였는데 정말 밤이 무르익었을때의 느낌이 들었다.
이제 마지막 춤 살풀이 춤이다. 이 공연은 이애숙 선생님의 마지막 공연인 만큼 아주 아름다운 춤이었고, 또 그 분의 제자들과 함께한 환상적인 공연이었다. 살풀이 춤은 기의 극치로 예(藝)에 이르고 예가 완성됨으로서 마침내 마음을 보이는 춤이다. 그리고 환상적인 춤사위는 예술적 차원을 뛰어 넘어 종교적 경지에 이른다.
드디어 공연이 끝나고 모든 출연자들이 나와 인사를 하고 우리는 큰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었다. 그런데 몇몇 분들이 이애숙 선생님한테 꽃다발을 전해 주었다. 그 모습이 바로 관중에게 최선을 다해 공연을 펼친 분에게 대한 예의일 것이다. 우리 광주 시민다운 모습인 것 같다. ‘ 이애숙 그의 춤 흐름과 멈춤 ’ 이란 공연은 관객들과 출연자들이 한마음이 되어 함게 느낄 수 있었던 공연이 아닌가 싶다.
비록 어두워서 카메라에 모든 장면을 사진에 담을 수 없었던 점은 아쉬웠지만, 내 머리에 가슴에 새길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한 시간이였다. 그리고 우리 한국의 전통 공연은 서양의 모든 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품위 넘치는 춤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한국의 전통 춤에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다.
김률리 독자 (일동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