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서 독자 (샘모루초등학교 /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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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혹시 ‘볼우물‘, ’함초롬하다‘, ’미리내’라는 말들을 아시나요? 아마 많은 분들께서 고개를 갸우뚱하고 계실 겁니다. 이 말들이 모두 순우리말입니다.
우리는 한자, 영어가 섞인 언어들을 사용하는 게 무척 생활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한자나 영어가 섞인 말들보다 훨씬 예쁘고 멋진 말이 있습니다. 바로 ‘순우리말’입니다.
순우리말은 말 그대로 한자어나 영어가 섞이지 않은 ‘순수한 우리말’이라는 뜻입니다. 볼우물은 보조개, 함초롬하다는 가지런하고 곱다, 미리내는 은하수의 순우리말이랍니다.
저희 샘모루초등학교에서는 이렇게 멋지고 예쁜 순우리말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순우리말 퀴즈 대회’를 개최하였습니다. 대회 방식은 ‘나는 한글왕’이라는 순우리말 단어 프린트물, 또는 순우리말 관련 책 3권에서 나오는 순우리말 50개를 맞추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10월 21일 대회가 있기 전에 저는 짧은 설문지를 만들어 5학년 3반 친구들에게 돌렸습니다. 간단하지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질문 5가지로 이루어져 있는 설문지였습니다. 이날 총 30명의 친구들이 설문에 응해주었습니다. 아래 결과는 친구들의 설문내용을 토대로 한 것입니다.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이 순우리말 대회 준비를 하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냐는 질문에는 조금 어려웠다라는 의견이 13표, 많이 어려웠다는 의견이 10표, 많이 흥미로웠다와 조금 흥미로웠다가 모두 3표로 같은 결과였습니다.
순우리말 대회를 하기 전에 알고 있었던 순우리말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미리내(은하수의 우리말), 다솜(애틋한 사랑), 미르(용), 시나브로(조금씩 천천히), 가람(강) 등 개인 평균 5개 정도의 순우리말만을 알고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인상 깊거나 좋았던 단어를 답해달라는 질문에는 미리내(은하수), 살사리꽃(코스모스), 나르샤(날아오르다), 다솜(애틋한 사랑), 아띠(친구) 등이 뽑혔습니다.
순우리말의 가장 큰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쉽다 0표, 재미있다 4표, 우리 고유의 말이다 21표, 기타로는 아름답다, 멋스럽다 등이 있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예쁜 우리말은 마중물(펌프에서 물이 안 나올 때에 물을 끌어올리기 위하여 위에서 붓는 물), 개밥바라기(저녁에 서쪽 하늘에 보이는 금성), 씨밀레(영원한 친구)등 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도 순우리말 대회를 열었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는 15명이 반대, 7명이 찬성, 6명이 모르겠다라고 답했습니다. 가끔씩만 했으면 좋겠다고 답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이 설문 결과를 살펴보면 모두들 순우리말이 우리 고유의 것이어서 좋기는 한데 조금 많이 어렵다는 의견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어렵게 느끼기 때문에 앞으로 순우리말 대회가 열리는 것에 대해서도 약간은 부정적인 시각을 갖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5학년, 6학년 중 한 반만이 설문조사를 했기 때문에 신뢰도가 작기는 했지만 나름의 결론은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설문이 끝나자마자 대회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습니다. 처음 시험지 형식의 종이를 받아들고 재빨리 문제를 풀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중간중간에 어려운 문제들이 많이 끼여 있어서 힘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해 대회에 임했습니다. 1시간 정도의 대회가 끝나자 친구들은 서로 답을 맞추기 바빴습니다.
다음날인 10월 22일, 대회 결과가 나왔습니다. 낮게는 20점대부터 최고는 70점대까지 나왔습니다. 솔직히 기대에 못미치는 점수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친구들에게 이번 순우리말 대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물어보기도 하셨는데, 이에 많은 친구들이 순수한 우리말을 사용할 수 있는 발판이 된 것은 바람직하지만 아직 생활에 보편화되어 있지 않아서 앞으로 생활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이었습니다. 점수가 낮게 나온 것도 순우리말이 너무 생소해서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두들 이번 대회를 통해 힘들었지만 순우리말에 관심을 갖게 되고 보람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순우리말이 보편화되어 자연스럽게 예쁘고 아름다운 소리들로 대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몇 가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사용해 보시길 바랍니다.
둔치 : 물이 있는 곳의 가장자리
마루 : 하늘
별찌 : 유성
아리수 : 한강
나래 : 날개
길라잡이 : 앞에서 길을 인도하는 사람
주전부리 : 때 없이 군음식을 자꾸 먹는 입버릇
워낭 : 마소의 턱 아래에 늘어뜨린 쇠고리 또는 마소의 귀에서 턱밑으로 단 방울
무녀리 : 짐승의 맨 먼저 낳은 새끼 또는 알
이윤서 독자 (샘모루초등학교 /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