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인 나누리기자 (프랑크푸르트 한글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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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이면 나는 한국학교에 간다. 오후 수업이 끝나면 엄마와 아빠가 편안한 신발을 준비해서 학교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신다. 우리는 함께 산속이나 들판으로 나들이를 간다. 좋은 공기 속에서 마음껏 숨쉬고, 운동을 하고 그리고 참나물, 달래, 고사리와 쐐기풀 등 나물도 뜯는다.
운동을 하고 나물을 뜯을 때 규칙을 정해 놓았다. 첫째, 나뭇가지를 꺾거나 자연을 훼손하지 않기. 둘째, 동물들이 태어날 시기에는 숲속 깊이 들어가지 않고 큰 소리로 떠들지 않기. 셋째, 필요한 만큼만 뜯기, 특히 뿌리를 먹는 식물은 씨를 맺을 수 있게 남겨두기. 넷째, 한 자리에서만 뜯지 않기. 다섯째, 나물을 캔 자리는 흙으로 다시 덮어두기 등이다.
내가 발견한 달래밭에는 하얀 뿌리에 진한 향기를 가득 담은 달래가 지천이었다. 엄마가 발견한 고사리 밭에는 아기 손같은 고사리가 쏘옥 쏘옥 고개를 내밀고 있다. 나는 둥글레밭도 발견했다. 인터넷에서 둥글레가 맞나 확인해 보고 가을에 뿌리를 캐기로 했다.
이렇게 산책하면서 채집한 나물들로 김치를 담거나 무쳐서 들과 산의 봄맛을 집에서 느껴 본다. 참나물에서는 미나리에서 나는 향긋한 냄새가 난다. 쐐기풀이란 이름과는 달리, 쐐기풀로 된장국을 끓이면 그 맛이 너무나 부드러워 한 그릇을 얼른 비우게 된다. 독일에서는 옛날에 가난한 사람들이 쐐기풀을 시금치 대용으로 먹었다고 한다. 쐐기풀을 뜯을 때 쏘이게 되면 처음에는 따갑지만 조금 지나면 시원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관절이 아픈 사람들은 민간요법으로 쐐기풀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차를 끓여 마시면 부기를 빠지게 해 준다고 한다.
봄에 꽃이 피면 제비꽃과 민들레꽃을 따서 엄마가 준비해놓은 찹쌀가루로 화전을 부친다. 그 특별한 화전에서는 신선하고 향긋한 봄 향기가 나서 먹을 때 항상 기분이 좋아진다. 너무나 예뻐서 먹기가 아깝게 여겨지기도 한다. 엄마와 아빠는 나물들과 화전을 드시면서 어릴 적 생각을 하시기도 하고 또한 향수를 달래시기도 하신다.
우리가 자주 가는 옛날 물레방아자리인 <로테 뮐레> 부근 숲과 우리가 이름을 붙여준 <민들레 들판>에는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자리가 많다. 가끔 참치 김밥이나 주먹밥, 아니면 그냥 밥과 김치도시락을 싸서 먹으며 우리만의 <도시락 Feeling>이라는 좋은 느낌을 즐긴다.
그런데 우리가족 소풍 장소들 중에 좀 가기 싫은 곳이 있다. 바로 <산마늘 숲>이다. 그 숲 속에는 거의 산마늘만 자라서 하얀 산마늘 꽃들이 키 큰 나무 아래 바다처럼 펼쳐져 있다.
하지만 그 숲에는 아주 귀찮은 모기들이 너무나 많다. 모기들은 특별히 커서 한 번 물리면 퉁퉁 붓는다. 얼마나 지독한지 끝도 없이 덤벼든다. 한 번은 우리 모두가 팔, 다리, 얼굴, 심지어 머리 밑까지 물렸다. 그 다음에는 엄마 아빠만 완전무장을 하고 들어가셔서 산마늘을 뜯으시고 나는 숲 속 길에서 운동을 했다.
나물 채집은 아쉽게도 사월 중순에 시작해서 오월 중순쯤이면 끝난다. 그러면 운동을 더 많이 한다. 숲 속에는 베어놓은 나무들이 썩어서 거름이 되도록 버려져 있다. 그 중 곧고 적당한 굵기의 막대기를 골라 즉석에서 목검을 만든다. 아빠는 검도를 즐겨하시는데 때로는 나에게 간단한 기술을 가르쳐 주신다. 제일 재미있고 팔운동도 되는 것은 목검 돌리기다. 아주 간단하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꽤 멋있어 보인다.
산책하는 동안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다 즐겁지만 제일 소중한 것이 있다. 부모님과 아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집에서도 부모님이 끝도 없이 한국에 대해 설명해주시고 이야기를 들려 주신다. 하지만 숲이나 들판에서 나누는 이야기, 그리고 계속 나누게 될 이야기는 좋은 추억으로 쌓여서 내가 살아가는 데에 밑거름이 될 것이다.
정재인 나누리기자 (프랑크푸르트 한글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