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서 기자 (서울염리초등학교 /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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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 왕실 500년 역사를 쓴 의궤가 145년 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 의궤는 왕실의 결혼이나 행차 등 큰 행사의 모습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책이다. 이 소중한 의궤가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에 의해 약탈당해 그동안 프랑스 국립박물관에 소장돼 있었다. 그것을 1975년 박병선 박사가 발견, 반환운동에 나섰고 두 나라간의 협상에 20년이 걸렸다. 논란은 많았지만 결국 ‘영구임대’ 형식으로 우리 품에 돌아온 의궤를 환영하는 행사가 11일 경복궁 근정전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이 행사는 이제까지 봐온 문화재 행사와는 내용이나 규모면에서 차원이 달랐다. 서울 광화문에서부터 대취타가 연주되는 가운데 의궤를 마치 왕처럼 가마에 태운 이봉행렬이 경복궁 근정전까지 이뤄졌다.
환영식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화려했고, 500여 명의 출연자들이 행차에 참여했다. 의궤가 근정전에 들어온 후 높은 단상에 올려 제를 지내는 고유제가 약 20분간 이뤄졌다. 고유제 이후 이명박 대통령 할아버지께서는 "가난 속에서 살기 위해 힘써 왔던 우리는 이제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와 문화재를 돌볼 시기를 맞이했다. 문화재를 찾아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은 역사를 복원하는 큰 일이다. 이런 기쁜 일을 많은 우리나라 국민에게 전할 수 있어서 기쁘다."라고 하셨다.
대통령 할아버지 말씀이 끝난 뒤 식전행사보다 더 화려한 축하행사가 펼쳐졌다. 뱃놀이 하는 것을 표현하는 춤인 ‘선유락’, 학이 춤을 추다가 꽃 봉우리를 쪼면 연꽃이 벌어지고 그 속에서 여자가 나와 처용과 함께 춤을 추는 ‘학연화대처용무합설’ 등 처음 보는 전통춤들이 선보였다. 이 춤은 다산과 부귀를 상징하고 섣달 그믐날 밤 귀신을 쫓아내는 의식이라고 한다. 가장 마지막에 공연된 북의 합주는 환영대회를 웅장하게 마무리했다. 여러 종류의 북으로 한국인의 맥박소리를 표현한 북소리가 근정전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수많은 시민들이 근정전 밖에서도 행사를 지켜보는 가운데 환영식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환영식을 지켜본 한 시민은 “이렇게 큰 행사일 줄 모르고 왔는데 너무 볼거리가 많아 더운 날씨를 참고 지켜 볼 만큼 좋았다”며 “의궤가 경복궁에 도착한 순간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의궤는 다음달 19일부터 두 달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공개될 예정이어서, 더 많은 국민들이 145년 만에 돌아온 의궤와 첫 만남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윤서 기자 (서울염리초등학교 /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