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나영 독자 (서울서이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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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11일 화요일, 내 생애 가장 흥분된 날이 시작됐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방송국 견학을 가게 된 것이다. 시간에 맞추어 급하게 가다보니 영화 속 한 장면같은 사건이 일어났다. 기다리던 9711 버스가 오지를 않아서 택시를 타게 되었는데, 타자마자 버스가 택시 옆을 스쳐가는 것이었다. 버스 전용 노선이 있어서 버스가 빠를 것 같다는 생각에 다음 버스 정거장에서 다시 버스로 갈아탔다. 다행히도 tv N 방송국에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이 방송국의 프로그램 중 ‘백지연의 끝장 토론’ 이라는 프로그램을 견학하였다. 우리 엄마가 이 토론에 참여하시기 때문에 나와 동생, 그리고 푸른누리 1기 기자였던 두의현 기자 가족이 함께 갔다. 1 회의 방송을 하기까지 엄청난 양의 준비 작업이 필요했다. 들어가보니까 백지연 아나운서는 벌써 오프닝 전 녹화를 하고 있었고, 카메라 담당 분들, PD분, 작가분 모두가 바쁘셨다. 이런 신기한 광경을 직접 보니까 더욱 설렜다.
녹화 직전 양해를 구해서 두의현 기자와 함께 인터뷰를 하러 갔다. 바쁘신 까닭에 아쉽게도 인터뷰는 못했지만 같이 사진을 찍어주셨다. 인터뷰를 원하면 메일로 보내라고 하시며 주소를 알려주셨다. 바쁘신 중에도 이메일 주소를 직접 기자 수첩에 적어 주셔서 정말 신이났다. 백지연 아나운서는 키가 무척 크고 날씬했다. 아나운서의 포스가 강하게 느껴졌다. 담당 PD 분의 말씀으로는 23년이나 전문 분야에 몸 담으셨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백지연 아나운서는 ‘아나운서계의 전설’ 이라고 한다. 무려 8 년이나 MBC 뉴스데스크의 여성 앵커를 맡으셨다. 지금은 최초의 프리랜스 여성 앵커로 활약 중이시며 스피치 코리아의 대표이시다. 또한 한국 방송 대상 앵커상, 연세대 미래 여성 리더 100인에 선정되는 등 각종 수상도 하셨다.
‘백지연의 끝장 토론’은 판정단, 패널, 시민 토론단이 참여한다. 우리 엄마는 시민 토론단에 속해 계셨다. 우선 토론이 시작되기 전에 판정단이 주제에 대한 찬반을 선택하지만 시민 토론단들의 토론, 패널들의 토론에 따라서 마음이 바뀌면 판정단은 얼마든지 의견을 바꿀 수 있었다. 주제는 ‘청소년 강력 범죄에 대하여 처벌을 강화할 것이냐, 선도를 강화 할 것이냐’였다. 우리 엄마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라는 측에 있었다.
아무래도 ‘끝장 토론’이다보니 토론단이 강하게 자기 주장만을 내세울 줄 알았는데, 약간 조용한 분위기였다. 패널 분들도 판사, 변호사, 프로파일러, 교수님이셨기 때문에 크게 말씀하지는 않으셨다. 하지만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도 자신의 주장을 조목조목 이야기 하시는 모습에서 토론 문화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토론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질 때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데는 토론을 거쳐서 서로 이해하고, 소수의 의견이라도 무시하지말고 중요시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학교에서 학급 회의를 할 때 의견도 잘 전달하고 너무 내 주장만 내세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 말을 논리적으로는 잘 못하지만, 토론을 통해서 말솜씨도 늘리고, 토론 문화도 알아가는 것에 대해 큰 보람을 느꼈다. 어른들의 토론을 본 것도 아주 좋은 경험이었고, 초등학생끼리의 토론도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푸른 누리 기자단이 모여서 ‘끝장 토론’을 하게 된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비록 집에 늦게 들어왔지만 큰 경험을 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고나영 독자 (서울서이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