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현 독자 (대구대덕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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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6학년인 소영이는 군것질을 좋아합니다.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으니까요.
뭐든지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바로
"이거 얼마에요?"
하는 소영이. 하지만 소영이의 엄마는 갑상선 이라는 병에 걸려 계십니다.
하지만 소영이는 개의치 않습니다. 어차피 바로 죽는 병도 아니니까요.
오늘도 소영이는 분식점 앞에서 무언가를 입에 가득 담고 오물오물 씹고 있네요.
그리고 그 날따라 소영이는 유난히 친구들과 함께 마트에 가서 옷도 사고 책도 사고 컨디션이 좋다며 친구들 것까지 모두 사 주네요.
그러다 보니, 소영이는 금방 빈털터리가 되었지요.
하지만 소영이는 괜찮습니다. 예전부터 써 먹던 방법이 있으니까요.
소영이는 오늘도 빈 집에 책가방을 던져 놓고 컴퓨터를 켰습니다.
또 유치원 때 뭔 지 모르고 집에 굴러다니던 동전들을 모아놓은 소영이만의 저금통에서 동전들을 한 움큼 꺼냅니다.
"아 뭐야, 벌써?"
벌써 소영이는 저금통안의 동전들을 다 썼나보군요. 하지만 오늘도 태익이와 선희에게 떡볶이를 쏘기로 한 소영이. 소영이는 돈쓰는 일에 관련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소영이는 아주 나쁜 일을 생각합니다.
"휴~ 심호흡 한 번 하고, 하나, 둘, 셋 쨘!!!"
그것은 바로 엄마의 지갑에 있는 돈을 몰래 가져가는 일 입니다.
그런데 돈이 없었습니다, 뭐야!! 그럼 내가 못찾을 줄 알고? 다른 지갑 또 있으면서, 숨겨 놓기는.."
소영이는 또 다시 엄마의 서랍장을 뒤지기 시작합니다.
"여깄다! 히히.. 여기 아주 많겠지? 무게도 꽤 무거운것 같은데 키키키..
하나, 둘 ,셋, 짠!!"
그런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소영이의 엄마의 지갑에 500원 짜리 동전 하나 밖에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되지요. 분명 돈을 아주아주 많이 벌어 부자이신데 말이예요. 사실 그것은 소영이만의 착각이었죠.
"어? 진짜 이것 밖에 없는건가? 휴~ 어딘가 숨겼구나! 어쩔 수 없지~"
그 때 소영이의 눈엔 엄마의 서랍 밑에 있는 일기장이 삐져 나와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일기장이 궁금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엄마는 매일 같이 그 일기장에 무언가를 슬픈 듯이 쓰고 계셨죠. 그래서 소영이는 엄마의 일기장도 궁금해도 몰래 보게 되었습니다.
소영이는 엄마의 일기장을 큰 소리로 읽기 시작합니다. 어차피 집에 소영이 밖에 없으니까요.
"2월13일 토요일. 오늘도 소영이는 내게 책을 사 달라고 졸라댔다. 휴~ 내 지갑엔 땡전 한 푼도 없다. 하지만 난 빚을 내더라도 우리 소영이가 환하게 미소 짓는 것을 보면 빚에 시달리는 것 쯤은 참을 수 있다. 나는 소영이의 용돈도 넉넉히 준다. 그런데 소영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자기가 유치원 때 모아 뒀던 동전들을 꺼내 쓴다. 소영이는 우리 집이 부유 한 줄 안다. 그래서 소영이가 돈을 너무 펑펑 쓰는 것에 대해 걱정이 많이 되지만 소영이에게 우리 집이 가난 하다고 말 하면 우리 자존심 강한 소영이는 기가 팍 죽겠지..지금은 소영이를 속이게 되더라도 소영이의 환한 미소만을 자꾸 보고 싶은 나의 욕심은 정말 나쁜 것 같다."
처음 일기장을 넘길 때 우습다는 듯 한쪽 입꼬리가 살짝 올려져 있었던 소영이의 입꼬리는 점점 반대로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뒷장에도 소영이 집에 대한 글과 엄마가 가슴아파 하는 내용, 소영이에 대한 걱정하는 글의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소영이는 미안함과 고마움이 동시에 몰려들었습니다. 또 문득 엄마가 걸렸다는 갑상선 이라는 병이 떠올랐습니다. 평소에는 ‘엄마가 지금 안 돌아가시니까 큰 병도 아니겠지’하는 생각으로 그 병을 무시했지만 알고 싶었습니다. 그 병에 대해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인터넷 백과사전엔
‘후두의 앞쪽 아랫부분에 있는 내분비선. 신체의 발육 및 신진대사에 관계하는 호르몬인 티록신을 분비하여 다른 사람보다 피로가 더 빨리 오는 병’
이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병이 발생할 확률이 많이 있어서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병이었습니다. 소영이는 자신때문에 피로, 가슴앓이를 다른 사람의 몇 곱절이나 받으셨을 엄마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소영이는 엄마의 일기장을 안고 엉엉 울다 지쳐 잠이 들었습니다.
"소영아, 소영아!"
소영이는 눈을 떴습니다. 그런데 화난 표정으로 소영이를 부르셔야 할 소영이 엄마가 수줍은 표정으로 소영이를 불렀습니다.
"너, 엄마 수첩 봤니?"
"네... 엄마 잘못했어요. 제가 너무 제 생각만 하고 엄마 생각은 하지 않았나봐요. 다음부터는 용돈 기입장도 꼬박꼬박 쓰고 돈도 많이 저축하는 착한 소영이가 될게요."
소영이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엄마에게 와락 안겼습니다.
"소영아, 갑자기 너 왜 그런 소리를 하는거니? 혹시 엄마 수첩이 엄마 일기장인 줄 알았던 거야? 푸하하하!"
"엥?" 소영이는 당연히 황당 했지요.
"사실, 그거 ‘엄마의 일기’라고 엄마가 소설 공모전 쓰는 곳에 내려고 했던 글인데. 공모전에서 상 타면 우리 소영이 보여 주려고 했는데 벌써 들켜버렸네?히히..."
그래도 소영이는 돈도 아껴쓰고 열심히 일 하시는 부모님 생각을 하며 용돈 기입장 적고 저축 하는 것도 잊지 않는 어린이로 다시 태어나기로 결심 했지요. 하지만 그 사실 하나는 몰랐지요.
엄마는 소영이의 가슴이 아플까봐 일부러 공모전이라는 선의의 거짓말을 지어냈다는 것을...
이채현 독자 (대구대덕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