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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환영 (중앙대 민속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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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과 조화의 시간인 정월대보름 보기


정월대보름은 음력으로 1월 15일이 되는 날이며, 한 해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보름날이라서 설날과 함께 가장 큰 명절 중의 하나이다. 설날이 가족과 친척들을 중심으로 조상과 후손들의 유대를 강화시켜주는 기능을 한다면 정월대보름은 이웃과 마을 구성원들의 화합과 결속을 단단히 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작은 단위의 공동체인 가족과 친척들 사이에서 그동안의 안부와 새해의 기원 등을 교환하는 시간이 좀 더 확대되어서 이웃과 마을공동체의 모든 구성원들이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면서 서로간의 화합과 조화를 이루기 위하여 하나가 되는 시간이 곧 정월대보름인 셈이다.

일 년 중 가장 큰 보름날인 정월대보름은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여 단체로 즐길 수 있는 집단적인 민속놀이가 다른 명절에 비하여 많은 편이다. 예를 들어서 쥐불놀이, 달집태우기, 줄다리기, 지신밟기, 다리밟기, 고싸움, 차전놀이, 놋다리밟기 등 정말로 다양한 민속놀이가 전국적으로 행하여진다. 또한 정월대보름날에는 연날리기를 하는데 지금도 대보름날이 되면 액막이연을 만들어 날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정월대보름날의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오곡밥과 약밥이 있으며, 귀밝이술을 마시고 부럼을 깨고, 보름날 하루 동안 여러 집에서 밥을 먹어야 한 해가 건강하다는 백가반(百家飯)의 풍속도 있다. 또한 더위팔기라고 하여 한 해의 더위를 미리 파는 풍속도 있었다. 정월대보름날에 먹는 음식과 행하여지는 풍속은 대부분 한 해의 건강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오곡밥은 찹쌀, 콩, 팥, 수수, 조 등 다섯 가지 곡식을 넣어서 만드는데, 지역에 따라서 다른 곡식도 넣기도 한다. 또한 약밥은 찹쌀에 밤, 대추, 곶감, 잣, 꿀 등을 넣어서 만든 음식으로 영양이 풍부하고 입맛을 돋우어 준다. 한편 백가반의 풍속은 편식을 예방하고 골고루 음식을 섭취하기를 권장하는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세시풍속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영양가 높은 균형 잡힌 음식을 먹는 것 외에도 정월대보름날에는 부럼을 깨어서 부스럼을 방지하고, 귀밝이술을 마셔서 귓병을 예방하고, 더 나아가서는 한 해의 더위를 미리 파는 더위팔기까지 더해져서 한 해의 건강을 지키려고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정월대보름날의 다양한 민속은 “대보름날 아침에는 귀밝이술을 먹어야 귀가 밝아진다”라든지 “개 보름 쇠듯 한다”라는 속담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특히 정월대보름날에는 명절날만 먹는 절식(節食)을 먹었기 때문에 개에게 남겨줄만한 음식이 부족했던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대보름날 개 신세다”라는 속담에서도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개는 정월대보름날에는 보통 때에 사람들이 먹었던 일상적인 음식물의 찌꺼기가 없어서 굶어야했던 것이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전환기의 시간에서 우리 조상들은 적절한 여유와 풍류를 즐겼던 것 같다. 쉬지 않고 달려온 지나간 한 해를 보내면서 얼마나 많은 아쉬움과 미련이 남았을까? 그리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서 또 얼마나 많은 기대와 희망을 가졌을까? 설날에서 시작된 이러한 전환기적인 시간이 최절정에 이르면서 비로소 새로운 한 해를 당당하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시간적 장치인 정월대보름은 나와 너 그리고 우리 주변의 모든 구성원들이 하나가 되는 화합과 조화의 시간인 셈이다.

박 환 영 (중앙대 민속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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