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영 건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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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는 과정을 살펴본 적이 있으신가요? 며칠 전에 봉오리가 조그맣게 생겼는가 싶더니 어제는 하나의 꽃잎이 수줍게 인사를 하고 오늘 아침에 보니 발그레한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반가운 손짓을 합니다. 햇빛과 물 그리고 적절한 온도를 제공해주면 꽃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아름다운 빛깔을 화사하게 내비치며 활짝 피게 되지요.
우리의 마음에도 이런 꽃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엄마아빠의 마음에도 어린이의 마음에도 예쁜 꽃들이 있고 활짝 편 마음으로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면 저절로 미소가 머금어지곤 합니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꽃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꽃잎을 마구 잡아 펴는 어린이가 있고, 때로는 어른도 그렇게 하는 경우가 있어요. 내가 원하는 대로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상처가 되는 말, 속상한 말을 함부로 뱉어내면 우리들 마음의 꽃잎은 마구 흐트러지고 생채기가 나고 만답니다.
부모님은 어린이들을 직접 뱃속에서부터 낳아서 기르고 성장과정을 지켜보았기 때문에 자녀에 대해 잘 알고 있지요. 하지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내 자녀이지만 모든 생각을 미리 알 수는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부모님들의 ‘척하면 삼천리’하는 생각이 때로는 어린이들의 상황이나 판단과는 다를 때도 많거든요.
부모님들은 어린이들에게 걱정을 표현할 때 이렇게 해 보세요.
① 판단을 잠시 멈추고 관찰한다. 내 생각과 어린이의 생각은 다를 수 있으므로.
② 어린이의 욕구를 살핀다. 대개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무엇을 원해서 하는 행동인지 살펴본다.
③ 내 욕구를 살핀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본다. 어린이의 욕구와 내 욕구가 반드시 상충되지 않을 수 있다. 둘 다의 욕구를 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찾아본다. 벽에 낙서를 하지 말라기보다는 벽에 도화지를 붙여주는 것이 그런 예가 될 수 있다.
④ 이야기의 시작을 부드럽게 한다. 첫 번의 날카로운 목소리는 이후의 이야기에 귀를 닫게 한다.
⑤ 몰라서 못하는 것과 싫어서 안하는 것을 구분한다. 모르는 것은 알려줘야 할 수 있다.
어린이들은 부모님들의 말씀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해 보세요.
① 집중해서 듣는다. 내 행동에 이유가 있듯이 부모님의 행동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잘 들어야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지 알 수 있어요.
② 부모님의 지시를 반복한다. ‘청소하라고요?’, ‘일찍 들어오란 말씀이군요’ 하는 식으로 부모님의 이야기를 명확히 이해했다는 것을 표시해줍니다.
③ 대답을 한다. ‘네’,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지만 때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때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라고 우선 대답을 합니다. ‘기다리겠지’라고 생각하고 대답을 하지 않으면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잘 모르겠으면 ‘아직 모르겠어요’라고 일단 대답을 합니다. 그리고 정리가 되면 다시 이야기를 꺼내면 되겠지요.
④ 상황을 설명한다. 내가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부모님들께 알려주세요. 부모님들은 내 상황을 추측할 수 있지만 정확히 알지는 못하시거든요.
⑤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때로는 어린이들도 부모님들께 소리를 지르곤 합니다. 놀란 부모님은 더 세게 말씀하시게 될 뿐이니 차분히 조리있게 설명하는 습관을 가져 보세요.
인지치료의 창시자인 아론 벡은 ‘사랑만으로는 부족하다’라는 충격적인 말을 했어요. 때로는 마음에 사랑을 품고 있지만 표현을 잘못해서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위의 원칙들을 실천해보면서 서로의 사랑을 예쁘게 표현하고 마음의 꽃도 정성스레 가꾸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송원영 건양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