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가영센텀초등학교
“너... 너 누구야?”
비읍이는 화들짝 놀라 물어보았다.
“난 카카 왕국의 공주야.”
“공...공주?”
“응. 여기 카카 왕국은 네가 여태껏 들고 있었던 구슬에 위치해 있지. 네가 산 이 구슬 옆에 있던 다른 구슬들도 각자 왕국이 있어. 이 세상 모든 구슬 속에 다양한 왕국이 있단다. 아주 조그만 구슬에도 왕국이 있지. 이름도, 사람들도, 특징도, 모습도, 모두모두 다른 왕국 말이야. ”
카카 왕국의 공주는 반짝거리는 왕관을 쓰고 연분홍빛 드레스를 입은 것 빼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자아이 같았다. 수다스럽고 귀여운 여자아이. 문득 비읍이는 이 공주의 이름이 궁금해졌다.
“응. 근데, 네 이름이 뭐니?”
“아 맞다! 내 소개가 너무 늦었나봐! 내 이름은 ‘카키라’이고, 이 왕국의 공주이지. 내 위엔 왕자 2명 키키, 코코가 있고 아빠이신 카리스 왕과 엄마이신 카트리나 여왕이 계셔.”
“키키? 코코? 카키라? 카리스? 카트리나? 우와... 너희 가족 이름엔 항상 ‘ㅋ’ 자가 들어가는 거니? 신기하다.”
카키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카키라는 주위를 둘러보다 비읍이에게 잠시 어디 좀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버렸다. 비읍이는 가만히 앉아 넋을 잃고 있었다. 가만히 앉아 있으니 향기로운 홍차 냄새가 코를 찔렀다. 냄새를 따라 앉고 있던 분홍색 의자를 벗어나 걸어가 보니 예쁜 주전자와 컵에 홍차가 담겨 있는 식탁이 있었다. 그 옆엔 쿠키도 여러 개 놓여 있었다.
‘앉아도 되려나?’
비읍이는 한참을 식탁 앞에서 망설였다.
‘에잇, 모르겠다. 그냥 앉을래!’
비읍이는 털썩 하고 의자에 앉아버렸다. 벨벳 의자의 포근함이 비읍이를 감쌌다. 비읍이는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가만히 앉아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으니 뒤에서 할머니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 했다. 비읍이는 뒤를 휙 돌아보았다. 실바람이 코를 간질였다. 이내 비읍이는 상심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며 앞을 바라보았다. 비읍이는 멀리서 발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문 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카키라였다. 카키라는 문을 소리가 나지 않도록 닫고 사뿐사뿐 다가왔다.
“비읍아, 이게 이제부터 네 일기장이야.”
카키라는 비읍이에게 금박이 박혀서 번쩍거리는 연분홍색 일기장을 건네 주었다. 비읍이는 금박무늬가 무척 예쁘게 느껴졌다. 표지를 훑어보니 부드러운 느낌이 들어 가지고 싶다는 듯 쳐다보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나 일기장 있어. 안 줘도 돼.”
“그런 게 아니야. 이 일기장은 특별한 거라구. 네가 이 일기장에 일기를 기록하는 게 아니야. 네가 여행을 떠나는 동안 가지고 다니면서 도움을 줄 거야.”
“여행...? 여행 갈 마음 없어. 갈 데도 없구.”
“비읍아, 사실은 네가 여기 들어온 이유가 따로 있어. 구슬의 주인이 행복하지 않을 때면 그 구슬 속에 빨려 들어가는 것이거든. 이 구슬 속에 들어온 넌 지금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행복을 찾아 여행을 떠나야 해. 꼭. 안 그러면 평생 구슬 밖으로 못 나갈 지도 몰라.”
"평생 못 나간다구? 그럼 어떡해?"
카키라는 울상이 된 비읍이에게 더 다가와서 말했다.
"비읍아. 너, 행복하니? 너, 지금 행복해서 너무 행복해서 기분이 좋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