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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가영센텀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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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어린이기자 2기와 3기에 이어 4기기자단으로 푸른누리와 함께 행복한 초등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3년간의 기사들을 모아 푸른누리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기회를 갖게 되어 기쁘게 생각하며 푸른누리가 우리와 함께 영원할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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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가영 기자 (센텀초등학교 / 6학년)

추천 : 43 / 조회수 : 310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행-5

“우...와...”

보기만 해도 황홀해지는 황금빛 물결들이 눈앞에 펼쳐지자 비읍이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너무 낡아서 누리끼리한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 같은 일기장 종이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비읍이는 떨리는 손길로 다음 장을 넘기려 했다. 손끝이 일기장 종이에 닿자 비읍이의 손끝에서 밝은 황금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손끝에 불을 붙이고 이렇게 저렇게 묘기를 부리는 사람처럼 비읍이의 손가락에서 찬란한 빛이 나왔고, 종이에서 손을 뗀 이후에도 잔잔하게 손가락 주위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그렇게 화려한 빛을 뿜은 일기장에는 다름 아닌 비읍이의 옛 모습이 있었다. 장난감 세트를 사달라고 조르는 비읍이의 모습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이미 고집을 부려 산 인형 세트가 담긴 무거운 철제 카트를 미는 할머니의 얼굴엔 불편함과 안쓰러움이 뒤섞여 있었다. 비읍이는 금세 눈망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새어나올까 싶어 입을 한 손으로 꽉 막았다. 눈에서는 물풍선이 터진 것처럼 순식간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고집이 잔뜩 섞여 입을 비죽거리며 장난감 가게에서 소리를 빽빽 질러대는 자신을 보니 비읍이는 창피함이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1분도 채 되기 전에 일기장은 또 다시 저 혼자 스르륵 넘어가더니, 다음 장을 비읍이에게 보여주었다. 다음 장에는 할머니 손을 잡고 놀이공원에 간 비읍이의 모습이었다. 당시 비읍이의 부모님은 장기간 출장을 가셨고, 비읍이는 할머니를 졸라 놀이공원에 갔었다. 할머니의 얼굴에는 장난감 가게에서의 얼굴과 비슷한 표정과 감정이 섞여 있었다. 솜사탕 사달라고 해서 사주면 또 다시 팝콘 사달라고 하고, 팝콘을 다 먹으면 인형을 사달라고 조르는 모습이었다.

또 할머니는 타시기 힘든 놀이기구만 골라 타기도 했다. 물론 고의적으로 한 행동들은 아니었겠지만, 확실히 배려 없고 무례한 행동이었다. 창피함에, 그리고 할머니를 향한 미안함에 비읍이의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비읍이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일기장 위로 툭 떨어질 것만 같아 자세를 바로 고친 뒤 고개를 위로 들어올렸다. 하지만 눈물은 들어가지 않았다. 다시 일기장을 보자 어린 비읍이는 저 혼자 신이 나서 ‘저기 가자, 여기 가자’, ‘뭐 사줘, 저거 사줘’하며 열심히 뛰어다니는 모습이었다.

“바보, 바보. 너는 저렇게 행복했잖아. 그래놓고 행복하지 않다고? 바보, 이 바보. 할머니도 바보야. 자긴 저렇게 행복하지 않았으면서 맨날 나만 보면 행복하다고 하고. 다 바보야 다 바보!”

비읍이는 입을 여전히 틀어막은 채로 어깨를 가늘게 떨며 중얼거렸다. 일기장은 원하는 답을 듣기라도 하였다는 듯이 다시 사르륵 소리를 내며 닫혔다. 비읍이의 눈동자에서 눈물로 흐릿해져가던 황금빛 물결도 일기장이 닫히면서 사라졌다.

“아......”

비읍이는 묵직해진 것 같은 일기장을 살짝 들어 올리며 입을 막고 있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 아직 얼굴은 난장판이었다. 벌겋게 물든 코와 눈가, 그리고 아직도 볼, 인중, 턱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방울들이 보였다. 비읍이는 옷과 바닥에 여기저기 뚝뚝 떨어진 눈물방울들을 옷깃으로 쓱쓱 닦으며 방을 정리했다. 눈물방울들엔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의 눈물과 할머니를 있는 대로 못살게 굴어놓고는 불행하다고 이 세상을 비판하던 자신에 대한 수치심이 녹아있었다.

코를 훌쩍거리며 비읍이는 화장실로 향했다.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니 머리가 띵 해졌다. 쓰러질 것 같았다. 그렇게 많이 운 것도 아닌데 몸이 무거웠다. 비읍이는 거울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