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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가영센텀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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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어린이기자 2기와 3기에 이어 4기기자단으로 푸른누리와 함께 행복한 초등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3년간의 기사들을 모아 푸른누리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기회를 갖게 되어 기쁘게 생각하며 푸른누리가 우리와 함께 영원할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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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가영 기자 (센텀초등학교 / 6학년)

추천 : 149 / 조회수 : 3550
멍청씨 부부 이야기(The Twits)를 읽고

‘멍청씨 부부 이야기’는 ‘The Twits’의 한글 번역판 제목이라고 한다. 기자의 번역대로라면 ‘얼간이 부부 이야기’가 더 적합할 것 같은데 그런 단어들이 어색해서 ‘멍청씨’로 한 모양이다. 어쨌든 로알드 달의 다른 작품들인 ‘제임스와 거대 복숭아’, ‘찰리와 초콜릿 공장’, ‘마틸다’등과는 달리, ‘멍청씨 부부 이야기’는 정말 잔인하고, 괴팍하고, 괴상한 이야기다. 물론 이 모든 잔인, 괴팍, 괴상한 아이디어를 쏟아낸 로알드 달의 놀라운 창작 능력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 ‘멍청씨’ 부부는 정말 ‘이름값 한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사람들이다. 멍청하고 괴팍한 두 노인네들이 매일 서로에게 손찌검을 하며 저주를 퍼부으니까 말이다. 이러한 상황은 잘 모르는 사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집에 살고 있는 부부 사이인 두 주인공이 매일 싸우며 욕설을 퍼붓고 골탕을 먹이는 일에 서로 몰두하고 있는 것은 말 그대로 희한하다. 책 속의 주인공들을 보고 있노라면 차라리 이혼을 하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하루는 멍청씨가 자기 아내를 골려준 적이 있었다. 만약 실화라면 훗날 역사적인 대기록이 될 것이란 것을 장담하고 싶을 정도의 사건이다. 침대 안에 개구리를 넣어 아내가 이불 속으로 파고 든 다음 그 개구리의 존재를 느끼면, 겁에 질린 아내에게 개구리가 발을 잡아먹을 거라고 겁을 주며 소리를 지른 사건이다. 이 사건에 이를 부득부득 갈던 멍청씨 부인은 마당에 나가 통통한 지렁이 몇 마리를 가져다가 그날 식탁에 오를 멍청씨의 토마토소스에 넣고 치즈 지렁이스파게티를 만들어준다. 맛도 쓰고 꿈틀거린다며 투덜대는 멍청씨의 말에 부인은 "맛만 좋네. 맛만 좋네."하며 따로 만든 진짜 스파게티를 후루룩 다 먹는다. 툴툴 대면서도 지렁이스파게티를 다 먹어치운 멍청씨는 "다음엔 다른 걸 요리해."라며 핀잔을 준다. 그러자 멍청씨 부인은 깔깔거리며 "당신은 지렁이를 먹었으니 쓰고, 굼실거리지."라고 말한다.

지렁이스파게티 사건에 이를 부득부득 갈던 멍청씨는 조금 더 획기적인 방법으로 골탕을 먹일 것을 계획한다. 그날부터 매일 밤 멍청씨는 부인의 지팡이와 의자를 들고 지하실로 내려가 동전 한 개보다도 얇은 나뭇조각을 붙여 부인이 ‘짜부증(Shrinks)’에 걸렸다며 놀려댄다. 짜부증이 심각한 병이라며 길어봤자 10일밖에 살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빡 속은 멍청씨 부인은 치료법을 알려달라며 소리를 지른다. 멍청씨는 결국 색색가지 50개의 헬륨 풍선을 멍청씨 부인에게 연결하고 맨 마지막엔 부인의 발을 고정시켜주던 끈을 잘라버린다. 두둥실 하늘로 올라가다 사태를 파악하고 어렵게 풍선을 한 개씩 끊으며 돌아온 부인은 멍청씨에게 저주를 퍼붓는다. 이렇게 하루하루 서로 골탕을 먹이고 복수하기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멍청씨 부부는 원숭이를 기르고 있었다.

‘머글웜프(Muggle-Wump)’ 원숭이 가족은 매일 죽은 나무에 본드를 발라 잡은 들새들을 마구잡이로 구워 들새파이를 매주 목요일 저녁에 먹는 멍청씨 부부에게 단체로 저주를 퍼붓는다. 그러던 어느 날, 아프리카 동물인 머글웜프 원숭이 가족의 친구, 롤리폴리(Roly-Poly)가 그들을 찾아오고, 영어를 할 줄 아는 그에게 모든 사실을 말한다. 새파랗게 질린 롤리폴리는 모든 새들에게 머글웜프 원숭이 가족 우리 위에서 쉬어가라며 주의를 주고, 자신도 우리 위에 선다. 그를 보고 참을 수 없었던 멍청씨 부부는 권총을 사러 집을 나서고,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 머글웜프 원숭이 가족과 모든 들새들은 끈적표 본드를 이용하여 멍청씨 부부 집 가구를 모두 천장에다 붙여 놓는다. 그리고 가구만 빼고 모든 것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은 새들과 머글웜프 가족은 태연하게 멍청씨 부부를 맞이한다.

그러던 중, 까마귀는 몰래 끈적표 본드가 발라진 붓을 들고 멍청씨 부부 머리를 스윽 훑는다. 그들은 까마귀가 똥을 싼 줄 알고 장전만 하면 끝이라며 박박 소리를 지르며 집으로 들어간다. 그 순간, 이 광경을 보게 된 멍청씨는 우리가 거꾸로 있는 것 같다면서 물구나무를 서자고 말했다. 그 순간, 그들의 머리에 발라져 있던 끈적표 본드가 바닥과 그들을 단단히 연결시키고, 그들은 짜부증에 걸려 정말로 10일 만에 죽게 되며, 모든 마을 사람들이 그들의 사망에 기뻐한다.

말도 안 되는 짜부증(Shrinks)이라는 질병, 10일만의 죽음, 그리고 그들의 죽음을 환영하는 사람들, 정말이지 창의적이지만 잔인하다. 역시 이책은 뭐라 딱히 표현하기가 어려운 그런 책인 것 같다. 로알드 달은 영어권 아이들에겐 최고의 작가로 통한다. 거의 모든 작품이 베스트셀러이기 때문이다. 그의 묘사와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 솜씨는 늘 기자에게도 놀라운 세계를 상상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로알드 달 뺨치는 일러스트레이터 퀸틴 블레이크의 무심한 듯 날카로운 삽화는 너무 생생해서, ‘멍청씨 부부 이야기’ 같은 잔인한 내용의 책에서는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정도다. 로알드 달과 퀸틴 블레이크 이 두 사람의 작품은 놀랍도록 독특하고 기발해서 세계 모든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 근데 ‘멍청씨 부부 이야기’ 같은 작품은 제발 좀 자제해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어쩌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