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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가영센텀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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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어린이기자 2기와 3기에 이어 4기기자단으로 푸른누리와 함께 행복한 초등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3년간의 기사들을 모아 푸른누리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기회를 갖게 되어 기쁘게 생각하며 푸른누리가 우리와 함께 영원할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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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가영 기자 (센텀초등학교 / 6학년)

추천 : 128 / 조회수 : 1589
메밀꽃 필 무렵

이 소설은 로드 문학의 특징이 잘 드러난 단편이다. 묘사의 천재라고 불리는 이효석 작가의 작품 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이기도 하다. 산허리에 드리워진 하얀 소금과도 같이 달빛에 반짝이는 메밀꽃밭을 배경으로 소설 속의 세 주인공 (허생원, 조선달, 동이)은 자신들의 추억과 경험을 나누며 잔잔하게 이야기가 이어진다.

허생원은 장돌뱅이로 장이 서는 곳을 찾아 떠돌아다닌다. 어느 날 묵고 있던 주막의 충주댁과 젊은 장돌뱅이 동이가 농탕질하고 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고 동이에게 "장돌뱅이가 되어 성공하려면 계집을 멀리하고 장에 집중해야 한다"며 크게 꾸짖고 손찌검까지 한다. 그러나 자신의 당나귀가 동네 각다귀들에게 괴롭힘 당하는 것을 일러주는 동이의 마음씨에 화난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칠십리쯤 되는 대화 장까지의 밤길을 함께 한다. 아름다운 달밤의 봉평 메밀꽃밭을 함께 걸으면서 허생원은 젊은 날의 어느 달밤 물레방앗간에서 성서방네 처녀와의 하룻밤 인연을 추억한다. 그날 이후 ‘계집과는 인연이 없다’ 생각한 허생원에게는 그날의 기억이 평생을 간직한 그리움이요 살아갈 힘이었다. 이어 동이도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이야기를 한다. 그러던 중 허생원은 개울에서 발을 헛디뎌 동이의 등에 업히게 된다. 동이의 등에 업힌 채, 계속 이야기를 나누던 허생원은 동이 모친의 친정이 봉평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또한, 동이가 허생원 자신과 같은 왼손잡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동이가 어쩌면 허생원의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암시와 함께 소설은 끝이 난다.

책을 읽고 나서 생판 처음 보는 두 주인공이 어쩌면 부자지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살짝 가슴이 떨렸다. 둘 사이를 살짝 암시만 하고 정확히 말해주지 않은 이 소설의 결말이 정말 새롭다. 생생한 달빛과 흐드러진 메밀꽃을 상상하며 순간순간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들게 하고, 하룻밤 여인과의 인연과 그리움을 상상하는 일로 나를 정신없게 만들더니 급기야 두 주인공의 엄청난 비밀을 툭 던져주고는 답도 없이 끝을 맺어버렸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허생원과 동이가 함께 한 시간을 조금 더 묘사해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보지만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눈앞에 생생히 펼쳐지는 듯한 아름다운 달밤의 장면들과 메밀꽃밭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작가의 정성이면 허생원과 동이가 부자지간임을 암시하는 조금 더 기발하고도 재치 있는 묘사를 구석구석 숨겨 두었을 법도 한데 말이다. 하지만 수수께끼 같은 아쉬움이 이 소설의 매력이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