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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호 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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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희 독자 (유석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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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유석초등학교의 자랑‘ 나의 어린시절 ’안에 담겨있는 사랑

곧 다가올 2월의 개학식이 요즘처럼 두려운 까닭은 넉넉한 아침잠의 푸근함보다도 지난 6년간의 추억을 하나 둘 챙기기도 전에 정든 친구들, 선생님과 헤어져야 할 졸업식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식을 앞두고 동생이 태어나서 몸조리하시는 어머니때문에 홀로 입학식에 참석했던 기억부터 지난 여름날 치열했던 축구경기 우승소식까지 소중한 추억속엔 나의 자랑스런 선생님들의 가르침이 있었다.

유석초등학교에는 ‘생각하는 돌멩이’가 있는데, 교문앞을 들어서면 유석초등학교 학생들은 어떤 생각이든지 하나 둘씩 다듬게 된다. 이것은 생각하는 힘을 키우며 자신을 다듬어 가길 바라셨던 오랜시간 유석초등학교의 교장선생님을 지내신 아동문학계의 아버지 ‘김종상’선생님의 교육철학이 담긴 작품이다. 그리고 졸업생들은 유석초등학교를 다니며 졸업을 하기까지 그 생각들을 담은 6권의 소중한 선물을 받는다.

그것은 바로 ‘ 나의 어린시절 ’이란 양장본 일기장이 그것이다.아동문학가이신 교장선생님의 교육철학으로 유석초등학교 학생들은 매일 한 쪽의 일기를 써야 한다. 그리고 그 일기의 내용에 대한 답글을 담임선생님께서 남겨주신다. 나도 그랬고,주변의 친구들도 그렇듯 우리는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꼭꼭 채운 일기장을 내고, 선생님께서 다시 나눠주실 때면 무척 긴장을 하게 된다.

‘ 오늘은 선생님께서 어떤 말씀을 써 주셨을까? ’

가끔은 선생님의 재치를 시험하기라도 하듯, 여기저기서 본 수수께끼를 내기도 하고,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못하는 고민들도 서슴없이 쓰기도 하면서 감사함의 표시로 맛있는 초콜렛, 껌을 붙여보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에게 소중한 보물을 남겨주신 유석초등학교의 선생님들이 기억하시는 추억들은 어떤 것일까? 조용히 선생님들의 방문을 두드려보자.

유석초등학교로 전학을 온 나에게 ‘유석은 엄마품 같은 학교’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신 이선숙선생님, 수많은 아동문학작품활동을 하고 계시는 일명 ‘쑥’샘이신 정명숙선생님, 그리고 정말 ‘멋진 선생님’이란 표현이 딱 맞는 록커 박주천선생님을 통해 유별난 유석초등학교 일기검사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윤태희 기자 : 저희에게는 얼만큼 길게 써 주셨는지가 제일 궁금했던 것이 선생님이 남겨주신 댓글들이었는데, 일기검사와 댓글을 달아주시면서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은 어떠셨나요?

정명숙선생님 : 학년이 끝나면 한 권의 책으로 엮어져 나오는 일기제본은 우리 유석의 전통이자 크나큰 자랑거리지요.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자신의 전기물을 여섯 권이나 갖는 셈이니 우리학교 학생들은 작가나 다름없는 셈이지요. 그래서 그 무엇보다 일기장 검사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제 경우 일기 검사를 할 때 주로 글의 완성도와 문장 표현에 중점을 두고 봅니다. 평범한 일상사를 맛깔나게 표현한 제자의 일기글을 볼 땐 깜짝깜짝 놀라곤 하지요. 학교 가는 길에 핀 이름 모를 풀꽃, 차가 막혔을 때 지각할까봐 발을 동동 구른 일, 할머니께서 끓여주신 된장찌개 등 누구에게나 일어날법한 평범한 소재를 특별한 일처럼 쓴 글을 보면 아하 탄성이 절로 터져나옵니다. 이런 친구들은 스쳐지나갈 법한 작은 것의 소중함을 아는 친구들이지요. 그래서 칭찬의 댓글을 왕창 달아줍니다. 다만 금기시하는 것이 있다면 틀리게 쓴 글자를 빨간펜으로 고쳐주는 것, ‘글씨 바르게 쓰세요’라는 도장을 찍어주는 식의 검사는 회피합니다. 일기글은 받아쓰기가 아니거든요. 아이들에게 받아쓰기지도를 하려다 일기쓰기를 싫어하게 되는 경우를 많이 봐왔거든요.


박주천 선생님: 선생님의 경우 일기장 검사와 선생님이 적어주는 댓글을 통해 선생님이 맡고 있는 우리 반 친구들과 마음으로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려고 애쓰고 있단다. 사실 매일매일 선생님이 맡고있는 우리반 친구들 모두와 빠짐없이 대화하고 서로를 이해하려고 해야겠지만 실질적으로 한 반의 인원수가 아직까지는 상당히 많은 편이기 때문에 모든 친구들이 현재 마음속으로 어떤 생각들을 하며 생활하는지, 고민은 무엇인지 다 알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단다. 때로는 선생님과 하루 종일 한 마디도 서로 나누지 못하고 그냥 집으로 가는 친구도 생기더구나. 그러한 우리 반 친구들과 선생님과의 거리를 일기검사를 통해 메우려고 하고 있다. 때로는 말보다 글로써 더욱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평소 말이 없는 친구도 일기장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고, 그 일기를 읽고 선생님의 솔직한 생각을 일기장에 적어주는 일이 반복되다보면 어느 새 그 친구와 한층 가까워져 있더구나. 특히 선생님이 6학년을 맡았을 때 졸업한 제자들의 경우 간혹 예전 일기장을 보면서 선생님과 주고받았던 일기장속 대화가 지금도 많이 기억에 남는다는 이야기를 해올 경우 정말 뿌듯한 마음이 들곤 한단다. 일기검사를 통한 맞춤법이라든가 글쓰기 지도 또한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윤태희 기자 : 지나고 저도 ‘ 나의 유년시절’을 보면 선생님들의 사랑이 느껴져서 눈물을 흘릴 때도 있었어요. 혹시 지금까지 읽어보셨던 일기 중에서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정명숙선생님 :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쓴 일기장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아들이 먼저 일기를 쓰고 뒤따라 어머니가 이어 쓰는 방식의 공동일기인데 참 재미있었어요. 초등학교에 첫발을 들여놓은 자녀의 일기 쓰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서 함께 쓴다고 하시더군요. 충치가 먹어 빠진 이도 붙여놓고, 함께 가서 본 영화표도 붙여놓고, 색종이로 접은 종이꽃도 붙여놓고, 추억할 만한 것은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일기장에 다 붙여놓았더군요. 아이들에게는 매일매일 일기를 써야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어른들은 쓰지 않는 경우가 흔한데 그걸 몸소 실천하니 자녀가 똑같이 따라할 수밖에요. 함께 쓰는 일기는 학년이 높아질수록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고학년이 되면 부모와 자식간에 의사소통이 안 되어 갭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일기를 함께 쓰다 보면 그런 일이 쉬이 해결되리라 믿어요. 감정이 격해져서 한 번 뱉으면 주워 담기 힘든 말로 하기 보다는 한 번 더 깊게 생각한 후에 마음을 전달하는 일기를 쓴다면 저절로 맺힌 매듭이 풀릴 거라 생각되거든요. 모자일기뿐만 아니라 부자일기도 많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박주천선생님 : 태희의 질문을 받고 기억에 남는 일기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오래돼서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2001년도 선생님이 6학년을 맡았을 때 한 친구의 일기가 어렴풋이 떠오르는 구나. 2001년도는 선생님에게 남다른 한 해였단다. 그해 겨울 선생님이 결혼을 했었구 결 혼식에 선생님이 맡았던 6학년 제자들이 거의 총출동해서 선생님의 결혼식을 축하해 주었거든. 처음으로 6학년을 맡았었기에 기대도 남달랐고 그 친구들과 한 해를 정말 재미있게 보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벌써 다들 대학생이 되어있지. 제자들 중 한 명은 선생님의 대학 후배도 있단다. 당시 선생님 제자들 중에 겉으로는 항상 밝은 표정이었지만 일기장을 보면 늘 고민 투성이인 친구가 한 명 있었단다. 워낙 생각도 깊고 조숙해서 친구들 사이에서는 큰 언니 노릇을 하던 친구였는데 당시 부모님과의 갈등이 무척 심했었던 기억이 나는구나. 나름대로 자기의 고민을 일기장에는 솔직히 표현하는 편이어서 선생님과 일기장을 통해 대화도 많이 나누고 실제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1년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윤태희 : 저도 일기를 쓰는 일이 아주 귀찮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지난번 일기를 쓰려고 두루 생각하다가 책꽂이에 있는 일기를 읽어보면서 ‘아, 내가 3,4,5학년 때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하면서 일기를 더 잘 써봐야겠다고 마음먹기도 했는데요. 제 지난날의 일기는 온통 제 동생 준희 얘기와 윤태희 파이팅!이 반을 차지한 것 같아요. 학생들 일기를 보시면서 과거, 현재까지 가장 많았던 주제들은 어떤 것이었는지, 또 학년별로 어떤 주제들이 많은지 말씀해 주세요. 많은 친구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명숙선생님 : 현재 일기 쓸 때 가장 많이 다루는 주제는 학원 얘기예요. 방과 후에 어떤 종류의 학원을 가고, 어떤 스타일의 선생님께 배우고, 어떤 친구와 함께 경쟁을 하는지 주로 그런 얘기들이지요. 싫어하는 학원이면 그만 좀 다니게 해달라고 간청하는 내용이 많고, 좋아하는 학원이면 오늘도 내일도 그 학원에서 일어난 일을 쓸 정도로 줄기차게 쓴답니다. 과거에는 주로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주제로 많이 다루었는데 요즈음은 학원 쪽이 더 많으니 세태가 많이 변했다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 학년이 낮을수록 가족 중심의 주변 얘기를 쓰는 반면, 학년이 높아갈수록 친구 관계와 자신의 미래에 대한 얘기를 주로 다룬답니다. 일기를 씀으로써 신체의 성장속도와 함께 생각의 키도 덩달아 높아지고 시야가 넓어진다고 할 수 있지요.


박주천 선생님 : 가장 많았던 주제 보다는 가족 이야기와 친구 이야기가 거의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저학년일수록 가족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가족보다는 친구들 이야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더구나.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과거에 비해 최근 들어 해가 갈수록 학원에서 있었던 이야기가 늘어난다는 점이란다. 과거에 비해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그러려니 이해는 하면서도 한참 뛰어놀아야 할 시기에 우리 어른들 때문에 공부에 지나치게 너희들이 시달리는 것은 아닌지...... 마음 한 켠이 씁쓸하면서도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구나.


시간이 없으셔서 인터뷰를 함께 하시지 못한 이선숙선생님은 내가 섭섭해할 것을 걱정하셨는지 책상안에 있던 편지 한 통을 꺼내어 복사를 해주셨다. 편지는 다름 아닌 지난해 선생님과 함께 했던 한 선배의 편지였다. 지금은 캐나다 유학을 떠난 선배이기도 하지만 초등학생시절 유난히 삐딱했던 선배는 선생님의 믿음 하나때문에 바로 설 수 잇었다는 감사함의 내용이었다. 유석초등학교에서의 시작과 졸업까지 따뜻한 사랑의 추억을 남겨주신 이선숙선생님의 일기 댓글...3학년 때 전학오자마자 부회장이 된 내게 ‘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는 거야! 라는 글과 ’오자마자 행운이 넘치는 걸 보니 유석에서의 생활이 행복할 것 같네요‘라며 내게 사랑을 주셨다. 학년이 올라가서도 종종 찾아갔던 저학년 담임을 맡으신 선생님의 교실에서 후배들에게 나를 자랑스러운 선배라며 소개해주셨던 선생님, 그리고 6학년이 되어 다시 만난 선생님은 네게 자신감과 믿음의 응원을 해 주신다. 이 모든 소중한 추억이 담긴 ’나의 유년시절‘을 가슴에 안아본다.

윤태희 독자 (유석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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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정
2010-02-17 17:00:54
| 저도 가지고 싶네요.. 멋진 선생님들이 많은 멋진 학교에 다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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