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빈 독자 (미원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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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1998년에 내가 태어났다. 엄마께서 나를 임신하신 것을 알게 된 태몽은 왕포도알 꿈이었다. 엄마의 아버지, 즉 나의 외할아버지께서 높은 포도나무에서 포도를 따서 엄마께 "잘 받아라!" 하시면서 그 높은 곳에서 포도 한 송이를 떨어뜨리셨다고 한다. 엄마께서는 허리춤에 두르고 있던 앞치마로 포도 한 송이를 받으셨다고 한다.
그런데 그 포도 한 송이에 있는 포도 알 하나하나마다 터지거나 병든 것이 없이 멀쩡하고 포도 알도 엄마의 주먹만했다고 하셨다. 아마도 포도 알 하나하나가 터지거나 병든 것이 없고 멀쩡했다는 것은 내가 태어났을 때도 모든 것이 정상이고 병든 것이 없음을 알려주는 태몽인 것 같다.
엄마께서는 나의 태몽을 이야기 하시면서 계속 미소를 짓고 계셨다. 그런데 나의 태몽을 듣고 있자니 언니와 동생의 태몽도 궁금해졌다. 그래서 엄마께 여쭈어 보았더니 흐뭇한 미소를 지으시면서 대답해주셨다. 언니의 태몽은 잉어 꿈이었다고 하는데 엄마의 어머니, 즉 나의 외할머니께서 강가에서 큰 잉어 세 마리를 잡으셨는데 그 중에 가장 크고 좋은 잉어를 엄마께 주셨다고 한다. 나는 언니의 태몽에 나온 그 잉어 세 마리가 우리 삼남매가 아닐까 생각하였다.
엄마께서는 곧 동생의 태몽도 이야기해주셨다. 동생의 태몽은 왕밤 꿈이었다고 한다. 엄마께서 엄마의 어머니, 즉 나의 외할머니와 함께 산을 오르는데 한 중턱쯤에 엄청나게 큰 밤나무와 그 아래에 있는 마루, 초가집 한 채, 그리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계셨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밤나무 아래의 마루에 앉아계셨고 할머니는 초가집의 안방에서 문을 열고 엄마를 바라보시고 계셨다고 한다. 밤나무 아래에는 수많은 알밤들이 떨어져 있었는데 엄마의 눈에는 하나밖에 보이지 않으셨다고 한다. 아주 크고 큰 알밤이었는데 그 알밤이 너무너무 가지고 싶었지만 주인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밤나무에서 열린 밤이라서 허락 없이 가져갈 수 없었기 때문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물어보았다고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 저 이 알밤이 너무너무 갖고 싶은데 가져도 될까요?" 하고 여쭈었더니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는 "그래. 그건 네 거야. 가져가라."라고 하시며 흔쾌히 허락해주셨고 우리 엄마께서는 할아버지 할머니께 계속 고개를 숙이며 감사합니다! 하며 알밤을 가지고 산을 내려오셨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수많은 알밤 중에 엄마께서 다른 알밤을 선택하셨었다면 지금의 내 동생인 준호가 아닌 다른 아이가 내 동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엄마께 우리의 태몽 이야기를 듣다 보니 참 신기했다. 어떻게 꿈으로 아기를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고, 엄마들은 어떻게 그렇게 힘든 출산을 꾹 참고 하시는지, 또 어떻게 말썽쟁이인 우리들을 지금까지 키워오셨는지 새삼 감사를 느끼게 되었다.
각자의 태몽을 알아보는 모든 기자들이 엄마께 감사함을 느끼고, 생명의 탄생은 아주 귀중하고 위대한 일이라는 것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혜빈 독자 (미원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