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률 독자 (연대한국학교 /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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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당신 왜 그래? 무슨 나쁜 꿈이라도 꾼 거야?”
“여보, 아무래도 방금 꾼 꿈이 태몽 같아요.”
2000년을 며칠 앞둔 어느 날 밤이었다. 1997년 결혼하신 후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시던 집에서 어머니께서는 태몽을 꾸셨다. 나를 임신하시기 전 어머니는 어려움이 많으셨다고 한다. 두 번 유산(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는 그날까지 살지 못하고 먼저 하늘나라로 가는 것)을 하시고 그 후에 자궁외임신(엄마 뱃속의 아기가 엉뚱한 곳에서 자라는 위험한 상황)으로 몸과 마음이 힘드셨을 텐데도 아기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은 한결같으셨다. 그리고 네 번째 임신을 하셨는데 그게 어머니의 첫째 아이, 바로 나였다.
어머니께서 말씀해 주셨다.
“엄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이 세상 모든 동물을 싫어하는데, 그중에 가장 싫은 게 뱀이거든. 그런데 꿈을 꾸던 그날은 왠지 엄청나게 큰 뱀을 보았는데도 낯설지가 않았단다.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고 오직 커다란 뱀과 나뿐이었는데, 내가 자기를 무서워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았는지 슬슬슬 기어오다가 갑자기 내 몸을 후루룩 휘감더니 얼굴을 들이 대는 거였어.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 그리고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던 거야. ‘으악!’하고. 그리고 눈을 떴더니 아빠가 무슨 일이냐며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어보시더라. 그 꿈속의 커다란 뱀이 바로 너였던 거야.”
어머니께서는 그 꿈 때문에 많이 놀라셨지만 기분은 좋으셨다고 한다. 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임신을 한 사람만이 꾸는 꿈뿐만 아니라 임신을 한 사람 주변 사람들(임신한 사람의 남편이나 형제자매, 부모님 등)이 꾼 꿈도 태몽으로 정하기도 하며, 아무 꿈이나 태몽이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인상적이며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을 태몽이라 할 수 있다고 하셨다.
나의 태몽 이야기는 들어도 들어도 재미가 있어서 어머니를 졸라 종종 듣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그 꿈 속의 커다란 뱀을 떠올릴 때마다 남아메리카의 큰 나라 브라질의 아마존에서 산다고 하는 커다란 뱀, ‘아나콘다’가 생각난다. 그리고 그 아나콘다는 바로 ‘나’이다.
박상률 독자 (연대한국학교 / 4학년)